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독교와 유교가 융화된 곳
​​​​​​​“선비정신도 글로벌 마인드로 접근해야...”

미국 기독교 명문 웨스트몬트 대학생들 유교문화 교육(2016.9 소수서원)
미국 기독교 명문 웨스트몬트 대학생들 유교문화 교육(2016.9 소수서원)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신학자 “영적 우주인된 셈”
영주의 유불선은 기독교 교리와 부합되는 면이 많아

세계 저명 학자·교수, 고향 영주로 초청해 적극 소통
우리나라 선비정신은 현재와 미래에 매우 중요한 정신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올해 10월 『기독교 신학의 새 길, 도의 신학』이 출판됐다.

영주 무섬마을이 고향인 신학자 김흡영 교수의 저서이다.

이 책은 김 교수가 지난 30년간 ‘도의 신학’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깨달으며 발표한 내용들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만든 책이다.

‘도(道)’는 동양철학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기독교 신학과 ‘도’는 일반인들에게 어긋나는 용어로 보인다.

그러나 김 교수는 ‘도의 신학’이 변화의 격랑 속에 들어간 현 시대와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길이라 본다.

김 교수는 세계 신학의 중심이라 할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교역학 석사와 신학석사를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소재 GTU에서 조직신학과 종교철학 분야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세계적 종교와 신학연구기관에서 조직신학, 종교신학, 문화신학, 종교간 대화, 아시아 신학 및 과학과 종교의 대화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을 받았으며 지금도 ‘도(道)의 신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풍기역에서 금양정사로, 금양정사에서 식당으로 소수서원 인근 거처로, 저녁 식사와 커피를 같이 하면서 장시간 이뤄졌다. 그와의 대화는 짧은 인터뷰 기사에 다 싣기에는 너무 방대했다. 다른 기회에 별도의 장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대 글로벌신학대학원 석박사 과정 제자들 유교문화탐방 교육(2018.10 무섬마을 해우당)
연대 글로벌신학대학원 석박사 과정 제자들 유교문화탐방 교육(2018.10 무섬마을 해우당)

영주는 자주 오시는지요?

영주, 서울, 외국을 왔다 갔다 합니다. 강연이나 세미나 건으로 다른 지역에 가기도 합니다. 겨울엔 서울에 더 많이 있습니다.

영주에는 소백과 태백을 잇는 백두대간(도가)에 둘러싸여 있고, 소수서원과 무섬마을(유가), 그리고 부석사(불가) 등 우리 종교문화적으로 중요한 역사가 시작된 시원지와 본산인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이렇게 유불선이 생생하게 공존하는 환경에서 이들과 적절하게 상생하는 기독교로서 도의 신학을 묵상하며 구상하고 있습니다.

무섬마을이 고향이라 하셨는데 무섬마을에서 태어나셨는가 봅니다.

저를 낳을 때 어머니가 친정에 가셨습니다. 외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외가는 안동 일직면 안망실입니다. 어머니는 영양남씨 종녀였습니다. 어머니는 안동에서 무섬마을로 시집을 오고 외숙모는 무섬에서 안동으로 시집을 가셨지요(함께 웃음). 저희 형제는 5남매로 제가 장남입니다.

무섬마을에서 자라셨군요.

외가에서 태어났고, 선친이 직업군인인지라 가족이 여러 곳에 이사를 다니며 자랐습니다. 선친은 포병학교장을 지낸 김운한 장군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 재직 시 그 분의 총애를 받았지만 군사 쿠테타엔 참여치 않으셨습니다.

저는 선친의 무섬마을 집터에 조그만 원두막 같은 정자를 짓고 이름을 시원소(始源巢)라 붙였습니다. ‘시원’은 원래 집안 어른들이 지어준 자(字. 이름과는 별도의 호칭)입니다. 유교 전통에 따라 지어준 자(字)가 지금의 제 신학 연구의 시원지가 되어, 맥이 통합니다.

세계기독교지도자와 유림의 대화 주관(2017.10 안동)
세계기독교지도자와 유림의 대화 주관(2017.10 안동)

선친의 집터에 정자를 지으셨으면 거처는 힘들지만 손님맞이로 좋겠습니다.

