전미경 (수필가)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아끼고 위하는 만큼 책임도 따라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는 모두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펫티켓(Petiquette) 문화 정착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원당소하천변 가장자리, 꽃 진 자리에 초록이 무성하다. 왕성한 생명력이다. 자연의 가르침은 늘 침묵의 언어다. 뿌린 만큼의 결실과 거짓 없는 진실이다. 산책길로 모여드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아침 운동을 시작으로 하루를 값지게 열어보겠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요즘, 이른 아침만큼 운동하기 좋은 시간대도 없을 것이다. 신선한 공기 마시며 폐활량을 늘려나가다 보면 몸 안의 독소가 빠져나가듯 심신이 가벼워진다. 운동에서 얻는 효과이자 만족이다. 그 덕에 원당소하천변의 아침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난다. 최근 우리 지역을 강타한 폭우에, 유실된 돌계단과 쓰러진 그네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 같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한 달 전이었다. 하천변을 뛰고 있는데 산책로 한가운데 반려견 배설물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 곳이 아닌 세 곳에서 불편한 광경이 펼쳐졌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에 나섰던 주인이 반려견 배변을 처리하지 않고 자리를 뜬 모양이다. 기분 좋게 나선 산책길에서 어이없는 광경과 맞닥뜨리니 이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상태로 보니 인적 뜸한 전날 저녁에 벌어진 것 같았다. 지켜보는 이 없으니, 배변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한 듯했다. 상쾌하던 아침은 이내 불쾌감으로 바뀌고야 말았다. 파리떼가 득실거려 적잖은 불편을 초래하는데도, 견주는 애초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장소란 걸 모를 리 없었을 터, 펫티켓 실종이 불러온 수위 높은 불쾌감이었다. 대부분의 반려인은 높은 시민의식을 자랑하기에 배변을 수거했을 테지만 아직도 몇몇은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의마저 상실한 듯했다.

하천변에 ‘애완견 동반 시 목줄·입마개 등 안전 조치해 주시고 반드시 배설물을 수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버젓이 게시돼 있음에도 반려동물 배변을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이가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개인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는 시민의 입장에선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는 요즈음, 파리와 벌레가 득실거리고 악취도 풍기는데 반려동물 배변 미처리로 벌어질 상황까지 생각지 못했다면 산책자의 기본 양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과 산책 시에는 반드시 배변 봉투를 지참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누가 보지 않는다고 배변을 수거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많은 이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환경문제, 위생문제, 질병문제, 정서문제 등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행위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공공장소는 개인의 편익만을 추구하는 곳이 아닌 시민 모두가 즐기고 누릴 공적 장소다. 함께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시민의 자산이기도 하다.

간혹 아침 산책길에서 덩치 큰 반려견과 마주할 때가 있다. 덩치가 크기에 반려견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을 받곤 한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찔대며 두려움을 느낀다. 목줄이라도 풀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마저 인다. 입마개라도 했으면 모를까, 갑자기 달려들어 사람을 해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걸음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재할 수도 있지만, 성숙된 시민의식인 자발적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행위가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따라야 한다. 정당하게 보장 되어질 권리에 의무가 따르는 건 당연하다. 그것이 진정 더불어 함께 하는 건강한 사회 아니겠는가.

아침 운동에 나선 시민들은 시공을 공유하는 이들이다. 그 귀한 시간에 얼굴 붉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하든, 시간을 즐기든 그것은 그들의 몫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동물이 사회로부터 받는 예우만큼이나 비반려인에 대한 예우 역시 존중받아 마땅하다. 공공장소에서 어느 한 사람이라도 부당한 불편을 겪는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라 할 수 없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위해 나선 아침 산책길이 기쁨 충만한 시간으로 채워지길 기대한다. 펫티켓(Petiquette),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예의다. 이해와 양보는 차치하더라도 타인에게 피해 주는 무개념의 행위만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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