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고향쌀 나하나 너하나 나누기 운동' 참여 기념
'고향쌀 나하나 너하나 나누기 운동' 참여 기념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기하급수적 변화 속 한우산업’ 문제 해결, 기존과 다른 대응방안 추진
체류인구 증가 위해 스마트폰 영화제, 티저영상 등 시각 바꾼 정책 필요

고향세 적극 활용, 출향인은 고향에 기여하고 고향은 정 담아 보내야
지역 문제 해결 위해 척박한 청년과 여성들의 정치 환경 변화도 필요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영주 한우 직거래 장터는 금방 매진됐다.

2003년부터 직거래에 참가한 영주한우가 강남구 주부 사이에 그 맛과 품질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영주한우는 소백산과 태백산의 양백을 끼고 키우는지라 그 품질이 좋다고 다들 말한다. 한우의 품질이 공기와 물에 많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영주한우를 비롯 한우의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30%를 약간 넘는 정도임에도 최근 소값 파동의 재발 조짐이 보인다. 생산비 폭등에 고물가 고금리로 소비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전국 한우생산자 모임인 (사)전국한우협회 황재택 전무도 이러한 문제를 비롯해 한우 내수 및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해 실현 가능한 현실적 방안 마련을 위해 뛰고 있다.

황 전무는 한우를 둘러싼 변화를 ‘기하급수적 변화’라 말한다. 기존 대응 방안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황 전무를 만나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자주 울렸다. 그는 생산, 유통, 소비 관련 전문가들과 빈번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황 전무는 영주 출신이다. 모친의 기제사 참여를 위해 고향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한우수출분과위원회 회의 중(위원장 황재택 전무)
한우수출분과위원회 회의 중(위원장 황재택 전무)

한우 산업 발전을 위해, 특히 한우 생산 농가 권익을 위해 바쁘시군요.

현재 국내 쇠고기 소비시장에서의 한우 비중, 이를 자급률이라고 하는데 30% 약간 상회 수준입니다. 내수시장은 경직되고 수출은 질병 비(非)청정국 지위와 낮은 가격경쟁력으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사육업 진출, 수입 축산물 공세, 산업 종사자 고령화 문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소 수요공급 불일치 현상(cattle cycle)만으로도 버거운데 탄소중립 문제, 배양육과 같은 대체육(전통단백질모방식품) 산업 등장 등 우리 한우산업은 매우 위태롭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규제도 날로 강화되는 기조라 한우협회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 피발영관(被髮纓冠.머리를 풀어 헤친 채 갓끈을 맨다는 뜻으로, 몹시 바쁜 상황을 이르는 말) 형국이라 하겠습니다. 한우 농가 권익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다 보니 바쁠 수밖에 없습니다.

한우협회 전무로 취임하시고 업무 파악과 함께 산적된 현안 해결을 위해 뛰느라 고생이 많겠습니다. 한우협회 비전이 무엇인가요?

우리 회원 농가들이 ‘한우협회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라고 할 정도로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직원들이 직장인 전국한우협회를 사랑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외부에서 모두 부러워하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우 내수 비중도 많지 않고 수출도 많지 않은데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요?

한우 시장 경직으로 회장(한우협회 김삼주 회장)님과 임원진을 비롯 회원 농가들이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값 하락에 유통, 소비, 사육환경 등 시장의 복합적 변화로 절체절명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대응책으로 이 위기를 타개해야 합니다. 저는 한우수출분과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내수 증가만이 아니라 한우 수출을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수출 시장이 다시 열릴 수 있도록 해외 시장의 신뢰 획득이 중요합니다. 소비자 Needs에 맞출 수 있는 자체적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그동안의 고급육 중심 마케팅에 더해 영세농가 및 중등육 출하 농가 보호와 다양한 소비층 공략을 위한 이원화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한우는 세계적 우수 품질이나 아직 해외 시장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현지 시장에 맞는 인지도 제고 방안 수립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정리해야 하는 시점인지라 내부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매뉴얼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시점에 다시 인터뷰 기회가 오면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천의 징검다리를 보며 '어릴 때를 생각하니 좀 비틀거리면 어때'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황재택 전무
서천의 징검다리를 보며 '어릴 때를 생각하니 좀 비틀거리면 어때'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황재택 전무

우리 한우 산업 발전을 위해 큰 족적을 남기시길 바랍니다. 품질이 뛰어난 한우의 생산지 영주에서 태어나 자라셨는데 추억거리 몇 가지 소개 부탁할까요?

고향, 추억은 많고 늘 그립지요. 어릴 적 어머니가 학교 앞에서 가게를 하셨습니다. 오뎅 국물과 함께 어슷하게 반으로 자른 오뎅 끝자락의 맛이 기가 막혔구요. 어머니 심부름으로 교무실 라면 배달 갈 때, 부끄러워 짜증 냈던 기억도 납니다. 생전에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해 가슴 한 켠에 쓰라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집에서 원대이(지금의 원당로로 당시 개천이었고 다리가 있었음)를 거쳐 휑한 도로 따라 대구의원(현 기독병원 자리) 앞을 지나 등교했던 기억도 납니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뒤쪽으로 이사했습니다. 조선일보 송의달 선임기자 뒷집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그 집에서 지냈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있습니다.

