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설마舌魔

-심승혁

“설마?”
사람을 잡는 중이다

누군가의 상상과 미움이 더해진 혀의 마귀가
귀에 바짝 붙어 마음을 요리하고 있다

재미있다는 웃음과 교묘한 비웃음을 섞어 설설 끓는다

굳이 음침하거나 어둠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검어서
몰래 핥는 사탕처럼 달콤한 믿음이 우러난다

“설마”
도리질하던 입이 번들대며 끄덕이는 동안
사람이 다 먹혔다, 이미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고백

저도 그랬습니다. “몰래 핥는 사탕처럼 달콤”했던 순간이 종종 있었습니다. 입속에 달린 설태 낀 혀의 마귀가 멀쩡한 사람 하나 잡는 줄도 모르고…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너 엿 한번 먹어 봐라’ 하는 깨방정으로 설친 적이 있습니다.

저도 당해봤습니다. “누군가의 상상과 미움이 더해진” 근거 없는 악담으로 수렁에 빠진 적이 자주 있었습니다. 등줄기 오싹해지는 인과응보의 최종회처럼 진심을 물고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리질하던 입이 번들대며 끄덕이는 동안”, 설마가 사실이 됩니다. “사람이 다 먹”혀 버립니다. 무엇보다 내 피붙이, 내 가족이 먹혀 버리고, 내가 먹혀 버립니다.

진중함과 가벼움 속에서 순간마다 안달이 나는 혀를 어찌 다스려야 할지는 누구보다 혀 주인이 잘 알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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