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나아가는 청년농업경영인 “고향에서 농사짓고 싶었어요”
농작물우수관리(GAP)인증농가로 지역 내 딸기품목 유일
딸기 우량묘 생산, 타 지자체 농업기술센터 등 판매도
젊은 청년이 고향인 영주로 돌아왔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새내기 농업인은 딸기 농사를 선택했다. 배우고 익히고 다시 배우기를 반복하며 배운 그대로 정직하게 농사를 지었다. 결실은 딸기의 새콤달콤한 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9일 ‘작은아씨네딸기농원’에서 청년농업경영인인 황지현(32) 대표를 만나 3년여 동안 키워온 딸기농사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
청년 농업인으로 고향에 정착
여느 청년들처럼 20대에 도시로 나간 황 대표는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 회사에 들어가 직장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고향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도 함께 품었다.
출퇴근과 반복되는 직장인의 삶에 익숙할 때쯤, 맞벌이를 하며 생강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퇴직 후 본격적으로 농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부모님도 퇴직하셨죠. 처음에는 다른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기반이 있고 부모님이 계신 영주를 선택했지요. 그 꿈을 현실로 이어온 지 올해로 3년차가 됐네요”
시에서나 주변에서는 고추, 양봉 등 여러 가지를 권유하며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도 소개했다. 그러나 딸기를 선택하고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논산에서 1년 동안 합숙하며 교육도 받았다. 그때 다양한 지원이 가능한 딸기 주산지인 논산으로의 정착도 살짝 고민했다고.
“딸기재배 기초나 심화 과정에 대해 교육을 받아도 아는 것이 없으니 하우스 설치, 기계관리 등 수십 가지의 관리법을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배운 그대로 올곧게 기반 다져
막상 해봐야지 무엇이든 알 수 있었다는 황 대표는 하우스를 지은 후 경북농민사관학교 딸기과정에 입학했다. 그리고 배운 대로 정직하게 하나둘씩 해결해 나갔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게 올곧은 마음으로 해나갔으나 기본 데이터 없는 새내기 농업인에게 처음 접하게 된 1년은 여러 가지의 상황들로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였다.
“지난 데이터가 있어서 올해는 좀 수월하게 보내고 있어요. 한파로 변수가 있었지만, 성격이 항상 미리 대비하며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그나마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우스가 갑자기 고장이 날 경우가 가장 무서웠죠”
1년마다 가입하는 재해보험이 끝나갈때쯤 새로 들어야 하는 상황에 태풍이 왔다. 하지만 태풍으로 재해보험가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져 아찔했었다는 황 대표. 그래도 눈과 비가 적당하고 일교차도 있고 다른 지역보다 재해도 덜해 영주에서 농사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농인이지만 알차고 강하게
소농인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황 대표.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고품질, 고수익을 낼 수 있는데 집중했다. 그런 노력이 빛을 보면서 택배, 체험, 시장, 가정배달, 현지 판매 등 주문이 이어졌다.
이에 경북농업기술원에서는 지난해 5월 농업인·교수·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상북도 지역의 수출특화작목을 경쟁력 있는 농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1차 중간평가회(딸기, 화훼)’에서 우수사례로 황 대표가 운영하는 작은아씨네 딸기농원을 방문했다.
“저희 딸기 하우스는 600평인데 지난해 1천평의 큰 하우스보다 더 수익을 올리게 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가장 보람 된 때가 딸기를 배달한 후 고객이 문자로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네요’라며 맛있다고 보냈는데 기대치에 부합한 것 같아 좋았어요”
소비자가 찾는 딸기 육묘 맛집
황 대표의 딸기농원을 부르는 또 다른 별칭은 ‘육묘 맛집’이다. 딸기도 맛있지만, 육묘장에서 3월부터 9월까지 직접 키운 모종을 딸기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사가면서 하는 말이다.
지역에서 상생할 수 있도록 전국 판매가 보다 낮게 판매하다 보니 우량묘를 원하는 영주·봉화에서 구입해 간다. 딸기는 모종이 중요해 병이 없고 모종이 튼튼하며 딸기가 다량으로 달리는 황 대표의 육묘를 찾는 것이다. 지역 외에도 타 지자체 농업기술센터로도 모종이 판매되고 있다.
“딸기는 13개월 농사라고도 해요. 저희는 15~16개월 정도로 해서 딸기 수확과 육묘가 겹치는 시간은 체력관리가 중요하죠. 이렇게 여름에 노력해 키운 모종이 잘 자라 농업인들에게 수익을 올려주고 병 없이 잘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는 기뻐요”
청년농업경영인으로 제안, 바람
이렇게 정성과 정직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황 대표의 작은아씨네딸기농원은 농산물우수관리(GAP)인증농가로 관내 딸기 농가로는 유일하다. 수확시기에는 친환경 방제로 식물추출물과 천적을 사용해 관리하고 있다.
이제는 황 대표에게 농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연락해 온다. 그러면 사람들에게 자신이 농사지을 땅에 하루동안 종일 서 있어 보라고 권한다. 이유는 시설이 좋아도 바람, 기온, 일조량 등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 대표는 “영주 서천둔치가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 영주의 농특산물을 품목별, 분기별로 장터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소비자는 좋은 농산물을 구입하고 소농인은 고품질의 농산물을 소매로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