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공평하면서도 공정한 사회를 꿈꾼다. 노력한 만큼 대우받기를 원하고 부당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일에는 분개한다. 공평은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고름을 뜻하고, 공정은 공평한 올바름을 뜻한다. 두 단어를 살펴보면 공정이 공평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공평은 동일한 분배가 필요하기에 물리적 힘이 발휘되며, 공정은 분배의 과정에서 윤리적 판단을 수반한다. 인간은 잘나고 못남에 상관없이 누구든 똑같은 기준에 따라 인격적으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차별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 특히 힘없는 약자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거나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자보다 약자에게 마음이 더 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자신에게 영향력이 행사되는 일 앞에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자 편에 서는 걸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힘없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약자에게 우월감을 느껴, 그 위에 군림하려는 이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자신에겐 관대하면서도 약자에겐 부정과 비난을 일삼는 이는 환영받을 수 없다. 사람의 태도는 강자든 약자든 한결같아야지 상대의 물리적인 힘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차등 없는 건강한 사회만이 공정과 상식으로 통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본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란 여성,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뿐 아니라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 자신감 결여로 남 앞에 서지 못하는 사람, 정서적 장애를 앓기에 늘 불안에 노출된 사람 등 물리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주눅이 든 채 시대적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이들 역시 사회적 약자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상대가 만만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비열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상대가 잘난 게 없고 부족할지라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봐 줄 때 자신의 격도 함께 올라간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쉽게 보인다고 해서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면 상대는 크나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선 안 되며 누구에게도 그럴 자격은 없다.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게 오만한 사람보다 강자에게 당당하고 약자에게 관대한 그런 사람을 우리 사회는 원하고 있다.
권력과 부, 명예 앞에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한 의(義) 따윈 아랑곳없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기득권에 들붙어 행세하는 이들을 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그 모습에서 나약한 인간상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 사람은 누구나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할지언정 인간적으로는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힘없고 내세울 것 없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와 차별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
개인의 희로애락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옳고 그름 앞에 당당히 맞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불리 앞에 말을 바꾸거나 약자 편이 아닌 강자 편에 서서 권리를 행사하려는 이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약자를 보호하고픈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그들의 부당함에 대신 분개하는 건지도 모른다. 억울하고 차별받는 이를 위해 함께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진심을 갖고 사랑으로 대하는 이들에게선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어떤 향보다 마음 편히 맡을 수 있는 사람의 냄새다. 진정성만큼 사람이 감동할 무기도 없을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힘든 마음을 헤아려줄 때 서로 간 소통의 문은 열릴 수 있다. 함께의 가치가 중요한 이유는 상대의 맞잡은 손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자든 약자든 차별 없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에게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진정한 강자라면 약자를 보호할 줄 알아야 하고, 약자는 주저앉거나 기죽지 말고 꿋꿋하게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건강한 사회의 조합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