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속에만 있어라. 오래전 시인 이상화는 이렇게 노래했다. 그리고 인간은 정말 그 꿈이라는 상상계를 미술이라는 그릇 안에 녹여냈다.

주지하다시피 그림은 오랫동안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일종의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고 습속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림은 호모 하빌리스라는 DNA를 가진 생명체로서 욕망하고 기록하며, 때로는 하위징아Johan Huizinga의 놀이하는 인간을 켜켜이 보여주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 대상이 자연이든, 사물과 침묵 사이의 공기이든 혹은 사람의 모습이거나 사람의 내면 풍경이든 간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은 인간의 꿈으로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럼에도 문명과 기술의 발전, 디지털과 자본주의라는 육식(肉食)의 생태계 속에서 그림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중앙에 예속된 지방 미술은 더 빠르게 쇠락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고장 영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언제부턴가 그림은 대중들에게 멀리 떨어져 미술인들만의 리그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영주시민신문과 아트랩즈음(관장 송재진)이 공동 주관한 작은 그림전이 2월 10일부터 2월 19일까지 즈음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수년간 계속된 코로나19로 인한 시민의 피로감, 각박해지는 목마른 현대인의 마음을 정화하는 한편, 침체된 지역 미술의 문화적 토양을 바꾸기 위해 기획되었다. 비록 소품들이지만 한국 미술계의 허리격인 22명의 중견 화가들의 의식과 지역미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으며, 고작 차 한 잔의 시간이면 멀리 크로마뇽인으로부터 가까이는 팝아트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매개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템플스테이에서나 가능한 느림의 미학과 고요의 사치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림에 관심을 가진 시민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양질의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다.

그림이든 글이든 문화적 오브제는 그것을 향유하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인간이 없는 예술은 한마디로 넌센스라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전시 오픈에 참석했던 박남서 영주시장의 발언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시도 문화‧예술을 미래의 먹거리로 삼겠으며, 특히 미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강덕창, 강준, 김동진, 김만용, 김보현, 김선옥, 김예순, 김은보, 김지인, 박동수, 송재진, 신재순, 신현대, 원종석, 이미경, 이병화, 임환재, 장미숙, 전성진, 정선, 최은지, 홍병우(가나다 순) 작가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