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노을

-김도환

노을빛이 하늘에 생기면
하늘 구름이 큰 귤이 되고

바다에 노을이 비치면

주황색과 노란색이 섞인
오렌지 주스가 되지.

노을을 바라보다 보면
아름다워 시간 가는 걸 모르네.

 

-다시, 사랑할 시간

이 시는 동시일까요? 아닐까요? 정확히 말하면 ‘어린이시’입니다.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다운 심리와 정서로 표현한 것이라면, ‘어린이시’는 어린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것입니다. 어때요? 둘의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겠지요?

아이들 마음자리에는 광이 나는 것도, 녹이 슨 것도 놀라운 보물로 스며듭니다. 어느 날 문득 만난 노을도 그렇겠지요. “하늘에 생기면 큰 귤이 되고 바다에 비치면 오렌지 주스가 되”는 단순하고 명쾌한 생각이 아이다운 시가 됩니다. 귤이 되고 오렌지 주스가 되었던 노을도, 언젠가는 그만의 곱슬곱슬한 자화상으로 들끓는 고백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어린 감성도, 커가는 감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는 김도환 어린이가(지금은 20대 초반) 10살 때 쓴 것입니다. 그가 초등 6년 동안 쓴 시를 모아, 그의 부모가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 만들어 준 시집 속의 한 편입니다. 우연히 저도 한 권 얻어 지금껏 간직하고 있고요. 아이도 부모도 대단하지 않나요?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가는 시간을 잠시 놓으며, 세상의 모든 어린이에게 넝쿨지겠습니다. 사랑이 터져버리듯, 그들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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