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고향 사랑 넘어 ‘구체적’ 고향 사랑 실천하겠다

회의를 주재하는 박태규 신임회장과 사회를 보는 권태환 고문
회의를 주재하는 박태규 신임회장과 사회를 보는 권태환 고문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해외 건설 진출 초기 해외 파견 포함 평생 건설업 ‘한길’
10남매 중 막내만 영주 거주...명절과 제사는 고향집에서

직장 생활, “거창한 보람보다 만족하면서 성실히 임했다”
고향 문제 관심 갖고 ‘고향사랑기부제’도 적극 동참 유도

지난 2월 22일 재경영주시향우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박태규 회장은 코로나19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 만큼 더욱 활발한 향우회 활동을 다짐했다.

가벼운 축하의 말로 시작한 대담은 영주를 걱정하고 영주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며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였다.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영주에서 학교를 하셨다면서요?

네. 하망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옛날 사방관리소, 지금의 영주시가족센터 옆이고 동산교회 옆길입니다.

초등학교는 집 근처인 영주중앙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만 졸업 동기 중 저 보고 영주초 졸업했냐 묻는 친구도 있습니다. 제가 영주초등학교와 영주중앙초등학교를 왔다 갔다 했거든요. 두 학교 출신 친구들이 서로 자기네 동문인 줄로 알기도 합니다(함께 웃음).

인근 학교인 영주초등학교 출신의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 건가요?

그런 점도 있습니다만 제가 두 학교를 실제 학적부상 왔다 갔다 했습니다. 당시 학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영주초등학교에서 2학년 마치고 3학년 때 영주중앙초로 전학 되었다 다시 영주초등학교로 가서 4학년 1학기 마치고 다시 영주중앙초등학교로 옮겨 졸업했습니다. 강제 전학이었습니다.

2022년 재경영주시향우회 송년회
2022년 재경영주시향우회 송년회

어린 나이에 친구들 새로 사귀고 공부하는 학교가 바뀌어 심적 고생도 하셨겠습니다.

제게는 충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거리이기도 합니다만 그때는 전학할 때마다 힘들었습니다. 요즘 사람들 말을 빌리면 ‘멘붕’이 왔었지요.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덕분에 같은 해 졸업한 두 초등학교 동기들이 다들 제 친구입니다. 친구 자산이 두 배입니다(함께 웃음).

형제분들이 많은지요? 형제 중 고향을 지키는 분도 계시나요?

저희는 10남매입니다. 이제 나이가 드니 가족들이 모이면 북적거립니다. 저희 세대가 형제가 많은 세대입니다만 저희는 좀 더 많은 편이었습니다. 이제는 한 사람만 빼고는 전부 외지에 있습니다. 미국에도 있습니다. 10남매 중 고향에는 동양대 근무하는 막내만 있습니다. 막내가 옛집을 주 1회 정도 찾아 관리하고 있습니다. 막내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막내라도 고향을 지키니 든든하기도 합니다.

2022년 재경영주시향우회 송년회에서(수석부회장으로-케이크절단 중앙)
2022년 재경영주시향우회 송년회에서(수석부회장으로-케이크절단 중앙)

고향에는 자주 들리시는지요? 형제분들이 주로 서울 쪽에 계시면 명절에 서울로 모이는 분들도 많던데...

저희는 명절에 고향 집에 모입니다. 제사도 고향 집에 모여 지냅니다. 차례와 제사를 고향 집에서 하는 건 고향을 자주 찾을 수 있고 형제들 간 우애도 더 돈독해지는 것 같아서입니다. 그렇다고 형제들을 영주에서의 명절이나 제사 때만 보는 건 아닙니다. 서울에서 모이기도 합니다(함께 웃음). 모이기만 하면 왁자지껄합니다. 옛이야기는 같은 이야기의 반복인데도 늘 웃음이 함께 합니다.

박찬흥 향우회장을 대신하여 장세일 고문께 '자랑스런 영주인상' 표창장 수여
박찬흥 향우회장을 대신하여 장세일 고문께 '자랑스런 영주인상' 표창장 수여

현재 건설(개발) 관련업을 하시는데 전공이 그쪽 분야인가요?

영주종고(현 영주제일고등학교)를 다닐 땐 화공 전공이었습니다. 왜 화공 쪽으로 갔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함께 웃음). 대학에서는 이과가 아닌 문과로 행정학을 전공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보다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건설 관련 업무는 주로 주택, 개발, 영업 분야였습니다.

첫 직장이 건설회사였습니다. 경남기업이 첫 직장인데 당시 가장 진취적인 건설회사였습니다. 해외 진출 1호 회사였거든요. 동남아 건설 현장에서 근무도 했습니다. 스리랑카 현장, 말레이시아 현장에도 있었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하수처리장 공사 현장이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철근콘크리트로만 58층까지 시공한 말레이 중앙은행 건물로 당시 말레이시아와 우리나라에서 화제였습니다.

뿌듯한 마음도 있었고 산업 역군의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당시엔 해외 나가려면 까다로웠습니다. 신원조회에 교육에... 한국 소득 수준이 지금처럼 선진국이 아니고 동남아 보다 크게 잘 산다고 할 수 없던 때입니다.

