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외길’...신변 위협 속 ‘경제 정의’를 실천하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대학시절 숙식 해결 위해 고시반 들어가 회계사 합격
사기와 거짓의 분식회계 적발로 금융제도 변화 이끌어

반부패·청렴문화 확산 기여 공로 인정 ‘국민포장’ 수상
회계감사만 제대로 되도 경제정의는 구현 ‘원칙’ 강조

지난달 22일 열린 재경영주시향우회 임원회의에서 향우들의 천거로 신임 감사에 선출된 서학수 공인회계사는 “향우들의 바람대로 향우회가 발전하도록 적극 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학수 공인회계사는 한국 자본시장 발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을 받는다.

한때 세계 자본시장을 흔든 엔론 사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인 미국에서 ‘미국기업의 붕괴’라 불리는 사태를 일으켰다.

정부는 엔론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기 직전 이를 미리 발견해 예방한 공로로 서학수 공인회계사(이하 서감사)에게 ‘국민신문고대상 국민포장’(이하 국민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서 감사는 2010년 코스닥에 편법 상장을 하고 이면으로는 거짓과 사기로 사적 이익을 취하며 겉으로는 당시 재계의 새로운 별로 나타났던 코스닥 상장사의 부실을 적발했다. 그 부실이 더욱 깊어지면 한국 자본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었다. 당시 멀쩡한 회사를 부실로 몰았다는 모함을 받아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의 조사도 받았다.

회계감사를 하면 그 회사에 대해 외부에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 게 공인회계사 직업윤리여서 진상을 공표하지도 못하고 고소·고발과 협박을 당하면서도 인내해야 했다. 조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밝혀낸 그 코스닥 회사의 파행적 기업경영의 진상이 드러나게 됐다.

당시 그를 조사했던 금융감독원 담당자는 “제 지금의 자리는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 서학수 회계사가 계셔야 할 자리”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큰 족적이 높이 평가돼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반부패·청렴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상이었다. 그의 공적은 여러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컸다.

서 감사는 돈암 서한정 선생의 후손이다. 대쪽 같은 성품으로 인간 세상의 근간을 흔드는 세조의 왕위 탈취에 환멸을 느끼고 낙향한 돈암 선생의 후손으로 자부심이 있다. 그가 공인회계사의 직업을 통해 자본시장이 제대로 굴러가게끔 공적을 세운 것도 그 자부심과 연결된 듯 보였다. 서 감사는 인터뷰 중에 ‘정의’를 자주 언급했다.

재경영주시향우회에서 신임감사로 선출된 후 인사말 하는 서학수 공인회계사(오른쪽)
재경영주시향우회에서 신임감사로 선출된 후 인사말 하는 서학수 공인회계사(오른쪽)

어디에서 자라셨나요?

저희 집안은 영주시 새내마을이 고향입니다. 조선조 세조 임금 시절에 세조의 왕위쟁탈에 환멸을 느끼고 낙향한 돈암 서한정 할배의 후손입니다. 저는 처음 단산초등학교에 입학했다가 2년 뒤 구구초등학교로 전학해 졸업했습니다. 소수중학교를 나왔고 특전사 사령관을 거쳐 육사 교장을 역임한 김정수 장군이 중학교 동기입니다. 이번 향우회에서 오랜만에 김 장군을 만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고등학교는 영광고 27회입니다.

돈암선생이 낙향한 원인은 왕위쟁탈전에서 인성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자들의 행태에 실망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효자로 이름난 권득평의 이웃에 터를 잡은 것으로도 사람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했기 때문이라 봅니다. 저 역시 존경하는 분입니다. 고향을 지키는 형제분도 계시는지요?

맏형이 청구리, 둘째 형이 새내리, 누님이 영주 시내에서 살고 계십니다. 저희가 9남매인데 셋을 제외한 나머지는 타향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고향에 계속 계시다가 지난해 11월 돌아가셨습니다.

고향에는 자주 들리시는지요?

명절과 제사 때 고향에 들립니다. 맏형이 고향을 지키고 계시기도 하구요. 친구들 모임에 자주는 못가지만 가끔 참석하곤 했습니다. 벌초하러 가곤 했었는데 힘들어서 농협에 벌초를 맡겼다가 지금은 고향 지인에게 부탁해서 벌초합니다. 직접 후손들이 모여 벌초를 할 땐 선산이 세 군데로 산소가 많아 벌초가 무척 힘들더군요(함께 웃음).

M이코노미(2014년4월호) 표제 인물로나온 서학수 회계사
M이코노미(2014년4월호) 표제 인물로나온 서학수 회계사

직업이 공인회계사이고 대학 전공도 회계학인데 그 분야로 나아가신 것과 관련하여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저희는 형제자매가 9명이고 당시 대부분 그랬듯이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기엔 집안이 너무 가난했습니다. 하나만 제대로 교육시키면 나머지도 굶지 않는다고 하나만 대학진학을 하게 했던 문화도 있었습니다. 저희 집도 저 바로 위 형만 대학에 가고 저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으로 부모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나름 공부를 좀 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반원공단에 취직해 일하다가 군에 갔습니다. 군은 일종의 도피처이기도 했습니다. 제대 후 3년이 지나 성균관대 회계학과에 입학했는데 당시 회계학과를 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대학 재학 중 함께 자취하던 형이 당시 현대석유화학에 다녔는데 서산으로 발령이 나서 숙식을 해결할 곳을 찾은 게 대학교 고시반이었습니다.

당시 등록금도 아르바이트로 조달을 했는데 고시반은 숙식을 해결할 수 있어 고시반 입실에 응시했습니다. 먹고 잘 곳을 찾다 보니 고시반에 들어가게 된 거지요. 사실 고시반 응시를 하며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는 걸 알았습니다. 고시반 입실 2년 만에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합격했습니다.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뒤로 쭉 공인회계사 길을 걸으셨겠군요.

