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시농업의 창시자, 전직 서울시청 서기관의 특별한 ‘고향사랑’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명예홍보대사 위촉장 수여식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명예홍보대사 위촉장 수여식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서울시농업기술센터 근무 당시 ‘도시농업’ 개념 도입, 확장 앞장
풍기인삼엑스포 성공 개최, 화장장 현대화 예산 확보 등 보람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라’는 말에 적극 공감
도시농업은 농촌 농업의 경쟁 대상이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퇴직한 후 영주시 서울사무소장으로 봉직하다 퇴직한 권혁현 전 소장을 만났다.

서울시청 서기관 퇴직 후 영주시청 사무관 지휘를 받는 서울사무소장으로 근무하기가 공직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권 전 소장의 고향 사랑이 직급을 고려치 않은 봉직으로 이어졌다고 보여지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성공을 비롯 여러 활동을 하느라 건강이 염려될 정도였다.

서울사무소장을 그만둔 후에야 수술해 아직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권 전 소장은 우리나라 도시농업의 창시자이다. 도시농업 개념을 제안하고 활성화에 직접 나선 장본인이다.

권 전 소장과의 인터뷰는 우리고장 영주 출신의 강류담씨가 경영하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 담’에서 이뤄졌다. 권 전 소장은 인터뷰를 사양했으나 그의 애향심에 대해 여러 경로로 알고 있어 진행했다. 재경영주시향우회 장세일 고문을 비롯 여러 명이 깊은 애향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이라는 인터뷰 추천도 있었다.

ktx개통1주년 기념
ktx개통1주년 기념

4월에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이 이미 계획이 되어 있다구요?

네. 4월 8~9일 고향 마을인 풍기 삼가리(물소리펜션 예약함)에서 어렸을 적 마을 친구 16명의 모임이 있습니다. 매년 하는 모임이고 공무상의 일이 없으면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합니다. 그 친구들과 만나면 마음이 참 편합니다. 그 만남은 힐링의 시간입니다. 어릴 적 친구들이 가장 부담이 없고 잘나고 못나고의 생각이 들지 않는 사이라 좋습니다. 물론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계시다 돌아가신 곳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학교는 삼가리에서 다니셨나요?

풍기북부초등학교 삼가분교가 그때 당시 우리 학년은 22명으로 기억되며, 1학년과 2학년, 3학년과 4학년이 복합반으로 운영되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가장 오래 다닌 학교이고 그때 함께 다닌 친구들이 가장 친한 친구들입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여러 군데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순흥초등학교에 입학해 1학년을 다녔습니다. 풍기북부초등학교 삼가분교에 다니다가 졸업은 안동의 용상초등학교에서 했습니다. 삼가분교 학생들은 5학년이 되면 본교로 옮겼으나 저는 본교에 옮기지 못하고 전학을 했습니다. 아버지 말씀에 따라 안동에 계시던 형님 집으로 가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국비확보설명회
국비확보설명회

영주시 서울사무소장을 하시기 전에는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계셨는데 영주로 오실 생각은 없었나요?

처음 발령지가 평택이었습니다. 잠시 근무하다 군에 입대했습니다. 군 제대 후 파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파주 근무 중 고향으로 전보를 요청해 부석으로 가게 됐습니다. 당시 부석 부임을 위해 가는데 길이 순흥까지만 포장돼 있었습니다.

아내가 처음엔 남편의 고향 지역이라 따라나섰는데 비포장길로 한참을 더 들어가니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영주에서는 저를 부석 출신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아마도 제가 부석면에서 근무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함께 웃음).

귀농귀촌1번지 영주 강연
귀농귀촌1번지 영주 강연

도시농업 개념을 처음 만들고 활성화하셨다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도시농업을 육성하려 하셨나요?

네. 영풍군를 거쳐 1987년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로 전입해 과수, 조직배양, 화훼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당시 농산물 수입자유화와 경지면적 감소 등 농업여건이 어려웠습니다. 급속히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소비자인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지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자 2005년에 직제 개편을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서울에만 있는 도시농업팀을 만들어, 미래 도시농업지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도시민을 위한 친환경농업 실천은 물론 가정 원예 식물병원, 어린이 자연학교, 텃밭 운영, 근교원예 등 도시민이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잠재력을 키우는 도시농업, 도시나 도시 인근의 노지토양·옥상에서 다양한 작물이나 가축을 생산·가공·유통하며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감축, 도심온도 저감,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있습니다.

1992년도에 도시농업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서울이 도시지만 공간을 활용해 농사를 충분히 지을 수 있습니다. 관광농원, 주말농장, 텃밭 등으로 도시농업을 확산하며 더욱 활성화할 수 있었습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유휴공간이 나오더군요. 옥상농업은 바로 그런 공간창출입니다. 당시 2개과로 구성해 교육·농업기술 전파에 나섰습니다.

도시텃밭용 농지 확대, 참여자 교육 및 공동체 활성화 지원, 텃밭 편의시설 개선 등 추진으로 도시농업의 지속적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2007년 ‘서울특별시 친환경 농업 및 주말체험 영농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의 제정은 커다란 전환점입니다.

서울을 비롯 대도시에서 개최되는 정책토론회, 세미나에 참가해 도시농업 발전을 위한 제안 및 토론을 했습니다. 2012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해 농림부 직원과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법 제정 후 전국적으로 도시농업이 확산됐습니다.

서울시 퇴임식 때 가족과 함께
서울시 퇴임식 때 가족과 함께

도시농업을 도입하고 활성화시킨 보람이 크나 봅니다.

