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다르게, 색다르게’...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성공을 일궜다

초록마을 환경감시단 발족
초록마을 환경감시단 발족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내년에 귀향 준비 ... 사업장 이전도 검토 중
인문계 출신이면서도 각종 특허 보유한 기업인
수필 하나, 소설 두권을 출판한 문인이기도

귀향을 준비 중인 애향인이 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은퇴 후의 귀향이 아니다.

사업장을 고향으로 옮기고 싶다는 기업인이다. 바로 우리고장 가흥동이 고향인 김종은 회장이다.

인문계 전공자이면서 특허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기업인이면서 문인이기도 하다.

본인은 그냥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간이 남으니 썼다고 한다. 작가가 아니라면서 처음엔 작품 소개를 사양하기도 했다.

하시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요?

시스템 비계 제작 회사입니다. 시스템 비계는 높은 곳의 작업대를 지탱해 주는 가설 구조물입니다. 수직재, 수평재, 가새재 등 각각의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해 사용합니다. 2021년도부터 5층 이상 건물 건축 시 의무적으로 써야 합니다. 현재 단독 주택을 지을 때도 시스템 비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비계를 쓰면 비용 절감과 안전 확보에 유리합니다. 저는 관련 KS마크 24개를 갖고 있고 관련 특허를 3개 냈습니다. 시스템 비계 사업 전에는 매출 약 700억의 자동차 업종 회사였습니다. 제가 특허를 갖고 있었는데 결국 회사 임원 출신에 매각했습니다. 작은 회사의 성공 아이템 매출 규모가 커지면 대기업에게 먹히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공장을 방문한 선배님들과
공장을 방문한 선배님들과

전공이 경영학인데 제조 관련 특허를 여러 개 내셨군요.

네. 제 성격상 새로운 걸 보면 거꾸로 해보면 어떨지, 다르게 해보면 어떨지 등 색다르게 생각을 합니다. 꼭 전공을 따라 연구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루 4~5시간 자면서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허를 여러 개 출원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혹시 고향에도 투자하실 계획이 있는지요?

저는 조만간 귀향 예정입니다. 얼마 전 어머니 돌아가신 후 귀향 생각이 더 커졌습니다. 내년쯤 귀향해서 살 집을 지을 예정입니다. 영주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고향 애착이 더 생깁니다. 영주에 사업장도 낼 생각입니다. 10년 전에도 공장 영주 이전을 검토했는데, 당시 영주시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포기했습니다.

사실 공장을 영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아쉬움이 많습니다. 관련 업종의 회사가 전부 경기도에 있어 인력 확보와 기술 교류 면에서 영주로 옮기면 불리할 수도 있었는데 옮기려 했거든요.

고향친구들과 함께
고향친구들과 함께

초록기업인협의회 회장이신데.. ‘초록’이라 하니 환경 관련 기업들 모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초록마을’이란 회사도 있구요. 관련된 게 아닌가요?

아니요. 관련 없습니다. 경기도 화성 지역이 ‘초록’ 용어를 많이 씁니다. 거기서 기업인협의회를 하다 보니 앞에 ‘초록’이란 말이 들어간 것뿐입니다. ‘초록마을’이란 회사와도 관련 없습니다. 물론 환경에 관심도 높습니다. 2019년에는 저희 기업인협의회와 주민들이 같이 환경감시단을 만들었습니다. 기업들이 폐기물 등을 처리할 때 법을 지키는지 환경 감시 활동을 합니다.

기업은 주민들과 함께 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마을회관 등 어르신들이 모이는 곳에 가면 바로 팔을 걷어 설거지 등을 하곤 합니다. 어른들이 좋아하시고 칭찬하시지만, 제 기분이 좋으니 제 스스로를 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공장에 애견이 여러 마리입니다. 잡혀가고 팔려가는 개들이 안쓰러워 한두 마리 더 비싼 값에 사다 보니 어느새 20마리 되더군요. 분양하고 현재 13마리인데 사료값만 약 300만 원입니다. 회사 직원들이 모두 좋아해 직장 분위기도 정말 좋습니다.

특허 및 품질인증 획득 기념식
특허 및 품질인증 획득 기념식

대표님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니 문경 출신으로 나오더군요.

아하. 네. 제가 태어나기는 외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문경의 기운을 받으란 말씀도 하셨다고 합니다. 당시엔 친정에 가 출산하는 어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외가에서는 태어나고 나서 며칠 있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요즘엔 거의 병원에서 태어나는데 ‘병원 출신’이라 하는 건가..(웃음). 외가에서 돌아와서는 어린 시절을 가흥동에서 보냈습니다.

당시 친정에서 출산하는 산모들이 많았지요. 공부는 영주에서 주로 하셨나요?

네. 영주서부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영주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학교 다닐 때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고향 친구는 학교 같이 다닌 친구들이 대부분이지요. 만나면 부담 없는 친구들입니다.

혹시 학교 다닐 때의 추억 거리를 소개할 것이 있나요?

저는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목소리 높인 적도 없었고, 친구들에게도 욕도 못하고 싸우지도 못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하하 그래서 그런지 지금 갑자기 학교 다닐 때의 추억거리를 말하려니 생각이 잘 나질 않습니다.

