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순흥 소수박물관 별관에서 현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4년 2월말까지 장기간 전시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현판이란 글이나 그림을 새겨 문 위나 벽에 거는 널판지를 지칭하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에 따라 기판記板, 시판詩板, 주련柱聯, 편액扁額 등으로 구분하곤 한다.

현판 얘기가 나왔으니 소수서원의 일부 현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할 게 있다. 현재 소수서원 경내 걸린 현판들은 모두가 복제품이라고 한다. 현판뿐만 아니라 고문서나 서화 등 문화재로서 혹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중요 자료들은 흔히들 이런 식의 조치를 취하는 게 관행이다. 원판의 훼손을 막고, 잘 보존하기 위한 조치이다.

문제는 그런 이유로 제작된 복제품 중에 시판과 기판의 상당수가 오류 투성이라는 사실이다. 오(誤)자는 기본이고 어떤 것은 아예 글자를 빼먹은 것도 있다. 그것도 한 두건 정도면 이해라도 되지만 조금 부풀려서 말하자면 제대로 옮긴 것이 그렇지 못한 것과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누가 봐도 전문가의 솜씨라고는 볼 수 없다. 글씨나 글자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거의 그림을 그리듯이 옮겨놓다 보니 획(劃)이 빠지거나 아예 정체불명의 글자까지 발견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억지로라도 이해할 수는 있겠다. 현판들이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현직의 관련 공무원이나 학예사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이런 잘못 쓰여진 현판에 대해 일부 시민이 수차례 해당 부서에 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행태는 문제 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소수서원이 어디 보통 소수서원인가. 영주 시민뿐만 아니라 국민이면 누구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표적인 명소이다. 2019년에는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부석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우리가 영주시를 입이 닳도록 선비의 고장이라고 내세우는 배경의 중심에도 역시 소수서원이 있다.

그럼에도 영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 소수서원이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게 시민들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속된 말로 시가 시민들을 가재나 붕어 개구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지난주 본지가 지적했던 ‘금성대군 실기’의 국역 오류 사태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거기엔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실수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경험이 가르쳐 주고 있다. 언제까지 시가 흠결이 있는 현판들을 처마 밑에 그대로 방치를 하고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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