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는 영주댐을 얻는 대신에 모래가 흐르는 강을 내주었다.

강가의 아름다운 마을 여섯 곳을 지리부도(附圖)에서 지웠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땅과 그 땅에 얽힌 추억 모두를 수장시켰다. 500여명이 넘는 농부들은 본의 아니게 고향을 등졌다. 물론 그들은 고향을 지척거리에 두고도 아무도 갈 수 없다.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댐은 지어졌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엔 지어진 댐의 준공이 나질 않았다. 하여 댐 주변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산책 이외에 없었다. 일부 시민들은 생각했다. 이따위 댐이 어디 있는가. 우린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내주었건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외형만 댐인 콘크리트더미뿐이라고. 신분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댐이다. 불리지 못하는 괴물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의 일이다. 한때 농부였던 사람들과 내성천을 마음에 품었던 시민들은 댐이 세워진 곳으로 달려가 처연하게 시위했다. 잃어버린 고향을 돌려달라거나 더 이상 흐르지 않는 강을 복원해 달라는 거창한 요구도 아니었다. 고작 댐을 만들었으면 얼른 댐을 공식적으로 댐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다.

이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수몰지역에 있던 문화재의 이건(移建) 단지가 완성되지 않아 준공이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문화재 단지가 댐과는 관계없이 별도의 행정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관청인 환경부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런저런 핑계만 되는 중이다. 그리고 이게 현재 영주댐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사단이 벌어진 걸까.

우리 동네 어느 시인의 관용구를 빌리자면 다른 곳도 아닌 ‘영주 장터’에서 말이다. 중앙의 관료 분들은 11만 영주시민을 개돼지로 보는 걸까.

참고로 영주댐은 당시 주민들의 적지 않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9년 삽을 떠서 2016년에 완공됐다. 평은면 용혈리에 위치하는데 저수량이 1억8천만 톤이고. 여기엔 영주시 1년 예산을 훨씬 상회하는 1조 2천억 원이라는 혈세가 들어갔다.

건립 목적이 다목적댐이라고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차라리 아무 목적이 없는 댐에 가깝다. 하다못해 하류지역에 그 흔한 농업용수조차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알고 있듯이 6년째 준공도 나질 않고 있다. 비록 술자리지만 시민들은 농담 삼아 이런 얘길 한다. 살아생전에 이놈의 댐이 준공 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 살아생전에 준공이 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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