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소설가)

호국보훈의 달이다.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선열의 숭고한 정신과 국가유공자의 뜻을 기리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호국보훈은 말 그대로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의 공훈에 대한 보답이다.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나라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위대하고 숭고한 일인지, 그리고 위험이 따르는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온 국민이 다시 한번 자각했으면 한다. 나라를 지켜낸 희생은 어떤 것에도 빗댈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며 존엄과 위대함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가진 남성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바로 국방의 의무다. 꽃같이 예쁜 아들을 어느 부몬들 군에 보내고 싶을까만 국방의 의무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입대를 희망한다면 과연 얼마만큼의 숫자가 지원 의사를 밝힐까 싶기도 하다. 군에 아들을 보내게 되면 군복 입은 젊은이만 봐도 모두 내 아들 같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국인의 정서에 반하는 것 중 병력 비리만큼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창 피 끓는 젊은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나라에 바치는 데, 제도를 이리저리 피해 가며 불법을 저지르는 이가 있으니 공분 수위가 높은 건 당연하다.

지난 4월, 필자의 아들도 세종시에 있는 3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으로 입대했다. 벚꽃 흐드러진 날, 아름다운 계절을 탐할 여유도 없이 아들은 그렇게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한의 아들이 되었다. 훈련소로 향하던 중 아들 핸드폰으로 쉼 없이 문자와 격려 전화가 이어졌다. 대부분 잘 다녀오라는 내용이었다. 또래들이 한창 입대하는 시기라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오가는 듯했다.

그들에게 있어 입영은 동병상련일 터, 같은 입장에서 마음을 나누다 보니 누구보다 친구의 위로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아들이 연병장으로 향하면서 남긴 말은 “잘하고 올게요.” 이 여섯 글자였다. ‘그래 잘하고 오면 된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전역하는 날까지 어미로서 가슴 졸일 건 뻔하다. 별 탈 없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학수고대할 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아들이 잘하고 온다는 말을 곱씹어 본다. 국방의 의무에 소홀함 없이 18개월을 나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훈련병은 하나같이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다. 갓 스물이거나 그 숫자를 조금 넘긴 젊디젊은 청년이 대부분이다. 빡빡 민 머리, 울긋불긋 피어난 여드름, 애써 태연한 척 어색한 미소, 그 속에 감춰진 불안한 눈빛, 모든 게 초조와 두려움의 한 세트였다. 젊음이 저당 잡힌 대가치고는 그 표정이 너무 무겁다. 눈물 훔치는 훈련병의 모습이 간간이 보이기도 한다. 경직된 표정에서 뭉클함이 전해진다.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낯빛도 점점 어두워진다.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지금처럼 저출산 시대에 자녀 한 명 낳아 잘 길러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그 어떤 것보다 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게 된다. 한창 무르익어 꽃피울 나인데 사회와 단절된 곳으로 떠나야 하는 훈련병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훈련병으로서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고 지루할까만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는 말에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

훈련병들은 5주간의 훈련을 끝으로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자대배치를 받았다. 대부분 이쯤 되면 부모의 불안은 최고조에 이른다. 내 아들이 어느 지역, 어떤 부대, 무슨 보직을 맡을지가 최대의 관건이다. 필자의 아들은 육군이면서 해안 경계를 담당하는 ㅇㅇ해안감시기동대대에 배치되었다. 서해안 끝자락이다. 나라를 지키는 일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임을 아들을 군에 보내고서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호국보훈의 달, 매년 정기적으로 맞이하는 행사로만 생각지 말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호국 영령의 숭고한 뜻과 정신을 기억하는 가치 있는 달로 기억하길 소망한다. 사시사철, 불철주야,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장병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대한의 아들들이여, 진정 그대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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