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동백의 말뿌리에 관해 쓰고 있다. 동백은 제사장의 머릿기름이다. 본딧말이 ‘동박’이고 우리말과 범어가 어근을 같이하는 ‘박’은 동방에서는 제사장을, 서방에서는 말씀 즉, 신의 계시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박’을 포함하는 다른 말은 없을까? 나는 ‘太伯’에서 ‘박’을 찾았다. 태백이 본디 우리말이고 범어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말 ‘땅’은 ‘타’가 ‘따’가 되고 다시 ‘땅’이 된 것이다. 태백은 본디 ‘타박’이었을 것이다. 한자로 太伯이라 음을 적지만 땅, 대지를 뜻하는 ‘타’와 제사장을 뜻하는 ‘박’의 합성어다. ‘타’는 범어에서도 땅, 대지를 뜻한다. 그렇다면 ‘태백(타박)’은 무엇이었을까?
대지와 제사장이 합쳐진 말이라면 제단을 칭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태백(太伯)은 또, 산(山)의 의미로 통용됐다. 흩어지면 ‘흙’이고 모이면 ‘뫼’가 되는 것이 땅이 아닌가. 흙이나 돌로 단을 쌓아 올려 제단을 만들었을 터이니 ‘뫼’는 제단이나 무덤과 뜻이 통한다. 광활한 초원에서 하늘에 가까운 곳이 산이다. 기왕이면 솟아오른 산 정상에 제단을 쌓으면 하늘에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下視三危太伯可以弘益人間”라고 쓰인 대목에서도 太伯은 산의 의미로 쓰였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 아메리카 대륙의 신전들, 홍산문화 시대의 삼단 제단, 웨일즈의 스톤힌지 등은 모두 층층이 쌓아 올린 형태다. 밑변이 둥근 형태도 있고 정사각형인 것이 대부분이다. 집안시(集安市)에는 고구려 적석총이 수천 기에 달한다. 꼭대기에 제단을 설치한 내부에 시신을 안치한 피라미드다. 고구려인은 수많은 적석총을 매일 보면서 생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것을 무엇이라 불렀을까? 사람이 지은 것 중에 이름 없는 것이 없다. 하물며 선대왕을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곳을 칭할 이름이 없었겠는가? 나는 이를 태백이라 불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피라미드를 태백이라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배제대학교 손성태 교수는 스페인어가 전공인 언어학자다. 그는 멕시코 아즈텍문명을 연구하고 그들 아즈텍인들이 베링해를 건너간 우리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상투머리를 하고 흰옷을 입고, 아기를 등에 업어 기르고, 몽고반점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알려졌지만 그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은 과한 주장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아즈텍인들이 사용하던 ‘나와들’어를 채록한 기록을 멕시코나 서양의 학자들은 정확이 해석하지 못하지만 ‘마까기틀(몽둥이)’, ‘다기려(화가)’, ‘다메메(짐꾼)’, ‘다마치니(점쟁이)’, ‘다도와니(왕)’ 등 한국인은 조금만 생각해도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나와들’이라는 말도 ‘우리들’의 뜻으로 “나와 다들”이라는 말로 자신들을 표현한 것을 듣고 “나와들”어라 했다는 것이다.
윷놀이가 모놀이가 아니고 윷놀이인 까닭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고대의 윷놀이는 세 가락으로 놀았을 것이다. 세 가락으로 놀면 도,개,걸,윷 네 가지가 전부다. 그러니 윷놀이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아즈텍인들이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윷을 놀았는데 세 가락 윷을 놀았다. 세 가락 윷놀이가 윷놀이의 원형이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아즈텍 인들이 한민족이라 주장하는 손성태 박사의 근거가 적지 않다. 그런 아즈텍인들이 제단을 ‘태백Tepec’이라 불렀다.
큰 도시의 신전들은 저마다 섬기는 신의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작은 마을에서는 흙벽돌로 제단을 쌓았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묻는 스페인사람들에게 “타지왈태백”이라 답했다. ‘타로 지은 태백’, ‘타’는 땅이고 흙, ‘지왈’은 말 그대로 ‘지은’, 태백은 제단이다. 스페인어로 채록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음가를 되살려 나와들어가 우리말과 일치함을 밝혔다. 나와들어에서 태백은 산(山)을 뜻하는 보통명사이며 동시에 피라미드(제단)를 뜻하는 말이다. 어원으로 추정한 제단, 태백의 의미와 산으로 확대된 보통명사 태백까지 아즈텍문명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동백의 말뿌리를 따라 멕시코까지 갔다. 동백이 태백과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을 섬기는 천제단이 태백이고 하늘을 향해 방정하게 솟은 산이 태백이고 다듬어 쌓아 올린 제단이 태백이다. 태백에서 천제를 올리는 하늘의 아들, 천자(天子)의 머리 단장에 쓰던 것이 동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