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을 지나다 보면 정문 앞에 막사가 보이고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거기엔 농성 200일째라는 카운터와 환경미화원도 주말엔 쉬고 싶다거나 공무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며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투쟁이라든가 규탄한다와 같은 시위장의 단골 용어도 보인다.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며 그렇다고 시민들이 각별히 관심을 갖는 것 같지도 않다. 농성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아예 농성 자체가 일상의 일부가 되어 버린 모습이다

세월이 약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협상에 관해서는 세월은 약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감은 쌓이고 노사 양측의 주장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감정의 앙금만 플러스 되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노사간 협상의 현주소는 실익을 다투기보다는 힘겨루기 같은 분위기로 해석할 수 있겠다.

예전에 본지가 주장했듯이 노사 양측 모두가 영주 시민일진데 내막은 소상히 알 길이 없으나 교섭이 진도를 못내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아직 협상 테이블이라는 게 남아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그 간격을 좁히기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걸까.

무릇 협상은 협상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물론 거기에도 룰이 있어 어느 한쪽의 희망대로 진행되지는 못한다. 다만 지금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을 때는 사소한 이해관계를 접고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여기서 대승이란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이 영주시민을 위한 일인가이다. 다행히 아직은 협상 카드가 완전히 소진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궁색하긴 하나 다음 두 가지 정도의 해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장기화되는 농성의 끈을 끊기 위해서 노조의 출구를 마련해주는 방법이다,.

노조 역시 당초에 추진한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농성을 고집할 생각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별 이유 없이 농성을 중단한다면 그간 펼쳐온 자신들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부담은 노조 측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용자인 시 측도 노조의 농성을 무제한 방치하는 것은 사실 부담이다.

그러므로 시도 이쯤 해서 한걸음 양보하여 노조에게 농성을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노조 역시 이를 수용하여 명분있게 물러서는 게 필요하다.

협상이라는 게 전쟁처럼 승자와 패자로 선명하게 나눠지는 게임도 아니잖은가. 누가 어느 한 쪽의 치명적인 타격을 원하겠는가.

다른 하나는 제3자가 중재에 나서는 방법이다. 가급적 시의회가 가장 이상적이다.

시의회는 시민의 의사와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니까 개입할 조건도 충분하다.

그리고 노사의 입장과는 다른 객관적 시각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화해의 장을 마련할 수가 있다. 아울러 새로운 절충안까지 제시한다면 예상외로 쉽게 매듭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시민이 바라는 바는 노사 양측의 윈윈이다. 농성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러다가 정말 사람 골병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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