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부천·인천영주향우회장 맡아 ‘웃음꽃 피는 향우회’ 운영
지식주입형 과학교육 탈피, 국내유일 사설 과학관 건립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어머니 말씀 따라 사회생활
적극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가는 고향의 공직자 기대

영주를 떠났으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향인들은 다양한 모임을 하고 있다.

마을 단위 모임, 학교 단위 모임, 친족 모임, 읍면동 단위 모임도 있고 영주 출신의 출향인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 거주지역 지자체 단위의 향우회도 있다.

향우회는 대체로 거주지역의 지명을 딴다. 여러 향우회 중 가장 알찬 모임을 하는 향우회가 부천·인천영주향우회이다.

재경영주시향우회 박태규 신임회장도 부천·인천영주향우회의 활동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부천·인천영주향우회는 그 만남의 장이 격식을 따지는 딱딱함보다 즐겁고 웃음꽃이 핀다는 평을 받는다.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부천·인천영주향우회 모임은 즐겁고 재미있었다는 기억으로 화제에 오른다. 그 중심에 서병조 회장이 있다. 서 회장은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사업가이자 무역인이다.

서 회장의 미래 세대 육성의 기본에는 학생들이 과학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즐겁게 여기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서 회장은 학생들이 과학을 재미있게 여기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교구도 개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과학관을 사설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통상 과학관이라 하면 국립과학관을 생각한다.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두고 학년이 달라져 다시 가도 같은 컨텐츠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재미있고 즐겁게 다가가는 과학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립 과학관을 만들었다. 학생들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과학관 개념을 도입해 지금도 전국을 무대로 학생들을 찾아가고 있다.

어디에서 태어나 자라셨는지요?

문수면 월호리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문수초 출신입니다. 중학교부터 영주 시내 학교인 영주중과 영광고를 나왔습니다. 부모님이 문수에서 농사도 짓고 ‘구르마’로 물건을 배달하셨습니다. 지금의 유통과 물류의 원형이었다 할까요. 고생이 너무 많으셨습니다. 어머니는 늘 우리에게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그 어린 나이에 1년 동안 농사를 도왔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살면서 힘들 땐 그 농사를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진학 무렵 영주 시내로 이사를 하셨나요?

아닙니다. 당시 큰형님(서병국 영주축협 조합장)이 영주 시내에 사셨습니다. 부모님이 큰형님 집에서 학교 다니라고 하셨습니다. 큰형님은 군 제대 후 영주 시내 축협에 근무하셨고 무엇보다 형수님(김정숙 현 영주시의원)이 제 뒷바라지에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요즘 시대엔 시동생을 뒷바라지하는 게 보기 드문 일입니다만.

네. 그렇지요? 당시 철이 없어서 형수님이 제 뒷바라지하시는 게 당연한 줄로 알았습니다. 큰형님 내외분도 신혼의 시절이었는데...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큰형님 집에서 학교 다녔습니다. 형님과 형수님께 참 죄송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형제가 도시에 가 자리 잡으면 동생들이 줄줄이 따라가곤 했던 시대였지요?

그렇긴 합니다만 당시 형수님이 눈총을 주시지 않더라구요(함께 웃음). 형수님은 지금도 제가 영주에 가면 떡과 반찬을 챙겨주시고 쌀도 보내십니다. 지난해부터 시의원으로 매우 바쁘실텐데 저희 형제들을 챙기십니다.

고향에 자주 오셔야겠습니다.

그럼요. 자주 영주에 갑니다. 제가 7남매의 막내인데 저만 고향을 떠나있습니다. 제가 영주에 가면 저희 7남매가 다 모입니다. 객지에 나가 사는 막내가 왔다고 다 모입니다. 축협조합장을 하시느라 바쁜 큰형님도 물론 참석하시고 왁자지껄해집니다. 고생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고생도 즐거운 웃음 소재가 되나 봅니다.

형제간 우애가 멋집니다. 현재 과학교육 사업과 무역을 하시는데 전공이 교육인가요?

대학 전공이 전자공학입니다. 학생들이 미래 세대 주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학을 어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게 과학교육 사업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전자공학은 요즘 세상 변혁의 펜덤멘털이니 제 과학교육 사업을 함에 있어 전공과도 관련이 있다 하겠습니다. 또 저는 방송통신대에서 농업생명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생명과학이 새로운 미래 사업이 되리라 보았고 과학교육의 또 다른 중심이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과학교육은 공교육에서도 하고 학원 등 사교육도 있는데 그런 교육과는 무엇이 다른지요? 어떤 교육인가요?

