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부터 노년까지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있게 배우다
사회복지 통해 세대별 다양한 삶의 이야기 배워가
배움 갈증 해소하고 또 다른 ‘꿈과 희망’도 생겨나
어떤 이는 청소년기 이후 여러 상황으로 인해 배움을 더 이어가지 못하다 안정을 이룬 장년의 나이에 들어서서 배움에 대한 갈망이 조금씩 샘솟았다.
또 다른 이는 직장에 다니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졌고, 어느 청년은 몇 년동안 다니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해 다시 대학의 문으로 들어섰다. 연로해져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자녀들은 제대로 된 배움을 위해 함께 사회복지를 배우게 됐다.
우리 고장에서 유일하게 야간대학을 운영하는 경북전문대학교 사회복지과(학과장 전대성)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입학해 낮에는 직장·사회생활에 충실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캠퍼스의 밤을 밝히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과 야간 2학년 F반(대표 김선상, 부대표 최민혜) 학생들의 구성은 조금은 남다르다. 모녀, 부부, 자매, 부자 등등 다양하다.
“마음속에 조금이나마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새로운 진로를 위해 배우게 된 사회복지를 통해 또 다른 진로도 생각하게 되고 먼 미래도 계획하게 되었지요”
이는 지난 5일 밤 10시경 사회복지실천기술론(교수 최영자) 수업을 마친 후 강의실에서 만난 하망동에 사는 정복남(65)·전소영(29) 모녀, 봉화읍에 사는 김재식(54)·박미현(51) 부부의 말이다.
배움의 갈증 해소, 새로운 진로 위해 시작
45년 전 고교 졸업 후 20여년 전부터 조금씩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낀 어머니 정복남씨는 젊은 날은 밤낮으로 일하며 중년에 들어서서는 두 개 업체를 운영하면서도 지역에서 목욕, 급식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이어왔다.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가족들도 모르게 낮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락 배달봉사도 시작했다고.
“소외계층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영주에도 어렵게 취약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대로 알고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지요. 무엇보다 10여년 전부터 많은 갈증을 느껴온 배움에 대한 것을 더 늦추고 싶지 않아 사회복지과를 선택하게 됐어요”
자신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지만 노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었다는 정씨는 수업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 환경적인 문제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이해하고 인정하며 좀 더 심리적으로 다독여진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진로를 찾아가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사회복지과에 진학한 딸 전소영씨는 입학 전에는 원예식물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고. 그러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회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노인복지를 배우고 보육 실습도 나가보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회복지가 얼마나 많은 일상속에 스며들어 있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고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린이집으로 현장 실습을 다녀온 후부터는 아이와 관련된 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또 다른 진로를 꿈꾸게 됐지요”
사회복지 자격증을 취득하면 복지관이나 센터에서 근무하며 아이에서 어른까지 다양한 세대와 만나고 싶다는 전씨. 뭐든지 열심히 성실하게 생활해 온 어머니 덕분에 의도하지 않게 수업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고.
전씨는 “바쁜 일정으로 어머니가 어쩔 수 없이 결석해도 자신은 수업을 듣고 중요 내용을 필기한 후 어머니께 전달해야 해서...”라며 웃어 보였다.
어머니 정복남씨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시작하길 바란다”며 “봉사활동에 목적을 두고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졸업장을 받으면 나중에 실버타운도 세우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와 배움, 미래 꿈도 키워
2016년에 대구에서 봉화읍으로 귀농한 김재식·박미현 부부는 초등 1·2학년과 고등 2·3학년 네 자녀를 두고 집안일, 농사일, 직장일을 병행하다 지난해 경북전문대 사회복지과 야간에 입학했다.
재가복지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아내 박미현씨가 사회복지사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후 남편도 집안일과 육아도 함께, 공부도 함께하자면서 나란히 등하교하며 모범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지난해와 올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아무래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직장도 다니니 무척 피곤했지요. 그래도 부부가 같이 공부하고 힘든 것을 서로 나누며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요양보호사로 97세 어르신과 만나 3시간 동안 친구가 되어주는 시간이 가장 뿌듯하다는 아내 박씨는 “하루에 한 숟가락 정도만 드시는 어르신인데 내가 권하면 좀 더 드신다. 내가 오는 날만 기다리시는데 다른 것 하지 말고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며 “가장 즐거운 모습으로 이야기하시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좋다고 말해 뿌듯하다. 내가 가는 날이면 어르신의 친구가 되어 드린다. 사회복지를 더 깊이 있게 배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남편 김씨도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선입견을 벗어버리게 됐다면서 사회적으로 노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제도적으로도 다양한 부분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사회복지를 배우며 도덕적인 것보다 근본적으로 노인의 삶을 들여다본 기회가 됐어요. 노인 우울증 등 다양한 것을 배우면서 겉핥기가 아닌 깊이 있는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죠. 무엇보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더 와 닿은 것 같아요”
부부는 사회복지를 배우면서 각자의 바람도 생겨났다면서 아내는 미래에 재가시설을 운영, 남편은 어린이와 관련된 일이나 교육시설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인터뷰 후 정복남씨는 “나이가 들어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번 기회를 빌려 경북전문대학교 사회복지과 전대성 학과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고 사회복지의 필요성과 경북전문대 사회복지과를 홍보하는데 열정적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