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을 저임금으로 쓰고 버리는 도쿄에서 그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다. 그 결과 지방은 공동화되고 도쿄는 초고령화하고 있다.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에서 주장하는 요지이다.

그 책이 국내에 소개된 것이 2015년이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유사한 사회 현상으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것은 다들 아는 얘기다. 특히 지방에서의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농업의 몰락과 궤(軌)를 같이한다.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 영주시에 문을 연 것이 소백산귀농드림타운이다. 80억원 예산이 투입됐으며 지방정부의 귀농인 유입을 위한 전국 최초의 체류형 농업창업 지원센터이다. 매년 30가구를 모집 중이며 선발된 교육생은 센터 내의 숙소에서 체류하며 10개월간 교육받게 된다. 커리큘럼은 농업의 기초이론과 실습에서 스마트팜에 이르는 전문 분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고, 농기계의 사용법과 작목별 사양관리, 토양관리와 농막 짓기, 비닐하우스 설리, 비닐피복 농지 구입 같은 자잘하지만 현실과 밀접한 실용인 지식들로 짜여있다,

개원 이후 2021년까지 148가구가 드림타운의 교육을 수료했다. 이 가운데 97가구(66%)가 우리 시에 정착했다. 농촌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입주했던 일부 가구는 정착에 실패했는데, 이들은 이제 농업도 전문적 지식과 끊임없는 자기개발 없이는 어렵다는 현실의 높은 벽을 확인했을 것 같다.

물론 매년 1천여명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20가구 내외의 인구 유입은 일견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둔 성과의 파이는 규모의 한계에 다름 아니다. 질적인 면에서 정책의 방향은 분명 옳았고, 비젼과 발전 가능성의 잠재력도 풍부하다. 이는 다름 아닌 외부인의 평가가 웅변해 준다. 귀농을 생각하는 도시인 중에 소백산귀농드림타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공무원들이 보부상처럼 대기업을 방문해서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고 귀농, 귀촌을 안내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또한 1일 평균 4~5건 정도의 상담 방문 또는 전화 문의가 잇따른다. 교육생 선발도 적합자가 없으면 계획 인원에 미달하더라도 추가로 모집을 진행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을 얻었다. 즉, 양적인 실적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굴지의 농업 플랫폼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직도 과제는 남아 있다. 여전히 농업창업 진입은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안정된 고소득 작목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받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물 다르고 사람이 낯선 고장에서 이방인이 뿌리내리기는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교육을 수료했으나 귀농을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람들을 적극 포용하는 지원책이 요청된다. 시민들도 기회가 되면 이들의 손을 잡아 주는 데 인색하지 말자.

아무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직(?)에서 묵묵히 일하는 관련 공무원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아울러 이들 공무원에 대한 시 차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보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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