공교육도 사교육도 과학교육이 입시 중심입니다. 기존 정답의 풀이에 중점을 둡니다. 많은 학생이 과학에 흥미를 잃고 있습니다. 어렵고 재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교 일선에서 일부 선생님들이 그런 지식 주입형 과학교육 탈피를 시도하는 긍정적 모습도 보입니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과학을 즐겁고 재미있는 분야라는 걸 학생들이 체험하도록 합니다.

체험이라면 과학관 견학 같은 건가요?

국가도 과학을 중시하여 국립과학관이 여러 곳입니다. 주로 보는 교육, 견학하는 곳입니다. 지식 주입형 공부보다 좋습니다만 재미있는 느낌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게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강화에 연 과학관인 강화창의체험관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학교 요청을 받아 학교 현장을 찾기도 합니다. 최근엔 창원, 대구, 군산에 갔습니다. 그동안 교구개발을 참 많이 했습니다. 교구개발을 하려면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개발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교구개발을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직접 체험도 합니다.

영주에도 오시지요. 영주에도 미래를 밝혀 한국을 이끌 잠재력 가진 학생들이 많을텐데요.

고향 문수에 과학관을 열려고 문수면 조제리에 부지도 확보했었습니다. 오래전 일입니다만 당시 행정당국자의 관심이 적어 포기했습니다. 고향에 과학사업의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싶었는데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고향에서 그 사업을 했더라면 고향에 많은 학생이 찾아올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현재는 강화도에 과학관을 열었습니다. 강화창의체험관입니다. 과학체험장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선진국은 이런 사립 과학체험장이 여러 곳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하던 과학교육 사업인 척척과학센터는 현재 조카가 경영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과학교육의 베이스캠프로 하고 싶은 포부도 가지셨었군요. 성사되지 못해 참 아쉽습니다. 이제 지자체 공무원들은 사업가가 되어야 합니다. 지역소멸 시대의 지자체는 영주라는 상품을 파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축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년에도 곧 선비문화축제가 있고 가을에도 영주 특산품들 축제도 있는데...

그렇습니다. 당시 공무원들은 무슨 일인지... 저는 어딜 가나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지 봅니다. 제 과학교육의 관점이 발동되나 봅니다. 세계풍기인삼엑스포 가서도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재미있어하는가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학생들이 재미있어 해야 합니다. 볼거리 체험거리가 많아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학생만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의미와 재미가 있어야 또 오게 됩니다. 의미가 있고 재미가 있는 컨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때, 영주시와 인천시 교육청 간 자매결연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영주에서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제가 그 자매결연으로 무슨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오래 전 버스 두 대로 과학교사와 학생들을 안내해서 옥녀봉 자연휴양림에 갔는데 휴양림 전화 받은 담당 직원이 ‘올려면 오소.’라고 전화를 받더군요. 기분 상하게 하는 말투였습니다.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말라는 것이지요. 휴양림에서 나올 땐 경비아저씨가 ‘쓰레기 하나라도 있으면 못 나가게 하겠다.’ 협박도 하더군요.

인천시와 베트남이 교육청 간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제 노력이 성사로 이어져 기뻤습니다. 교사 11분을 모시고 갔는데 베트남 정부가 경비 부담했습니다. 자신들에게 필요하다고 본 것이지요. 지역소멸위험지역 공무원은 바로 이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제안을 하면 ‘계획서 갖고 오세요.’란 식으로 대응을 하면 무언가 해 주려던 마음이 달아나게 합니다. 베트남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니 장학금도 전달하고 교육기부도 하게 됩니다.

회장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고향은 생명을 시작한 곳이니 그래도 고향에서 무언가를 하셔야지요. 교육기부도 하시구요. 협박입니다(함께 웃음).

그럼요. 제겐 고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하는 곳입니다. 제가 돌아가야 할 곳입니다. 예전 일이나 당시 경험했던 불쾌한 경험도 고향사랑의 마음으로 ‘우리 고향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인 걸요. 과학교육 기부만이 아니라 무역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도 현장의 느낌을 살려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면 학생들 눈이 반짝반짝 합니다. 고향에서 과학교육 기부도 기꺼이 하려 합니다.

서회장님의 과학교육 신념,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하다는 걸 알겠습니다. 노력에 감사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공무원만 하려 한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부모와 교사가 제대로 지도해야 합니다. 공무원만 하려는 젊은이가 많은 나라는 망합니다. 어른들 책임입니다. 선비의 고장인 고향 영주의 어른들이 이런 사회 현상을 깨야 한다고 봅니다. 공무원 취업만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세계를 무대로 우리 젊은이들이 활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서병조 회장의 프로필

- 문수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영광고등학교
-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한국방송통신대 농업생명과학과
- (현)부천·인천영주향우회 회장
- (현)강화창의체험관 관장
- (현)한국창의교육지원센터 센터장
- (전)척척과학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