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득 담은 쌀을 파는 진병국씨

▲ 사랑 가득 담은 쌀을 파는 진병국씨 내외
경상북도에서는 영주, 안동, 예천, 문경, 상주 지역이 맛있는 쌀로 유명한 곳이다. 물론 영주는 거기에 인삼과 사과, 한우 등도 그 명성이 알려져 있는 고장이다. 영주 사람이 1등급 쌀이 많이 나는 고장 영주에서 쌀장사를 하지 않고, 고향을 떠나 경기도 화성 땅에서 경기미를 도정하여 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안다.

안정면 봉암 출신의 진병국(60)씨는 영광중,고를 졸업하고 60년 후반 4H연합회 영주지역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 농민청년들의 중심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인물이다. 영주의 농촌청년들과 함께 지역근대화와 발전을 위한 일에 매진하던 그는 영주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던 해병대 장교 출신의 김해영씨의 선거일을 도우면서 한때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4H연합회 영주지역회장, 삼립식품 이사를 지내
하지만 해병대에 입대하여 제대를 하고는 이내 삼립식품에 입사하여 20여 년간 총무 일을 하면서 영주지역의 쌀과 사과를 구매하는 일도 하고,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마케팅 업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열심히 하던 직장생활도 나이 쉰 살이 다되어 이사를 마지막으로 그만두고는 충남 아산으로 가서 소를 키우기도 하고 농사일을 하면서 목장 일을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비로소 내 자리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는 진병국씨는 7-8년 소를 키우는 즐거움에 빠질 무렵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농사를 포기하게 된다. “겨우 환갑의 나이에 일흔은 다 된 것처럼 늙어버린 얼굴을 보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가벼운 운동과 온천 등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농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쉬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처가가 있는 들 넓고 물 좋은 고장 경기도 화성 발안에 터를 잡고는 정미소 사업을 시작했다. 화성 인근의 경기미를 거두어 도정하고 포장해서 경기도와 서울 인근에 배달도 하고 택배로 발송을 하면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남들보다 열심히 일한 덕분인지 작은 시골의 단위농협이 판매하는 쌀 매출에 견줄 만큼 수익도 늘었고 주변사람들의 인정도 받았다고 한다.

질 좋은 경기미 " 병국이네 쌀"을 파는 행복한 사람
그러나 요즘은 “농촌의 정미소에서 일할 사람이 많지 않아서 늘 일손이 부족한 것이 고통이라면 고통”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쁜 철이면 공장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24시간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정미소 일이 나락을 구매하여 공장으로 가지고 와서 도정을 하고 포장을 하며 판매하는 것까지 손길이 많이 가는 일이라 농사를 짓는 것보다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도 한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땀을 흘리고 있는 관계로 건강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고 한다.

정미소를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쌀의 상표를 정할 때의 일이다. 지금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딸 보라 양이 “아빠 친구 중에 유명한 만화가가 있다면서요. 그 분에게 부탁하여 상표를 만화로 그려달라고 해요” 라는 말에 동창생인 김판국 화백에게 상표와 포장을 부탁하여 아주 멋진 ‘병국이네 쌀’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발안합동정미소의 최상품 쌀은 ‘병국이네 쌀’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김판국 화백의 청개구리 그림과 함께 팔리고 있다.

그는 쌀장사는 단순히 곡물을 팔고 사는 장사꾼이라기보다는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의 행복을 전달하는 행복 파수꾼’임을 자처하면서 사랑과 정성이 담긴 행복한 쌀을 팔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알곡을 수거하는 일에서부터 도정을 하고, 포장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사랑과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먹거리의 소중함을 다시 느껴
“경기미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좋은 쌀이라고 합니다. 철원쌀, 여주, 이천쌀, 강화섬쌀, 화성미는 경기도에서도 좋기로 유명한 쌀인데 그 중심에서 제가 쌀장사를 하고 있으니 열심히도 해야 하지만, 그만큼의 애정도 있어야 신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쌀장사에 대한 철학과 애정, 땀의 정신 등을 밝히기도 한다.

최근에 그는 지방의 소매업자들은 물론 개인판매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대량으로 쌀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업체나 식당, 호텔 등에 판매를 하기 위해 다양한 영업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최상의 쌀을 보다 많은 업소에 공급하여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그의 마지막 꿈인 것이다.

그것은 지난 20여 년을 삼립식품에서 일하면서 배운 총무, 영업에 대한 노하우와 축산과 농사일을 하면서 배운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 쌀을 도정하면서 정성을 다하는 애정이 하나가 되어 보다 좋고 깨끗하며 맛있는 쌀을 식탁에 공급하고 싶은 그의 노력이 하나가 되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생산과 영업망 확충을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다.

한편 서울의 방배동에서 출퇴근하는 진병국씨는 정미소 일을 함께 돕고 있는 아내 성선모씨와 함께 대학을 다니는 아들과 딸을 하나씩 두고 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최상급 쌀인 ‘병국이네 쌀’ 20킬로를 사와서 나도 요즘 맛있는 밥을 행복하게 먹고 있다. 정말 식사를 할 때마다 점점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진병국씨 연락처 011-223-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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