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꿈
-박하림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후후 불어서
보름달처럼 부풀린 풍선
살짝만 튕겨도 저 구름까지 닿았다가
사르르 눈처럼 내리지
손을 대면 스멀스멀 정전기가 피어오르는
너는 참 간지러운 비밀
엄마는 피아노 치던 손목에 묶어놨고
아빠는 배 속에 아기처럼 품고 있어
나는 바람에 딸려 날아가려는 걸
손에 땀이 나게 붙들고 있어
학교에선 집에 두고 오라고 하지만
내가 봤어 발목에 파란 풍선
선생님을 가끔 두둥실 떠오르게 하는 걸
친구 거랑 내 거랑 퉁퉁 부딪치며 가는 길은 재밌어
계속 들고 다닐 순 없다고 다들 그러는데
거리에 놓아버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다들 몇 개씩은 붙들고 있지?
어른이 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봐요, “엄마는 피아노 치던 손목에 묶어놨고/ 아빠는 배 속에 아기처럼 품고 있”는 것을요. “선생님을 가끔 두둥실 떠오르게 하는” 것도 선생님도 꿈이 있기 때문이겠죠. 거기다 꿈을 이루게 하는 보조적인 역할까지 하니 더 설레네요.
흔해 빠진 풍선 그게 뭐라고 일단 ‘꿈’이라는 숨으로 탱탱 불어 넣고 보면요, “손에 땀이 나게 붙들고” 다니면서도 “거리에 놓아버”릴 수 없는 큰 희망이 됩니다. 상상할 것들이 풍선 색깔보다 많으면서, 마음 예쁜 구석이 “간지러운 비밀”처럼 숨어있는 아이들이 쥐고 있는 풍선이라면 더욱 더요.
나, 엄마아빠, 선생님, 친구까지 근사한 풍선을 달고 등장한 이 동시는, 5월에 주고받는 종합선물꾸러미 같습니다. 가정의 달에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