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에 걸쳐 본지는 소수서원의 몇몇 문제점을 비판한 바 있다.

시의 입장에서는 다소 가혹하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업무상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공직자들은 불쾌해하거나 한편으로는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전임자의 일을 가지고 혹은 관행적으로 처리해 온 일에 관한 얘기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기에 행여 본지의 지적 가운데 잘못된 점이 있었다면 관계자가 해명할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드린다.

물론 본지의 지적은 꼭 필요한 일이었고, 사안 자체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었음을 다시 한 번 밝혀야겠다. 시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어디 보통의 소수서원인가. 그간 우리가 선비의 고장을 표방해 온 영주시의 암묵적인 이면(裏面), 그 중심에는 늘 소수서원이 자리했다.

작금의 선비정신이라는 것이 소수서원에서 발아하여 그 꽃을 피워나갔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 소수서원의 일부 사료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시민들에게 분명 그리 유쾌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각설하고 이쯤에서 영주시에 두 가지 정도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세계유산이라는 품위 유지 차원에서라도 소수서원의 현판 중 복제품에 대해 일제히 조사하고, 오류가 발견된 현판은 전면 교체해야 한다. 당연히 현판 교체에는 적지 않은 사업비가 소요될 것이다. 해당 부서는 조속히 사업비를 계상하여 의회에 예산을 요청하길 바란다. 이에 따라 시의회도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

다른 하나는 소수서원에 봉안된 문정공 허목許穆 영정의 문제이다. 현재 전시중인 출처 불명의 영정 대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중인 영정, 또는 그 영정의 모조본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는 것이다. 이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갈등의 소지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정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은 영정 속의 표제(標題)에 얽힌 역사적 실체에 있다. 거기엔 영정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그려졌고, 어디에 봉안할 것인지에 대한 소중한 기록이 들어 있다. 그 내용에 대해 시민이나 소수서원 방문객들이 모두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영정의 원본이 어떤 경위로 중앙박물관으로 흘러갔는지 규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다시는 소수서원의 유물이 무단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 삼게 하고, 그 유출 사실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승하기 위함이다. 역사는 바로 이런 일련의 과정에 관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이번 현판과 영정을 둘러 싼 본지의 지적은 언론으로서 시민들의 회초리를 대신하는데 있다. 아울러 지난 시절 소수서원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점 오해 없기를 노파심에서 첨언해둔다. 우리의 소수서원이 햇살 좋은 날 소풍이라도 가고 싶은 정든 옛집과도 같은 공간으로 거듭나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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