네. 무섬마을에 정자를 지은 건 방문하는 분들이 선비마을 현장에서 한국유교전통에 대해 감동을 느끼게 하기 위함입니다. 지금까지 신학자, 학자, 목사 등 많은 분들이 저의 초청으로 다녀 가셨습니다. 글로 접하기 보다 현장에 발길을 머물며 느끼는 게 효과적입니다.

무섬마을이 선비마을의 모습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무섬마을의 보존을 위해 노력합니다. 내일도 중국계 교수들이 방문을 원해 무섬마을과 시원소를 안내하고 설명할 예정입니다.

신학자이신데 좀 특이한 분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바로 한국 기독교 현실과 관련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는 신학에 대한 깊은 연구 보다 전도에 더 초점을 둡니다. 대형교회가 많은 것도 그런 전도 사명 중심의 목회 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정통 신학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도 예수가 지향하던 길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서구 기독교를 그대로 답습하기 보다 목회를 하는 곳인 한국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한국 기독교가 우리나라의 정신적 뿌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세계기독교지도자들 유교 교육(2015.9 무섬 마당넓은집)
세계기독교지도자들 유교 교육(2015.9 무섬 마당넓은집)

안동에서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시도하셔서 화제에 올랐었지요?

2017년도, 안동에서 영종회 소속 유림 인사 중심으로 신학자들과 만나 함께 토론하는 모임을 주관했습니다.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과 석학들을 초청했습니다. 필요 예산은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고 대부분 펀딩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유교와 기독교가 달리 보여도 참된 삶의 도를 가르치는 전통이란 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신학을 공부한 미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는 저를 유학(儒學) 전파자로 봅니다.

유학의 정신을 말하는 기회를 많이 갖다 보니 그렇게 봅니다. 또 그들이 익숙하지 않던 동아시아적 종교문화사상을 이야기하니 서양 신학자들과 종교학자들에겐 새로운 눈을 뜨게 하기도 합니다. 제가 양쪽에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유교집안에서 태어나 신학을 했다는 출생과 성장 배경 덕이기도 합니다.

유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신학을 하셨군요. 신학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는지요?

원래 우주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미국 닐 암스트롱이 달에 인간 족적을 남긴 시기에 대학에 갔습니다. 경기고 졸업 후 공군사관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공군사관학교를 우주인이 되는 최적의 길로 생각했습니다. 선친의 완강한 반대도 있고 하여 서울대 기계항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 비행과 관련된 대한항공에 입사했습니다. 정비과에서 일했으나 생각하던 우주항공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우로 이직을 하여 기획과 무역 업무를 하다 ㈜삼화의 뉴욕주재원으로 나갔습니다. 여기서 극적인 종교체험을 한 후 신학을 본격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4차산업혁명이 몰고 온 변화와 신학 역할에 대한 연구도 제 어렸을 적 꿈과 전공의 영향도 있습니다. 물리적 우주인이 못되었지만 결국 하늘나라로 가는 영적 우주인은 된 셈이지요.

공군사관학교에 진학을 하려 했고 항공학을 전공하는 등 우주비행사를 꿈꾸셨군요. 교수님의 과학과 신학의 대화 관련 연구도 이와 관련이 있나 봅니다.

신학자 중 과학에 대한 소양이 남들 보다는 더 많겠지요. 우주비행사를 꿈 꿀 당시 우주비행은 최첨단의 과학이었으니까요. 지금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제4차산업혁명기입니다. 과학과 기술로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는 시대입니다.

한편으론 핵무기, 생명복제, 유전자 조작 등 과학을 이용한 무책임한 남용과 파괴로부터 세상을 보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신학을 하는 사람들은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과학을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에게 신학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박사과정 모교인 GTU에서 가장 자랑스런 동문으로 선정되셨더군요.

