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4억원의 세금과 10여년 동안 공무원의 노고와 땀으로 빚어낸 선비세상의 임시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영주시의회 정례회 우충무 시의원(무소속 가흥1,2동)의 시정 질문 자리에서였다. 작년 9월 개장일에서 올해 5월말 사이의 일이라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9개월 동안의 방문자 수는 2만2459명을 기록했고 입장료 수입은 2억4천만원 정도에 그쳤다. 1일 평균 약 83명이 선비세상을 찾은 셈이다. 이 사이에는 소위 개장빨이라든가 세계풍기인삼엑스포, 선비 문화축제의 부대적 도움도 있었다. 물론 이외에도 상가 임대와 컨벤션홀의 사용료 2천만원의 수입이 있다.
앞에서 말한 수입만 봐서는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설비는 아예 제외하고 시가 수탁사에게 지불하는 운영비만 연간 67억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심각성에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선비세상의 계약기간은 3년이다. 그리고 현행대로라면 향후 3년 동안 영주시는 앉아서 얼추 190억원 안팎의 예산 손실을 떠안게 된다. 두말할 것 없이 그 손실은 시민의 몫이다. 어떤 시민이 이런 부조리한 사태를 가만히 앉아서 용인할 수 있을까?
지난 일을 간략하게 복기하자면 이런 사태는 처음부터 이미 예견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선비세상의 개장 전후로 각종 문화 단체와 시민들로부터 콘텐츠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위탁비 산정에 대해서도 너무 과도하게 계상되었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위탁비 문제는 비록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으나 수탁사인 유니모토에 대한 특혜시비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시는 무슨 까닭에서인지 자신의 의지대로 밀어붙였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사태를 초래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이런 난국에 시가 제시한 대안이라는 것이 거의 대안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시는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하여 관리하는 방안과 문화관광재단쪽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시의 방안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고작 적자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다시 말해 시의 대책이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임시방편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시중에 시민들이 선비세상을 두고 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고 입방아를 찧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악담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흐름만 본다해도 선비세상이 판타시온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어쨌거나 시는 문제의 초점이 운영방식에 있는 게 아니라 콘텐츠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라는 취약점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선비세상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콘텐츠의 문제를 의제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