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술의 열악함이야 새삼 두말할 나위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니까 말이다. 얼마 전 영주작가회와 진사조공 연합전시회 자리에서 어떤 화가의 발언이 생각난다. 그는 두 단체의 회원간 나이 격차를 언급하면서 이대로라면 세대 간의 단절이 아니라 미술의 명맥조차 끊어질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과장된 생각이 아니다. 단순히 시민들의 낙후된 의식이라든가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뿌리 깊은 지방 홀대의 어떤 얼굴이다. 거기엔 쇠락해 가는 지방 도시 뒷골목의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하고 있다. 당연히 지방정부의 문화 전반에 걸친 정책의 부실함도 한몫한다.

어느덧 지방자치가 30년인데 여전히 영주시는 미술인을 위한 제대로 된 플랫폼 하나 만들지 못했다. 지역의 화가나 미술 단체에 대한 지원의 인색함도 비슷하다. 매년 판에 박힌 행정의 답습이다. 그나마 근래 들어 문화관광재단을 만들고 148아트스퀘어가 들어서면서 젊은 예술가를 위한 예술 창작과 전시 공간을 마련한 것은 고무적이다.

아무튼 시 예산 1조원 시대에 영주 미술의 현주소를 얘기하는 일이 이렇게 남세스러워야 되겠는가. 촌스럽고 다소 선정적으로 사설 제목을 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도 B‧두딘체프가 소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에서 관료주의의 경직성과 안일함을 엿 먹이는 일에 비하면 놀랄 일이 아니다.

오래전 선비세상을 기획할 당시에 자문을 아끼지 않은 이어령 선생도 맥락은 다르지만 꽃이 밥 먹여 주느냐고 물으면서 ‘꽃은 먹을 수 없고, 향기로 배를 채울 수 없지만, 빵을 씹는 것보다는 오래 남는다.’고 했다.

‘솔까말’ 가끔은 귀를 씻고 듣고 싶다. 입이 있다면 영주시나 문화관광재단은 변명이라도 해 주시오.

엊그제부터인가 148아트스퀘어에서 권진호 유작전이 열리는 중이다.

1951년에 작고하였으니 71년만의 귀향이다. 비록 그는 이중섭이나 박수근, 이인성처럼 널리 알려진 화가는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 미술 공모전인 조선미술전람회에 5회 입선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필력을 보여준 서양화가였다. 무엇보다 영주 최초의 모더니스트라는데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 오픈하는 날 다행히 많은 미술 관계자가 그의 뒤늦은 귀향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원작의 채취는 인터넷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이미지 파일의 냄새와는 사뭇 달랐다. 정말이지 궁색한 영주 사회에서 권진호의 그림들은 오래된 미래처럼 읽혀졌다.

그럼에도 유작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 한구석엔 르네상스의 주역이었던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의 짜라투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 진중권은 어디선가 이렇게 말했다.

‘21세기엔 이미지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 문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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