그럼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세대별 작물 재배 여건을 감안한 교육 자료도 만들었습니다. 도시농업은 ‘홀로보다 함께’를 장려했습니다. 이를 통해 도시재생도 하고 지역공동체 의식 함양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도시 직장인의 여가 활용 기회도 되고 도시 어린이들의 자연체험 기회도 줄 수 있었습니다.

또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때로는 조부모를 비롯 3대가 함께 하여 가족애도 키울 수 있고 작물을 심고 싹이 나오는 걸 보살피며 키우면서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도시농업 활동에서 나오는 사회적 가치 실현과 함께 경제적 가치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종자은행을 설치해 2002년 월드컵 기간(5.25~ 6.30) 내내 한강, 중랑천, 안양천변 등지가 유채꽃이 만발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유채는 서울에서 통상 4월에 핌) 당시 월드컵 기간 중 꽃이 피게 하려고 노심초사했습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 농촌이 더 힘들어지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시농업 활성화는 도농교류 촉진제가 될 수 있습니다. 농사 경험 없이 귀촌했다가 다시 떠나는 분들이 많은데 은퇴 후 또는 젊은 시절 귀촌하는 분들의 귀농 훈련이 되어 농촌의 인구감소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현재 농촌의 농업은 점점 더 전문화로 가고 있어 도시농업이 농촌 농업의 경쟁 대상이 아니라 상호보완이 되리라 봅니다. 지금 농촌 재배 모종들이 도시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도 상호보완 효과 사례입니다.

농업 관련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동안 쌓은 인맥을 활용하여 고향에 도움을 좀 주시지요.

요청만 있으면 얼마든지 봉사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관련 공무원 등 이미 지역 특성에 맞는 농업 역량을 키운 분들이 고향에서 여러 활동을 하시는데 제가 자칫... 그렇지만 제가 도움이 되는 분야가 있으면 적극 참여토록 하겠습니다.

영주시 서울사무소장을 하며 실망도 하고 보람도 느끼셨으리라 봅니다만.

실망은 뭐.. 제 역량이 부족해서이고... 보람은 우선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성공적 개최에 작지만 일조했다는 겁니다. 세계풍기인삼엑스포에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저희 서울사무소는 향우회의 적극적 협조 속에 많은 사람의 엑스포 참관에 공들였습니다.

재경영주시향우회를 비롯 경기도 여러 지자체 영주향우회 애향인들이 많이 힘쓰셨습니다. 재경영주시향우회 이강기 조직국장 같은 분들의 열정적 활동이 특히 기억납니다. 장세일 회장님, 김종태 회장님 등 향우회 원로 어른들도 적극 밀어주셔서 78개 단체 버스 140대, 4천900여 명이 엑스포에 다녀오셨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영주농특산품 소비 진작 활동도 보람이었습니다. 풍기인삼, 영주한우, 영주사과, 풍기인견, 도라지 등 영주 농특산품 소비촉진은 늘 활기가 있습니다. 재경영주향우회를 비롯 영주향우회 애향인들이 함께 하여 모처럼 만남을 즐기는 기회가 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영주시 화장장(火葬場) 노후 문제 해결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습니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 경북도청,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서를 여러 차례 찾았습니다. 다행히 사업비 89억이 확보 되었지만 추진이 지연되어 걱정도 됩니다.

또 장세일 선비포럼 회장님과 함께 농촌협약 공모사업으로 농촌지역 주거, 문화 등 농촌 생활권 활성화 사업비 433억원 확보에 일조하였습니다. 현 청량리 출발 ktx의 서울역 출발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다행히 영주 애향인과 우리 영주시를 비롯 타 지자체와의 공동노력으로 금년 중 ktx의 서울역 출발이 실현되리라 봅니다.

아쉬운 점도 있을 듯합니다. 애향인의 한 사람으로라도 이야기를 해 보시지요.

아쉽다면 제가 처음 꿈꾸었던 활동을 다 못한 거지요. 제 역량 부족이라 봅니다. 다만, 영주시 서울사무소장을 물러나 출향인의 한 사람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서울사무소는 시장 또는 부시장 직속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영주시 서울사무소는 영주시청 여러 부서의 서울사무소이니 한 개과 산하에 두면 그 역할에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영주시의 인구 10만이 깨진다고 합니다. 큰일이지요. 영주를 고향으로 둔 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영주향우회와 영주시 발전을 위해 깊은 관심을 가진 분이 ‘고향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지 바라기보다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도 절대 동감입니다. 자신이 태어난 읍면 단위를 넘어 영주 전체를 위한 애향도 중요합니다. 물론 자신이 태어난 곳을 더 사랑하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객지에서는 영주 모든 지역이 고향입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권혁현 소장의 프로필

- 순흥초등학교, 풍기북부초등학교 삼가분교, 용상초등학교
- 경안중학교, 안동고등학교
- 경북대 상주캠퍼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 자연자원대학원(석사)
- (전) 영주시 서울사무소장
- (전)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소장, 선임연구위원
- (전) 한국방송통신대 강사
- (저서) Auxin와 cytokinin 및 활성탄처리가 Lisianthu의 기내 대량증식에 미치는 영향 (1992. 석사학위 논문) / 도시농업 참여 실태와 다원적 기능 가치 평가(공저) 외 다수
- (수상) 녹조근정훈장, 농촌지도대상(우수), 농림부장관 표창장, 농촌진흥청장 표창장, 서울특별시장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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