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사람의 심리는 말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말투에 깃든 억양, 속도, 리듬, 강약, 높낮이를 통해 그 사람의 감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말을 잘한다는 건 감언이설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아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때 상대에게 오해 없이 의도대로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삶을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관계 형성에 따른 감정소통이다. 감정은 부모로부터 대물림 되며 양육자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배우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누릴 권리와 보장이라면 개인의 감정이 다치지 않고 존중받는 것이다.

한 개인에게 주어진 감정은 그 사람만의 고유 권한으로, 누구에게도 침해받을 수 없으며 또 침해받아서도 안 된다. 소통을 잘한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함으로써 상대로부터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 안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담겨 있다. 결국 감정소통은 자신과 타인 사이 가교역할로, 안전한 소통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껏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 지를 배운 적이 없다. 화가 나면 참고 억누르며 피하라고만 들었지 그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감정을 표현할 때 욱하는 마음에 과속하다 상대에게 상처 주기 일쑤였다. 감정표현에 익숙지 않으면서 서툴기까지 했으니, 실수는 늘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의도치 않은 발설로 뒤돌아서 후회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감정 여과기를 거치면서 정확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표현이 서툴러 의사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곤 했다. 어쩌면 우리는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노를 서슴없이 표출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모두 자기 역할이 있으며 훈련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늘 생략되었다. 감정을 표현할 때는 전하고자 한 내용이 배달 사고 없이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장애물 앞에 낭패를 보곤 했다. 내 안에 솟아난 감정을 차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정확히 표현해야 하는 데 늘 마음만 앞섰다.

성급함 때문에 해서는 안 될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혀 감정 전달에 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감정을 표현할 때 3초만 더 생각하는 여유를 갖자. 비록 3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하는 사이, 사고 없는 안전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간혹 속상함과 분노를 구분할 줄 모를 때가 있다. 자신이 느끼는 속상함에 위로받아야 함에도 오히려 분노로 표출해 감정 전달에 실패하곤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만큼 사람의 감정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표현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영화에는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 라는 다섯 감정이 등장한다. 감정들은 다 제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서로의 감정을 존중한다.

감정은 무조건 참고 억누르기만 해선 안 되며,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말로 표현하고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한다. 감정소통은 의사소통으로, 나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함으로써 상대가 알아주는 마음이다. 감정이 안전하게 전달되면 화내는 대신 속상함을 위로받을 수 있고 정화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으니 존중받는 마음마저 생기게 될 것이다. 감정소통은 결국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까지도 배려하는 힘을 지녔다 할 수 있다.

착한 걸 마냥 착하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속은 끙끙 앓으면서도 관계가 틀어질까 봐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다면 이미 감정 전달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속앓이로 인한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마음은 상처로 얼룩져 있는데 무슨 접점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사람에게만 있는 마음, 그것은 인간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최상의 무기이기도 하다. 말하기 전,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를 미리 판단해 감정적으로 내뱉는 말이 아닌, 분명하고 정확한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감정 전달에 사고가 없어야 한다. 배달 사고 없는 안전한 감정 전달, 결국 건강한 소통을 만들어 가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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