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소 값의 급락으로 축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다들 알고 있듯이 이번 사태는 쇠고기 공급과잉으로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사료값 상승으로 생산비가 늘어나면서 촉발되었다. 게다가 얼마전 인근 시군에서는 축산 농민의 극단적인 선택이 있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이런 가운데 농민단체에서는 한우 가격 안정을 위해 암소의 시장격리와 소비자 유통 개선, 사료 값의 차액 보전 등을 촉구하고, 정부가 한우 값 폭락을 방치할 경우 전국적인 소 반납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우가격은 대체로 사육두수에 따라 상승과 하락의 곡선을 그리는데 이를 산업 용어로 비프 사이클(Beef sycle)이라고 한다. 국내 한우 산업의 경우 대략 10년을 주기로 가격의 등락을 반복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여 자료를 찾다보면 작금의 소값 파동이 10년 전의 풍경과 놀라울 만치 닮았다는 것은 오히려 놀랍지도 않다. 이쯤 되면 시민들도 이번 한우 값의 폭락이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것이다.
다만 소 값의 하락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다보니 소비자인 시민들은 남의 일처럼 치부하거나 그 체감 정도가 낮을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런 불미스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내막을 들여다보면 쉽게 두 가지 정도의 문제를 지목할 수 있다. 먼저 코로나 19이후 소값 상승으로 한우 사육두수가 적정선을 넘게 되면서 사단이 났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무분별하게 증식된 한우 두수를 2~3년 이내엔 줄일 방도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물론 축산농가는 소 값의 상승시 한우 증식에 대해 유혹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농가가 간과한 점이 있다. 한정된 수요에서 공급만 늘린다고 이익이 극대화 되진 않는다는 거다. 과잉 공급은 결국 가격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정부의 느슨한 대처도 한몫을 했다.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정부로서는 사육두수가 늘어가는 징후가 있을 때 수급 안정 처방을 내려야 했다. 물론 정부도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축산물의 시장 개방과 연동되어 있어 수급 조정에 분명 한계가 있겠으나 가격 하락 폭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미 하락세가 본격화된 와중에 정부의 입장은 그야말로 딜레마다.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약발이 먹힐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오히려 농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사태를 지켜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다
대강 정리해보면 소 값 폭락 사태를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향후에는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테면 정부와 축산 농가의 긴밀한 협업이다. 정부는 비프 사이클에 맞춰 농가에 대한 지원이나 한우 수급 정보를 적기에 제공하고, 농가는 정책 기조를 읽고 공급 조절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것도 실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어쨌거나 현시점에선 이 정도 선에서 자위할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하여 시인 고은은 이렇게 노래했던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