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봄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봄의 맛
이 시인의 요리 솜씨 좀 보셔요. 어찌 이리도 깜찍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생각지 못하고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함으로 새봄을 노래했습니다. 봄은 요리사, 겨울은 냉장고, 새싹과 꽃들은 자연의 식재료, 아지랑이는 막 완성된 요리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됩니다. 상징성과 현실성을 잘 결합한 게 한눈에 보입니다.
어제와는 다른, 산뜻한 바람이 부는 주변을 새롭게 돌아봅니다. 다 죽었다 싶었던 입맛도 살아나 젖줄을 빨아댑니다. 자연의 힘이든, 비유의 힘이든, 혹은 봄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희망이든 모두 설레고 어여쁩니다.
저도 봄이라는 요리사의 감칠맛 나는 재료가 되어, 솜씨 부려 성찬을 차린 식탁에 사뿐히 얹히고 싶습니다. 따뜻한 봄입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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