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법전출신 미술주조의 匠人 류용규씨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유치원생인 아들 연우는 아침저녁으로 스케치북을 펼치고는 붓이나 색연필,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다. 삭막한 도시에 살고 있는 관계로 늘 아파트며 자동차와 도로 등을 그리기는 하지만, 조금은 재능이 있어 보이는지 애 엄마는 그림그리기를 제대로 가르쳐 볼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화가의 길이 험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가 원하니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날이 풀리면 미술학원에 정식으로 등록을 시켜 지도를 받게 해줄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늘 회색도시를 그리던 아이가 가끔 할아버지, 할머님이 계시는 봉현엘 갔다 오면 나무며 산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그리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현장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미술을 공부하고 자신의 소질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교육장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적당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던 중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야외조각공원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아이와 함께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제 강점기 사라졌던 미술주조의 꽃을 피우다
봉화군 법전면 출신으로 지난 40년간 미술주조 일을 해온 匠人 류용규 선생을 만나면서 아이가 자연과 미술에 보다 가까워지는 방법을 알게 됐다. 선생이 경영하는 조각공원을 자주 방문하고 그곳에서 미술관 관람과 조각 체험을 틈틈이 해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제가 하고 있는 미술주조는 점토 등으로 만들어진 조각을 청동으로 주조하여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지난 40년간 미술주조의 匠人으로 조각을 완성해 주는 일을 해온 류용규(61)씨의 자기소개 말이다.
옛날부터 이어오던 조각분야의 미술주조는 일제 강점기에 그 뿌리마저 사라져 버렸다가 해방 이후에 몇몇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가 65년 영광고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미술주조회사인 대광에 입사하였을 때만해도 직원 4명이 한국의 모든 조각 작품을 주조할 정도로 일이 많았지만, 모두가 생소한 분야라 밤낮없이 공부와 연구를 해가며 일을 해야 했다.
▶광화문 충무공 동상 건립한 장본인
그 덕분에 대광의 동료들과 함께 광화문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도 만들 수 있었다. 워낙 불모지였던 관계로 그의 연구와 공부는 4년 정도의 노력으로 성과를 인정받아 69년부터 10년간 서울미대 조소과에서 미술주조분야의 실기조교로 일할 수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지도를 했던 것이다. 10년간 대학에서 미술주조를 연구하고 공부하고 나서 77년에 미술주조 전문회사인 '한국동상'을 창업하여 고양시 지축동에서 오랫동안 조각가들의 작품을 청동으로 완성해 주는 일을 해왔다.
한국동상(www.bronzekr.co.kr)은 그 동안 환경조형물로는 국회의사당 내 평화의 상, 인천 자유공원 내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각, 서울신문사 문명과 자연의 만남 조형물, 잠실운동장 내 86아시안게임 기념조각, 무역센터 환경조형물, 김대건 신부 입상, 4.19 묘역 내 기념조형물을 설치했으며, 초상조각으로는 독립기념관 내 안중근 의사상, 성균관대학교 내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상, 시인 수주 변영로 선생 동상 등을 제작 설치한 경험이 있다.
사실 예술의 길을 험하고도 먼 길이지만 그는 그 길을 40년간 꾸준히 해왔고 노력의 성과를 모아 86년에는 고양시 오금동에 5천 평 규모의 야외조각공원과 갤러리 쉐브아(www.갤러리쉐브아.com)를 마련했다. 공원 내에는 갤러리와 함께 50여명의 국내 조각가의 작품 15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조각공원과 갤러리 쉐브아는 서울 구파발에서 일영, 장흥유원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계절 야생화가 만발하고 공원 가운데 갤러리와 찻집이 있어 1년 내내 가족동반으로 관람이 가능한 곳이다. 공원은 정오부터 해질 무렵까지 연중무휴로 무료개방이 되며 고양시는 물론 서울과 경기도에서 관람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향에 조각공원 건립의 꿈을 키우는 애향인
최근 그는 공원 내에 작품이 너무 많고 부지가 좁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방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이전에 관한 소문을 들어서 인지 경기도 일원의 시장, 군수들이 조각공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고 있지만, 그는 ‘이왕 가려면 고향으로 돌아가 조각공원을 조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청량산 기슭이나 부석과 순흥지역에 3-4만평 규모의 터를 마련하고 미술관과 조각공원, 수목원, 다양한 미술체험이 가능하도록 도자기, 회화, 공예, 칠보 등의 학습관을 준비하여 어린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미술 체험과 공부가 가능한 현장학습과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소망을 품고 있다.
고향으로 이전을 하게 되면 조각공원의 입장료, 학습장의 수강료, 미술품 판매 등으로 수입을 얻고, 시군에는 관광객 유치로 지방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위치가 좋고 홍보만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 연 인원 50만 명 정도는 충분히 유치가 가능할 것 같다는 분석까지 하고 있다.
고향을 위해 마지막 봉사가 될 것을 일을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는 그는 교회 장로로의 일과 조각공원의 운영, 한국동상이라는 기업경영으로 늘 바쁘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운 외아들이 최근에 한국동상의 경영을 맡아 안심이 된다고 한다.
은평구 대조동에 살고 있는 그는 부인과의 사이에 1남 3녀를 두고 있으며, 부친의 힘든 일을 보고 자랐지만 조각가의 길을 걷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막내딸이 있다.
(류용규 선생 연락처 011-235-7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