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예산을 조율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집행부로부터 예산안을 넘겨받은 의회는 예산 심의에 분주하다. 심의는 그저 주판을 튕기는 숫자놀음이 아니다. 관련 부서의 사업 계획을 보고 받고, 보충 질의를 하면서 예산의 타당성과 능률을 분석한다.
한해의 살림살이에 관한 금전적 설계이니 만큼 시의원들의 어깨도 여느 때보다 무거울 것이다. 들리는 바로는 우리 고장 예산도 바야흐로 1조원 시대에 돌입했다고 한다. 예산의 규모는 커졌으나 과연 그 실상과 내실은 어떨까. 청년들은 외지로 빠져나가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들 과제에 대한 의회의 궁리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예산과 관련해서 시의회에 두 가지 정도 조심스럽게 주문해 본다.
먼저 불요불급한 예산은 확실하게 정리하면 좋겠다. 모든 예산안에는 분명 옥석이 있다. 이를 가리기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고심과 수고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테면 선거공약과 연계된 선심성 예산은 모쪼록 가려내야 한다. 또한 국비사업으로서 시민의 생활과 거리가 먼 사업들도 단호히 배제되어야 한다.
일일이 거론하기에 민망하지만, 그동안 실효성이 없는 적지 않은 사업들이 국비사업이라는 허울을 쓰고 시민의 세금을 낭비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관련법이나 조례 없이 관행적으로 편성된 보조사업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삶의 질을 염두에 둔 생활 밀착형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작금의 시민들은 고물가, 고금리의 수렁 속에 있다. 게다가 내년도의 경제 전망 역시 그리 밝지가 않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1%대로 예상하는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서민의 복지나 청소년의 육성보호, 그리고 문화예술 분야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같은 사소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사안들이 내년 예산에서 소외될까 걱정이다.
주지하다시피 시의원은 시민을 대표한다. 그러나 그 대표성은 시민의 생각을 올바르게 대변함으로서 생겨난다. 다시 말해 모쪼록 의회가 시민들의 생각을 읽고, 이를 예산에 반영해주길 기대한다.
다만 이런 바람 이전에 전제되는 일도 있다.
다름 아닌 영주시 살림살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다. 의회가 견제하고 있다고는 하나, 시민들 역시 예산의 용처나 가성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시민의 관심은 시 예산에 대한 이중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산은 시민의 세금에 다른 말이다. 시민은 자신들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당연히 알권리가 있고 또한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이 적정하게 편성했는지 평가할 방법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회기 중에 한 번쯤 의회를 방문해 참관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이다.
세상사가 늘 그렇듯이 수고 없이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