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12월 6일 새벽 4시부터 치러진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우리 팀은 1-4로 패했다.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와 비기고, 가나에 패해 불가능해 보였지만 강팀 포르투갈을 2-1로 물리치고 16강 토너먼트 진출했었다.
축구공이 둥근 것은 맞지만 체력이 달리고 기량 차이가 큰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이번 경기는 수준 차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12년 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오르며 선전한 선수와 감독 코치진에게 감사드린다. 몇 일간이지만 TV 앞에서 즐거웠고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 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중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7개의 축구장을 새로 건설했고, 교통과 통신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공항을 새로 지었고 100여 개의 호텔을 지었다. 이를 위해 2,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00조를 쏟아부었다. 이는 직전 두 대회에 비교해 15배에 달하는 비용이다.
그에 반해, 개최국 카타르가 얻게될 경제적 이득은 관광객 130만 명이 11.5억 달러에 불과하다. 월드컵을 통해 카타르를 세계에 홍보하여 중장기적으로 관광산업 증대, 무역과 투자 활성화 등으로 카타르 경제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겠지만,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 월드컵을 치르는 것이 타당한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 288만 명 중, 자국민이 고작 28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가 왜 이렇게 무모해 보이는 이벤트사업을 한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그리고 쿠웨이트는 산유국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복 받은 땅이다. 그들은 석유를 무기로 국제정세를 쥐락펴락했다. 1962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상을 맡아 OPEC(석유수출국기구)을 창설해 석유자원을 무기화해 아랍의 번영을 이끌었던 이가 셰이크 아메드 자키 야마니다.
그는 OPEC의 의장이 되어 1970년대 석유파동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지만, 그렇게 해서 유가를 끌어올려 낙후된 유목 사회였던 아랍 국가들을 근대국가로 발전시키는 부의 원천을 마련하였다. 그런 그가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석유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고 경고했었다.
두바이는 모래뿐인 바닷가 어촌마을을 현대적인 항구와 도시, 상업 중심지로 변모시켰고 페르시아만에는 인공 섬, 팜 아일랜드를 조성했다. 무역, 물류, 관광, 금융 분야의 혁신적인 인프라를 구축하여 2019년 기준 비석유 부문의 GDP 기여도가 50%를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관광 인프라가 우수한 두바이가 큰 수혜를 입고 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하에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으로 「네옴」 신도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약 1조 달러를 사용해 서울의 43배 크기에 달하는 규모의 신도시를 지을 계획이다. 카타르는 현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왕세자가 국왕을 대신해 통치하고 있다. 타밈 왕세자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프랑스 축구팀 파리 생제르맹 FC 구단을 소유하고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 등 축구계의 아이콘들을 수집해 리그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2월드컵도 타밈 왕세자의 스포츠 비즈니스 구상에서 나온 것이다.
석유로 부를 축적한 아랍의 전제군주제 나라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가 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혁신적인 미래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로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앞장서서 석유 없는 세상에도 번영하기 위해 국운을 건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의 현재 모습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가 허상만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싸우는 우리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면서, 「석유 없는 미래」를 준비하며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서슴치 않는 석유 부자나라의 번화한 모습을 본다. 세상은 언제나 예상보다 빨리 변한다. 석유 없는 세상도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있는가? 불현듯 「석유 없는 세상」이 도래했을 때, 새벽의 축구 경기처럼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나라를 보면서 “장렬하게 싸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