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하망동 보행환경개선사업과 관련한 용역보고회가 있었다.
주민들과 시 관계자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용역업체는 주차 문제에 대해 차도 확장과 보행자 도로의 축소라는 지역주민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탄력적 주차허용과 어린이를 위한 안심 승하차존의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노상주차장 설치와 도서관 주차장의 무료 개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여기에는 중앙초등학교 주변의 어린이 보호구역 내 노상주차시설 설치가 법적으로 제약을 받는 데다가, 또한 개선사업 구역 내의 도로 폭이 대체로 협소한 까닭으로 추정된다. 도서관 주차장의 무료 개방 역시 특정 지역 주민에 한해 혜택을 주는 일은 시민의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아직은 확정된 사항은 아니어서 용역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획기적인 대책이 없다면 주민들의 요구가 관철되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간 보행자 도로를 둘러싼 주민과 시의 갈등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타이틀의 메시지를 의역(意譯)하자면 지난 과거보다는 현실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지금은 주차문제가 보행환경개선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문제의 발단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본 사업은 그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기에 반영하지 못한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해 보인다. 국비를 가져와 구도심의 풍광을 보행자 중심으로 설계한 것이 흠결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살기가 팍팍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눈에는 보행 중심의 도로가 어쩌면 한가로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업으로 인한 작금의 주차난이 하망동 상권의 침체와 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다만 그 주범은 따로 있다. 시민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구 감소에 따른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이다. 사람의 생애가 그렇듯이 도시나 마을도 늘 일정할 수만은 없다. 성쇠를 반복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런 맥락에서 하망동 보행환경개선사업이 사업 초기부터 완전히 틀려먹지는 않았다는 거다. 시의 허물을 덮거나 합리화하려는 게 아니다. 달라진 것은 환경이며 통시적으로 본다면 지금이 그러하듯 그때 역시 나름의 명분과 이유는 있었다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옳고 그름이라는 것도 선택적 정의처럼 때에 따라서는 편의적일 수 있다는 거다.
어쨌거나 하망동 보행환경개선사업의 빛과 그림자는 어느 관점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그 몫은 시민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