예전엔 평생직장이란 말로 한 번 회사 들어가면 그 회사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는 의식화도 있었지요?

입사하면 평생직장이란 생각이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경남기업이 대우그룹에 인수되면서 심적 고민도 있었습니다. 이후 한일시멘트그룹의 한일건설로 이직했다가 애경그룹으로 이직하여 그곳이 대기업으로는 마지막 직장이 되었습니다.

직장생활 하셨을 때를 생각하며 보람을 떠올린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저는 직장에서 맡은 일에 성실하게 임했다는 게 보람입니다. 무슨 거창한 보람 보다 그 자리에 만족하면서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제 나이대 사람은 저와 비슷한 사람이 많습니다. 돌아보니 저만의 길을 추구하기 위한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여된 자리에 성실한 게 제겐 보람이었습니다.

퇴직 후에 연금수령을 하며 젊은 삶을 무사히 마쳤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행된 이후 계속 직장생활을 하며 국민연금과 함께 했으니 처한 자리에 충실했었다는 자평을 하게 됩니다.

재경영주시향우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셨는데...

어제(2.24) 재경봉화군향우회 정기총회 및 신년교류회에 축하차 갔다가 충격받았습니다. 봉화군 인구가 3만 명이 안 된다고 합니다. 주민등록상 봉화군 인구로 잡힌 사람 중 3천 명 정도는 허구 숫자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우리 고향 영주시도 인구 10만명이 깨질 수 있다 합니다. 제가 조급한 마음이 들 지경입니다.

저는 몸은 서울 살아도 마음은 영주에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봉화군 인구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거주 인구가 줄면 방문 인구라도 많아야 하는데 타지역 사람들이 영주를 방문토록 많이 알려야 하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봉화 모임에 가셔서도 영주를 생각하셨군요. 고향에 대한 생각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산 좋고 물 맑은 수려한 풍광의 소백산과 선비의 고장에서 제가 태어났음에 부모님께 늘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난 애향인들의 마음을 대표하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재경영주시향우회장으로 각오를 한 마디로 표현하시면?

회장 취임 수락 시 말씀드렸듯이 중책을 맡아 책임과 걱정이 앞섭니다만 애향심과 봉사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회장님 말씀에 감사합니다. 향우회장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무엇인지요?

우선 재경영주시향우회 회원 상호 간 친목과 상부상조가 활성화되도록 가교역할을 충분히 하고자 합니다. 고향 영주를 위한 활동 계획을 실행해 나가겠습니다.

새로 구성될 임원진 및 원로들과 회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자신의 기반을 갖고 고향을 위해 기여하려고 하나 고향과 소통하고 계획을 실현하는 통로가 없다는 말도 많습니다.

향우회에서 앞으로 그 통로 역할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우선 영주시 서울사무소와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전임 서울사무소장 시절부터 풍기세계인삼엑스포 지원 등 사업에서 향우회와 긴밀한 연결을 하며 구축한 역량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출향인들의 고향 사랑이 깊어질 때 고향을 위한 아이디어도 더 활성화되고 실천도 강화됩니다. 고향에 기여를 많이 하는 분들을 보면 그런 공통점이 있습니다. 막연한 고향 사랑을 넘어 고향 영주의 자랑거리를 향우회 회원들이 아실 때 향우들의 고향 사랑과 고향 사랑 활동도 더욱 높아질 겁니다. 우리 고향 영주에는 세계문화유산인 천년 고찰 부석사와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습니다.

사람의 도리를 중시하여 봉기하려다 안타깝게 죽임을 당한 금성대군 등 충절의 상징인 금성단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모래강 내성천을 끼고 있는 외나무다리의 마을 무섬마을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랑거리 문화유적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선비의 시초를 연 회헌 안향, 세계사적으로 희귀하게도 이상 실현을 위해 미리 설계하여 나라를 세운 삼봉 정도전, 그 뒤를 이어 선비의 사표가 되는 여러 선비도 출향인들에겐 자랑거리입니다. 이런 자랑거리를 향우회원들이 잘 아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영주시에는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하는 특산품들이 있습니다. 영주사과, 풍기인삼, 풍기인견, 부석태 등 특산물에 대한 향우님들의 관심을 높여 홍보 효과가 더 커지도록 하려 합니다. 고향을 지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직접적인 보탬이 되게 말입니다.

고향사랑 기부제에 적극 동참할 계획입니다. 신임 영주시 서울사무소장도 요청하신 바 있고 향우회에서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고향을 위한 활동은 향우회 집행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통로로 향우님들이 고향과 연결이 되도록 향우님들을 뵈려고 합니다.

장시간의 대담에 감사합니다. 고향에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고향에서도 출향 향우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공직자와 시민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애향인 대담을 잇고 있는 영주시민신문에 감사합니다. 재부천영주향우회와 재안산영주향우회 등 수도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향우회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합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박태규 회장의 프로필

- 영주중앙초등학교, 영주 영광중학교
- 영주제일고등학교
- 단국대 행정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최고위정책과정 수료
- (현) ㈜아이앤티 사장
- (전) 영주중앙초등학교 총동창회장, 한일건설(주) 개발사업본부장, 애경그룹 AK네트워크개발 총괄전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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