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전체인구의 5%를 차지하며 그 중 지체 장애가 가장 많고,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가 증가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장애인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장애인 중증 활동 지원 사업은 2005년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2007년 활동 보조 서비스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제도가 시행되고 16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의 질은 얼마나 향상되었을까?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보완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
흔히 사람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한다. 말 그대로 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고 비장애인은 장애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런 측면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나뉘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굳이 왜 이렇게 구분한 걸까. 장애가 있는 사람을 따로 구분함이 옳은 걸까. 어찌 보면 이렇게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차별일 수도 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말할 때 ‘장애우’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우(友)자가 벗이라는 뜻이니 장애를 가진 벗이라는 의미로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우리 정서상 맞지 않은 표현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를 떠나서 모두가 동등한 친구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애우라는 표현은 ‘지양’하고 ‘장애우, 장애인’ 말고 개개인의 고유한 이름으로 사람을 기억하고 표현할 일이다.
어떤 사람이 아플 경우, 특정 질병을 일컫는 말로 그 사람을 명명(命名) 하는 일은 없다. 장애도 하나의 질병으로 볼 수 있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라는 모로코 속담이 있다. 호칭은 그 사람을 대변하는 말이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가 어떤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장애인은 가족일 수도, 이웃일 수도,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아픔을 가진 사람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작은 배려로 누군가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에 유명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서울시 노원구 ‘헤어 카페 더휴’가 바로 그곳이다. ‘더휴’는 장애 이해 교육을 받은 미용사 두 사람이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복지사도 상주하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장애 유형별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커트, 파마 염색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은 어떤가.
장애인 및 고령자, 임산부 등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이며 제도적인 장벽을 제거하자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란 운동이 있다. 영주에도 이 운동에 동참하는 크고 작은 시도들이 있으며, 운동 정신에 부합하는 음식점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영주교를 지나 택지 방향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있는 감자탕집이 바로 그곳이다. 입구에는 문턱을 경사로로 만들어 휠체어가 진입하기 쉽게 해놓았으며 식당 내부와 화장실에도 문턱이 없어서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영주에 장애인 접근권이 좋은 시설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이상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애인도 사회가 제공하는 복지 안에서 그저 평범한 일상을 누려야 하는 존엄한 인간임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