모범생이셨군요. 부모님의 영향 아닌가요? 부모님은 영주에 계시는지요?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정미소를 하셨습니다. 정미소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업이었습니다. 어려운 친구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윤택했습니다. 아버지는 인사를 잘 하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선비의 고장인 지역 정체성의 영향일 수도 있겠습니다. 또 거짓말과 욕설을 하거나 싸움을 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잘못하면 체벌 대신 반성문을 쓰게 하셨지요. 당시 친구들의 반성문을 보면 몇 줄 정도였는데 저는 한 장 넘어가게 썼습니다. 어떤 잘못인지, 왜 잘못했는지, 잘못을 더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든지 그런 내용을 상세히 적었습니다.

반성문 쓰시면서 필력이 좋아진 것 아닌가요?(함께 웃음) 책을 세 번이나 내셨잖아요.

그런 면도 있습니다(함께 웃음). 첫 번째 출판된 《다시 꿈꾸며 살아도 되잖아》는 2020년 4월 나온 책으로 수필집입니다. 저의 성장 과정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그 이후에 2권의 소설책을 출간했습니다. 연애소설이라 할까요. 첫 번째 소설책은 2020년 10월 출판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입니다. 많은 사람이 겪을 수 있던 이야기지만 지금 세상의 연애와는 다른 지난 시간의 연애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소설책은 첫 소설의 후속작으로 제목은 《하늘엔 별 하나 내 안엔 너 하나》입니다. 책 읽은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하긴 합니다.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긴 뭣하고 저 혼자의 이야기이지요 뭐. 고등학교 때 환갑 전 책 두 권은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다행히 꿈을 이루긴 했습니다.(함께 웃음)

초중고를 영주에서 다니셨는데 지금도 모교와 고향을 위하는 마음이 깊으시다 들었습니다.

모교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모든 동문의 공통점이지요. 다만, 제가 기업을 하고 있는지라 영주서부초 총동창회장을 3년 동안 맡았고, 현재 영주고 총동창회장을 현재 3년째 맡고 있습니다. 영주중 재경동기회장을 했습니다.

영주향우회는 현재 부회장으로 있습니다. 동문회 활동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했습니다. 회장인 제가 앞장서서 장학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주량도 매우 약하시다는 데 기업 경영하기에 힘들지 않으셨나요?

네. 저는 담배와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담배는 대학 시절에 끊고 지금까지 피지 않고 있습니다. 술은 전혀 마시지 못하는 건 아닌데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향 친구들을 만나도 막걸리 한 잔 두 잔, 맥주 한두 병 정도입니다. 경기도에서 기업인협의회장을 하고 있습니다만 다들 제가 술을 못하는 줄 아십니다.

한때 강남에 사무실을 두고 있을 때, 한 달 술값만 천만 원이 나오곤 했습니다. 이젠 그럴 돈이 있으면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접대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어 다행이긴 합니다만 업종별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도 구매하는 쪽이 자신에게 밥 사고 골프 접대하면 더 좋게 보는 현실을 봅니다만 답답합니다.

접대 문화 개혁 캠페인을 하시는 중인가요?(함께 웃음)

그 정도는 아니고...(웃음) 지금도 기업인들을 만날 때면 술을 꼭 마셔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제 여성 경영인도 늘어나는 등 접대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고 바뀌어야 합니다. 제가 업종을 바꿔 사업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그런 접대를 싫어해서입니다. 접대 요구자에겐 안 팔면 됩니다.

접대하면 더 많이 팔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수요자들이 필요해서 주문하니 그런 접대와는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딸이 경영에 참여하고 나선 더 더욱 품질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경영 승계도 하신 건가요?

작은 기업은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몇 년 전부터 작은 딸이 경영에 참여하고 나서 회사도 더 나아졌습니다. 내년에는 플로리스트로 일하면서 학교에서 강의하는 큰딸도 경영 참여 의사를 보여 힘이 납니다. 이제 저는 욕심을 내고 싶지 않습니다. 딸들이 그리는 경영에 도움을 주는 쪽에 더 힘을 실으려 합니다.

조금전 공장의 영주 이전 검토를 말씀하셨는데 영주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러 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현재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 말씀을...

기업 유치는 대부분 큰 기업을 생각하지만 큰 기업 공장은 인력을 많이 쓰지 않습니다. 점점 더 무인으로 갑니다. 유치가 힘들뿐더러 유치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작은 기업 유치에 중점을 두면 더 좋습니다. 중소기업이 들어와 뿌리내릴 아이템을 찾는 데 중점을 두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 여러 개 모으면 대기업 유치보다 고용 효과가 더 높습니다. 중소기업 혜택 방안을 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입주가 지지부진한 공단 부지 내 숙소 신축도 필요합니다. 현재 영주의 큰 공장은 안동이나 예천 거주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숙소를 지어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 인력 유치도 좋고 그들이 주 소비를 영주에서 하니 지역 경제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김종은 회장 프로필

- 영주서부초등학교, 영주중학교
- 영주고등학교
- 수원대 경영학, 고려사이버 경영학
- 경희대 경영대학원(수료)
- (현)초록마을기업인협의회 회장, 에스엔와이(주) 회장
- (저서)《다시 꿈꾸며 살아도 되잖아》(2020년), 《하늘엔 별 하나 내 안엔 너 하나》(2022년),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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