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대표 축제 중의 하나인 한국선비문화축제가 3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우천으로 인해 행사 일부가 변경되긴 했으나 그럼에도 코로나로 바깥 출입을 자제했던 시민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기는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비문화축제에 대해 일말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상품성의 문제이다. 축제의 키워드인 선비는 유가의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상이다. 그만큼 주제가 가볍지가 않다. 물론 선비를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나름 각색하고 재해석해도 여전히 그 무게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서양의 카니발이나 페스티벌에 가까운 오늘날의 축제 추이에서 선비라는 주제가 축제라는 형식과는 그 격이나 결이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선비정신이라는 추상성을 축제라는 형식의 가판대에 올려놓고 판매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갓이다. 선비라는 캐릭터는 우리가 흔히 상품화 할 수 있는 인삼이나 사과와는 다르다. 놀이와 풍자로 사용이 가능한 이웃 안동의 하회탈과도 다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선비문화축제가 현행처럼 대를 물리는 게 온당한지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축제의 취지나 본질의 문제이다.
선비 정신은 협의의 의미에서 자기 수양의 세계관이다. 물론 그것을 확대하면 치국(治國)에도 이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런 선비 축제가 선비를 보여준다면서 현실은 먹고 마시고 흥청거리는 모습들을 연출한다. ‘솔까말’ 이런 상황에서 축제의 참여자로서 정작 선비의 정신을 찾는 길은 난해하다. 혹은 이런 경망스런 선비축제의 풍경을 우리의 아이들은 미래에 어떻게 기억할까? 그것도 선비의 고장에서 말이다.
얼마전 본지의 시민칼럼에서 지적(?)했던 점도 바로 이런 염려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흥행도 좋고 성과도 좋지만 선비정신이라는 본질을 이탈하거나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행정이 성과 중심주의 쪽으로 흐르다 보니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배를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된다.
두말할 것 없이 선비문화축제는 당연히 선비라는 캐릭터를 각인시켜 주는 무대라야 이치에 맞다. 남 따라 장에 가듯이 하는 축제보다는 우리 시민들이 자신들이 표방한 선비 정신을 곱씹고, 자성하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 효과적 방법이야 행사 주최 측의 문제이므로 더 거론하지 않겠다.
현대 행정도 언제부턴가 서비스 차원을 넘어 경영에 접근 중이다. 그러므로 지자체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인 행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한다. 이때문에 억지로 라도 계획된 성과를 거양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당위성이 부족한데도 일부 사람들의 의견을 쫓아 행사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 문제점에 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하긴 비판이나 지적은 쉽지만 대안 마련은 쉽지가 않다.
아무튼 본질에 더 충실한 축제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론 그간 선비축제와 관련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은 시와 문화재단, 관련 단체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