2009년에 GTU에서 ‘올해의 동문상’을 수상했습니다. 매년 자랑스런 동문을 선정해 수여합니다. 제가 여러 단체와 연구기관에서 한 신학 연구와 발표를 공적으로 했다 합니다. 기독교를 지배해오던 온 교리 위주 신학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동양종교 특히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 관점에 입각한 도의 신학을 제창하고, 첨단 과학 시대에 맞는 과학과 신학의 학제간 연구를 했습니다.

이런 점이 평가되어 세계적 기관인 템플턴 재단을 비롯 여러 곳에서 우수 학술상 및 최우수 연구교수로 선정되고 연구비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 합니다.

세계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해져 긴장하고 있습니다. 참 걱정입니다.

신학적으로 볼 때, 미국은 기독교 대표국이고 중국은 유교 대표국입니다. 두 나라가 자국 이익 중심의 반목과 갈등을 합니다. 기독교와 유교 모두 깊게 들어가면 반목할 것도 없는데 국제 정치에서 자국 이익 우선입니다. 반목이 심해지면 인류 생존번영에 큰 차질이 생깁니다. 지구의 존재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 두 세력이 기반을 둔 사상이 융합되는 곳입니다. 유교적 전통은 우리나라에 더 많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도 많고 교류도 활발합니다. 한국이 가진 이점으로 두 문화를 융화하고 활용하면 세상을 밝히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선비정신도 이런 글로벌 마인드 차원에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유교 집안에서 태어나 신학을 하셨는데 문중 사람들과의 갈등도 많지 않나요?

기독교와 유교의 갈등은 주로 제사를 둘러싸고 일어납니다. 제사는 존경과 추모의 예법입니다. 추모의 예법이 다를 뿐입니다. 모친 장례를 기독교식으로 했습니다. 집안 어른들이 방해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혀를 차기는 하셨을 겁니다(함께 웃음).

절하는 것은 예전에 인사가 절 중심이었기 때문으로 봅니다. 절하는 것 기독교인들이 극히 배타적인데 그럴 일도 아닙니다. 안동에서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 관련 토론을 할 때에도 유림 몇 분이 ‘제사를 왜 못 지내게 하냐.’고 항의식 질문을 하셨는데 유교식 제사도 제사 모습이 집집마다 다른 걸 보게 됩니다.

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합니다.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영주를 선비의 고장이라 함은 훌륭한 선비들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선비’라는 용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백성을 수탈한 일부 벼슬아치가 자신을 선비로 치장한 것과도 관련 있습니다.

유림들이 과거를 주로 이야기합니다. 이제 유교도 과거 이야기에 중심두기 보다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초테크 시대에 생명과 인성이 무엇인지 말하면 좋겠습니다. 인성 중심의 맥을 꾸준히 지켜온 게 유교이고 한국의 도학입니다.


김흡영 교수 프로필

- 무섬마을 출신
- 경기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 기계항공학과 졸업
- 프린스턴 신학교 교역학석사
- GTU 조직신학 및 종교철학 철학박사
- (현)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케임브리지대에 본부를 둔 세계과학종교학술원 창립 정회원, 예일대학교 ‘예일종교생태포럼’ 자문위원.

- (역임)‘아시아 신학자협의회’ 공동의장, 한국조직신학회 회장, 강남대 등 여러 대학 강의,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본 유일신종교학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케임브리지대 종교와 신학고등연구센터 및 옥스퍼드 객원연구원, GTU 아시아신학 석학방문교수

- (수상)GTU 가장 자랑스런 동문 선정 ‘2009년 올해의 동문상’, 강남대 최우수연구교수상

- (저서)『기독교 신학의 새 길, 도의 신학』(2022.10), 도(道)의 신학』, 『道(도)의 신학 2』, 『가온 찍기』, 『 왕양명과 칼 바르트』, 『현대과학과 그리스도교』 등 5권의 한글 단독도서와 A Theology of Dao, Christ and the Tao, Wang Yang-ming and Karl Barth 등 3권의 영문 단독 저서 및 Cambridge Companion to the Trinity, Oxford Handbook of the Bible in Korea 등의 영문, 한글 공동 저서 34권 그리고 40편 이상의 영•한문 학술 논문.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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