처음 세동회계법인에 입사했습니다. 저는 한 번 들어가면 그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생각이었는데 세동회계법인의 경영 문제로 회계사들이 흩어질 때 대주회계법인으로 옮겨서 지금 전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민포장을 받은 공적도 대주회계법인에 계실 때인가요?

대주회계법인으로 옮겼을 당시에도 나이가 어렸으나 일을 열심히 했더니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어린 파트너에게 어려운 일이 배정되곤 했습니다(함께 웃음). 옮긴 지 얼마 안 되어 이용호 게이트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회계감사를 제가 수행했습니다.

이용호 게이트, 정권이 흔들린 큰 사건이었지요?

네. 당시 이용호씨가 정권 실세들과 사진을 찍는 등 친하다고 떠들고 다녔다지요. 그때만 해도 회사가 부도 나도 부도 어음을 회수해 정상거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용호씨도 부도처리된 어음을 팔았습니다.

비정상적 거래였습니다. 저는 거짓과 사기로 점철된 재무제표의 내용을 밝히려고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어음이 부도난 회사는 퇴출시키는 쪽으로 금융제도가 바뀌었습니다. 제도상 큰 변화이지요.

부실 기업의 코스닥 우회 상장을 막는 제도는 그 뒤에 생겼나요?

당시 재계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말을 듣던 네오세미테크(주)가 있었습니다. 반도체 유통 및 태양광업체였습니다. 재무제표를 보고 분식회계의 사유를 밝히려고 하니 별별 협박이 다 들어왔습니다. 감사의견 거절을 했습니다. 결국 네오세미테크(주)는 코스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회사 경영진 쪽에서 수많은 협박을 했습니다. 처와 자식을 처가에 가 있게 하고 저는 외부에서 숙식했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는 개미투자자들이 ‘서학수 체포조’를 결성했다느니 해서 신변의 위협을 매우 크게 느꼈습니다. 개미투자자들은 회사 실정을 모르고 저는 공인회계사로서 그 회사 실정을 공표할 수 없는 직업윤리 때문에 항의도 못했습니다.

정상적으로 회계감사를 한 저에게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졌습니다.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제 일에 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검찰에서는 회계부정을 조사할만한 인력이 없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검찰에도 재무제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들이 충원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조사 시 조사를 담당했던 분이 ‘제가 물러나고 제 자리로 오셔야겠다’는 소회를 말한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가 제대로 부실을 밝히는 회계감사를 했다는 것이지요.

결국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그 회사 조사로 분식 내용이 밝혀지며 세상에 공표되자 개미투자자들의 저에 대한 오해도 풀렸습니다. 개미투자자들이 그 후부터 부실경영자 체포조를 결성했다고 하더군요. 기업이 정상으로 운영되지 않고 사기와 거짓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 기업도 멍들고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가 살아 작동해야 합니다. 경제정의가 살아 있어야 정상 사회가 됩니다. 사기 치는 사람이 없는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사회는 변화하니 또 다른 비정상 사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신뢰도가 중요하다고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바로 그런 사기와 거짓으로 기업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나라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리겠지요. 큰일을 하셨습니다.

직업윤리에 기반을 두고 정상적으로 했을 뿐입니다. 사람은 신언서판으로 평을 받고 기업은 재무제표로 평을 받습니다. 사회는 정의가 살아있어야 합니다. 자본시장 금융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나가는 코스닥 회사를 망가뜨렸다고 처음 오해를 받고 신변의 위협도 느꼈지만 검찰의 해당 회사 수사에 이은 기소 후 오해도 풀려 다행이고 더욱 중요한 건 허점을 보완할 제도도 새로 생겼다는 겁니다. 감사의견 거절이면 관리종목으로 떨어지고 관리종목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지 못하게 바로 상장을 폐지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며 비정상적인 기업경영의 현장도 목격했습니다. 투명한 기업경영이 기업을 발전시킨다는데 동의합니다.

회계사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봅니다. 재무제표에 있는 숫자 속에서 기업경영을 볼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면 기업이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도 보입니다. 직원이 회사돈 횡령하는 것도 보입니다. 회계법인이 기업컨설팅도 하는 게 그런 차원입니다. 고향의 기업, 애향인들의 기업이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 돕겠습니다.

영주시는 지방소멸시대 속에 있습니다. 조언의 말씀을 부탁합니다.

제가 깊이 알지 못합니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영주는 그래도 다른 지방도시 보다 선방했다고 하겠습니다. 영주시와 비슷한 인구로 있던 지방이 지금은 영주 인구의 반도 안 되는 곳이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의 객관적 시각에서 컨설팅을 받는 것도 괜찮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그에 맞는 대처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영주에는 골프장이 하나도 없습니다. 좋은 경관지와 유적지를 갖고 있는데 그와 연결하여 오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더 머물 수 있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골프장입니다. 민간이 하기 힘들면 시에서 주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시각을 바꾸면 말입니다.

큰 기업이 경북 북부에서는 제일 많지만 그래도 기업유치가 필요합니다. 기업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학수 신임 감사의 프로필

- 구구초등학교, 소수중학교, 영광고등학교
- 성균관대 회계학과
- (현)대주회계법인 전무, (현)대한휠체어농구연맹 감사
- (전)대한당구연맹 감사, (전)대주회계법인 감사, (전)대주회계법인 세무본부장, (전)세계미래포럼 감사
- (수상) 국민권익위원회 국민포장(반부패·청렴문화 확산 공로), 금융감독원장상 수상
- (저서) 객관식세법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