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기린 목도리

-김현숙

추운 날
아무리 생각해도
기린은 서럽습니다

긴 목에 두른 목도리가
달랑 하나뿐인 게
자꾸만 서럽습니다

 

-너는 뭐가 제일 서럽니

미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목이 길면 목도리도 몇 개쯤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이해도 공감도 다 본인 기준에서 시작되기 때문일까요? 마찬가지로 오해도 불신도 자기 기준이겠죠? 이 동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라는 교훈을 또 깨닫게 해 줍니다.

비 그친 뒤 깜짝 몰려와 들락날락하는 꽃샘추위를 만나다 보면, 몸을 부풀리던 봄도 서러운 목덜미가 우는 소리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 목도리 몇 개쯤 가장 맑은 마음자리에 앉혀둔 누군가가 있어, “목도리가 달랑 하나뿐인” 기린 같은 친구에게 “점심이나 함께해요”라는 살 오른 봄 인사를 전할 목만 짧은 동물 친구도 주위에 있지 않을까요?

부드러운 바람, 정성스럽게 돋아나는 새싹, 피어나는 꽃들 사이로 ‘뭔지 모를 서러움’, 그것만 똑 따다가 부스럼처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동시를 읽으며 기린의 마음을 알아가듯, 우리 삶에도 ‘살핌과 공감’이라는 말이 늘 마음자리 으뜸에 놓였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