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바야흐로 수학여행 철이 시작됐다. 며칠 전에 거리에서 우연히 초등학생들의 수다를 듣게 됐다. 한 여자아이가 “야, 우리 언니 수학여행 간데”라고 하자 옆에서 나란히 걷던 아이가 “수학을 배우러 여행을 가나?”하는 게 아닌가. 학생들의 대화가 꽤나 진지하게 들렸는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웃음이 툭 터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문득 학창 시절 추억하나를 소환하게 됐다. 예전에는 수학여행지로 경주가 손에 꼽히는 곳이었다.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형제가 다녀온 같은 장소를 다녀왔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여행지에 대한 정보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했던 무한반복의 걸음과 유쾌했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특히 밤늦게까지 왁자지껄 놀다가 선생님께 들켜서 혼난 기억은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그때의 사진첩은 아직까지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요즘 수학여행지로는 제주도나 일본을 주로 가는 분위기다. 영주의 모 고등학교 학생들도 곧 떠나게 될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들떠있는 모습을 보였다. 밝고 기대에 찬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 편에 수학여행 하면 잊히지 않는 그해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기에 재개된 수학여행 길에 대한 안전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인한 방역 관련 수칙에 따르느라 제한되는 장소가 많았고 행동의 규제 또한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행히 모두 해제되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로 그동안 발 묶였던 것들이 해제되고 수학여행 길이 다시 열렸다.
학창시절에 느낄 수 있는 절대 추억이니 수학여행을 못 간다면 평생 곱씹게 될 추억거리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일 것이다. 그런 만큼 수학여행이 강제 중단된 시기의 학생들에게는 속 시린 시간이었을 지도 모른다.
수학여행(修學旅行)의 뜻풀이는 닦을 수에 배울 학, 말 그대로 학문을 닦는 여행이란 의미다. 그런데 여행에서 꼭 무엇을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순수하게 여행 자체를 즐기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모처럼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이 가슴을 쫙 펴고 잠시나마 학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학교는 학습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어떤 지역을 답사하여 그 지역의 문화나 역사 등을 직접 보고 익혀서 견문을 넓힐 수 있게 하는 것이 여행의 목표겠지만, 우선은 자유롭게 눈에 보이는 것들을 즐기고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수학여행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주체는 학생이니만큼 학생들의 안전과 즐거움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 친구와 돈독한 우정을 쌓는 것도, 선생님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 또한 좋을 것이다. 행복한 추억은 사람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주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따스한 추억 하나가 평생을 지탱하게 하는 든든한 힘이 될 수도 있다.
‘수학여행’ 꼭 배움을 겨냥한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좋지 않겠는가. 수학여행, ‘공부’가 목표가 아닌 ‘쉼’을 목표로 하면 족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