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놀란 감자
-변금옥
호기심 많은 꼬마 감자
소나기 덕분에
세상 구경 나왔다가
“요 녀석, 어딜 벌써?”
해님의 강한 눈빛에
그만
새파랗게 질렸다.
-유월의 맛, 여름의 맛
감자가 유월을 안고 오면서 여름을 터트렸습니다.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는 동안 세상 구경할 날만 기다리던 어린 감자가 조금 안달이 났던 걸까요? 시원하게 내리긋던 소나기를 만나, 웬 떡이냐 싶어 얼굴을 내밀어 버렸어요. 그런데 아차차! 생각지도 못했던 해님의 심술궂은 환영 인사에 그만 ‘놀란 감자’가 되어버립니다. 의도치 않게 호된 환영을 받았네요. 때가 아닌 줄 알고 “새파랗게 질”려 버린 “꼬마 감자”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나요?
열 달 못 채우고 나온 아가처럼 머쓱해도, 흙냄새 건강하게 나와 준 감자가 뭉클합니다. 그 감자 한 알을 시작으로, 뽀얀 속살 비치는 햇감자가 줄줄이 흙을 박차면서 여름이 가득 합니다. 조금 더 건강해진 땅과 여름과 땀은 하나가 됩니다.
우주 속 블랙홀을 뚫고 세상 밖으로 먼저 나온 꿈들은 언제나 눈부십니다. 그 친구들 마음밭에서는 또 어떤 것들이 간지러운 발돋움을 하고 있을까요? 사뭇 진지해지는 여름입니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