학창시절을 모두 고향에서 보내셨군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영주에서 수학했습니다. 대학도 군 전역 후 영주경상전문대학(현 경북전문대학) 야간 경영학과에 입학해 낮에는 남영주새마을금고(당시 안길좌 이사장)를 다녔습니다.

번개시장 상인들과 역전 상가를 대상으로 예금도 받고 대출금을 회수하는 일을 했는데 노점상 하시는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몇십만 원을 대출받고 매일 일수로 변제하며 미안해 하고 고마워하시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전국한우협회 전무 이전에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도 하셨지요?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공무원 생활도 했습니다. 최교일 의원과의 만남이 특별했습니다. 중앙지검장 출신이라 ‘검사스럽겠지’란 선입관으로 대면하니 옆 동네 넉넉한 아저씨 스타일이라 ‘어~ 검사가 아니네’란 생각이 들더군요.

국회 근무하며 영주역사 신축 결정, 인삼엑스포 설립 공모전, 부동산특별조치법 등 굵직한 현안 해결에 일조했다는 것이 고향을 위한 조그만 역할이었다 싶습니다. 또 영주시청 천순옥씨가 주도했던 ‘고향쌀 나하나 너하나 나누기 운동’이 의미 있었습니다. 당시 참여한 당직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근무하셨는지요?

조동하 시인의 싯귀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를 좋아합니다. 민원인을 대할 때 민원이 무엇이든 그분들 입장에 서려 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무작정 찾아오셔서 면담 요청을 하셨습니다.

해결 불가능한 민원이었으나 시청 담당자께 부탁드렸습니다. 그분 말씀을 진지하게 들어 드리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최소한 보여주셨으면 하는 부탁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도 해결 불가능 민원인 걸 알지만 들어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답답하셨다 합니다.

나중에 그 할머니가 고맙다 하시면서 후원금 500만 원을 보내 주셔서 다시 돌려드린 기억도 납니다. 민원인들은 안 되는 일인 걸 알더라도 누군가 자기의 답답함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고 일하는 보람이라 생각합니다.

진솔하게 민원을 들어주는 마음. 그런 마음이 보람으로 연결되었군요. 고향에서 정치를 하고 싶은 청년들도 있는데 선배로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당원교육이라고 하면 교육대상으로서의 당원이 주체입니다. 이제 청년들과 여성들의 정치 활동은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청년들이 교육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 공연, 발표, 토크쇼 등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영주에서 시도해보았습니다.

처음 주저하던 청년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당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을 이끌게 했더니 좋아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방식이 이루어지도록 방어막 역할 정도만 했습니다. 아직 정치를 꿈꾸는 청년과 여성의 생활 정치력 향상을 위한 환경과 구조가 척박해 안타깝습니다.

고향에 살면서 참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빚을 많이 졌습니다. 가끔씩 얼굴과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들을 기억합니다. 오거리 영남의료기 김성문 대표는 서천의 새벽 풍경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내 줍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인데 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그중 서천의 징검다리를 보며 비틀거렸지만 넘어지지 않고 지금에 이른 내 모습에 ‘뭐. 조금 비틀거리면 어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주는 지방입니다. 지방 소멸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 당국자 또는 시민에게 제언하실 게 있다면 무엇인지요?

어느 지방이든 인구 소멸 걱정이 화두입니다. 지금까지 기업유치와 신생아 지원 정책 중심인데 효과가 높지 않습니다. 이제 체류 인구 유입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문화관광 자원과 스포츠를 활용해 관광객이 넘치도록 하는 게 지자체의 과제라 여깁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금 도시재생 구역에 스마트폰 영화제, 티저영상 대회 등을 열면 관심도 끌고 참여도를 높이며 흥미 유발이 가능할 겁니다.

역전과 경북전문대 사이 도시재생이 추진 중이던데 육거리 원형 로타리를 무대로 만들고 고급음향, 조명시스템 설치로 버스킹이나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지원한다면 젊은이들이 전국의 유명한 까페를 찾듯 몰려들지 않을까요? 그 외 많은 생각이 있지만, 급하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미루고 시급한 곳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도농복합지역 영주는 소백산과 태백산이 맞물려 천혜의 자연 속에 인삼, 사과, 인견 등 특산품과 맑은 공기와 맛난 물을 먹고 자라 육질과 품질이 최상인 한우는 최고 먹거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쌀보다 고기 소비가 앞지르는 지금 한우 산업 육성이 농촌의 중심산업으로 최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규제 대신 해결책을 수반하는 지자체의 수고로움을 기대합니다.

고향세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고향세 활용으로 출향인은 고향발전에 기여하고 고향은 출향인에게 인정을 담아 보낼 수 있습니다. 풍부한 문화유산과 최고의 특산품이 어우러져 관광자원과 최상의 먹거리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잘 가꾸면 누구나 가고 싶은 활력 넘치는 경제도시가 될 것입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황재택 전무 프로필

- 동부초, 영광중, 영광고
- 영주경상전문대학(현 경북전문대학교)
- 현)사단법인 전국한우협회 전무
- 현)한우수출분과위원회 위원장
- 현)농협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관리위원회 위원
- 현)국립축산과학원 현장명예연구관(지도관)
- (전)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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