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우리말 ‘동백’은 ‘동박’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 제주도와 남부 해안지방에서 사용되던 방언들도 동박, 돔박, 돔바기, 도바기 등 ‘동박’과 유사한 것들이다. 동백(冬柏)은 ‘동’과 ‘박’의 합성어인데, 그중 ‘박’은 주로 제사장의 의미로 쓰였다. ‘박’이 제사장의 의미로 쓰인 예를 살펴보자.
신라는 ‘혁거세’ 무당을 마립간으로 추대하며 개국 되었다. 혁거세 마립간은 하늘에 제사 지내고 천명을 받들어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이었다. 그 후손들이 두 가지 역할 중 제사장이었음에 자부심을 두고 박(朴)을 씨명(氏名)으로 삼은 것이 분명하다. 또, 중부·이북 지방에서는 남자 무당을 박수(박수무당)이라고 한다. 한자 말 박사(博士)·박수(拍手)·복사(卜師)에서 온 말이라는 설이 있지만, 북방언어의 남자 무당을 뜻하는 말이라는 주장이 더 믿음직하다.
나는 여성 중심의 성(姓)을 쓰던 문명 초기에는 여성 무당이 사회를 통솔하였으나 남성 중심의 씨(氏)족 사회로 변화되면서 ‘박’이 대두되어 사회를 통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중심인 무(巫堂)의 세계에서 남성이 무당 역할을 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그런 까닭으로 남자 무당을 ‘박’으로 불렀을 것이다.
우리말 ‘박’에는 제사장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말에만 ‘박’이 있을까? 이런 것을 연구하는 분야가 비교언어학이다. 아쉽게도 ‘동백’은 주목받는 이슈가 아니라서 연구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박’을 들고 인터넷 창을 두드렸다.
“영어는 우리말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전문 학자가 아닌 사람이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다가 확신을 가지고 책을 펴냈다. 나는 그분의 글을 읽고 많은 부분을 수긍했다. 예전부터 나도 가지고 있었던 같은 의문을 먼저 제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선망하는 선진 문물을 교류하며 기술과 사상, 언어를 전파한다.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서 지배 족속의 언어를 피지배 족속의 언어에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두 언어 속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나온다면 역사를 심각하게 재고해 보는 것이 옳다.
똥(dong), 파리(fly), 모기(mosquito), 배(belly), 배(pear), 보리(barley), 뚝방(bank), 굿(good, God). 중학생 때, 영어를 배우면서 이상하다고 느꼈던 단어들이다. 자작나무의 본래 이름은 봇나무다. 북한의 ‘문화어’로는 처음부터 봇나무다. 그런데 대륙을 넘어 영어로도 봇(birch)나무다. 봇나무의 ‘봇’은 껍질(白樺樹皮)을 말한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북방의 ‘봇’을 가져다 만든 말다래에 기린을 그린 것이다. 말을 탄 왕에게 신(天)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는 주술적 의미였을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가 친연성이 높다고 의심한다면 영국인의 조상과 한국인의 조상이 과거 어느 시기 언어를 공유할 만큼 밀접한 관계였다고 의심해야 한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영어와 한국어의 친연성의 이유를 짐작케 하는 것이 있다. 산스크리트(범어梵語)다.
산스크리트에서 ‘박’은 제사장을 뜻한다. 강상원 박사는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한 한글학자다. 그는 옥스퍼드 산스크리트 사전을 외우다시피 연구한 결과 산스크리트는 한국어와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고대 한국어가 범어이며 그 뜻을 적은 글자가 한자라는 것이다. 사투리라는 말 자체가 크사트리아 계급이 사용하던 언어를 뜻한다는 것이다. 크사트리아(Ksatriya)는 인도 카스트 중 두 번째 계급으로 왕족과 무사, 즉 정치적 지배계급이었다. K를 묵음하면 크사트리아는 사투리와 같은 말이다.
우리말 사투리는 사투리 족속이 쓰던 말이라는 것이 그분의 주장이다. 우리가 어원을 알 수 없었던 우리 말의 뿌리를 [옥스퍼드 산스크리트 어원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언어학자들은 영어의 뿌리가 산스크리트라고 한다. 영어 알파벳은 산스크리트 철자가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말 동박의 ‘박’, 옥스퍼드 산스크리트 어원사전에서는 ‘VOC’ 항목이다.
범자 어순대로 나열하고 음가를 영어로 적고 있다. VOC 또는 VAC는 ‘말씀’, ‘노래’, ‘말씀을 전하는 자’, 동사로 ‘선언하다’로 기재되어 있다. 동쪽의 행위 주체자는 ‘박’을 제사장 즉, 행위자라는 의미로 썼다. 그런데 같은 말 ‘박’(VOC)을 서쪽에서는 제사장이 전하는 말, 말씀이라고 쓰고 있다. 영어단어 vocabulary는 우리말 ‘박’과 어근이 같은 것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요한복음1-2’ 머리에 기름(동백) 부어 자신(天)이 내려보내신 자임을 증거 한 자, 그를 일러 성경에서는 기독이라 한다. 동백의 뿌리는 이토록 깊고도 넓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