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지난 9월 28일, 강원도지사 김진태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강원도가 설립한 중도개발공사가 강원도의 보증을 받아 발행한 기업어음을 갚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레고랜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은 부도 처리되었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은 주로 부동산개발 등의 사업에서 시행금융기관이 사업자에게서 자금을 대출하고 이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어음이다. 레고랜드 사업은 고위험 사업이었다. 채권의 판매가 어려울 것이 예상됐고 강원도가 지급보증해 2천50억 원의 어음을 발행했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것은 국채와 같은 수준의 고신용 어음이다.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안전한 채권이다.

그런데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만기도래하는 어음 중 440억 원을 갚을 수 없게 되었다며, 다시 어음을 발행해 갚으면 되는 데도 그동안 번 돈으로 이자를 갚고 100억 원이 넘게 흑자를 내고 있었음에도 보증한 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10월 5일 최종 부도처리 되었다. 명백하게 고의로 낸 부도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일체의 채무가 동결되고 선임된 관리인이 지급 시기를 결정한다. 만기도래한 모든 어음이 일단 부도처리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갚아도 되는 것도 아니다. 김진태의 이해 못 할 행동은 살얼음같이 위태로운 채권시장에 돌을 던진 꼴이 되었다. 한번 심리가 위축되자 공기업과 지자체들의 채권 발행 공모가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우량 기업들의 신규 어음 발행도 12%가 넘는 이자를 물게 되었다. 뒤늦게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50조 원+α의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업체 대부분이 자금경색에 몰리게 되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의 인상으로 엔화 가치도 폭락했다.

일본은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팔아 자국 환율방어에 쓰고 있다. 정부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일본은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태인데다가 보유한 외환 대부분이 미국 국채다. 이 사실만으로도 미국 채권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었다. 김진태의 헛발질 한방에 국내 채권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레고랜드를 지은 중도는 본래 섬이 아니었다. 1967년, 의암댐을 지으면서 수몰되고 구릉의 정상부가 상중도, 하중도와 붕어섬이 되었다.

고대사연구소장 오순제 박사는 “조선 후기 이종휘는 동사(東史) 예맥열전에 ‘예맥(濊貊)의 시조는 부여와 함께 나왔으니 모두 단군씨(檀君氏)의 자손이다’라고 하였고, 영조 때 홍봉한이 지은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권지6 여지고 예맥조에 ‘맥국의 도읍은 지금의 춘천부 북쪽 13리에 있는데 소양강의 북쪽이다’라고 하였다.

또 정약용은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 낙랑군고(樂浪郡考)에 ‘지금의 춘천은 원래 우수주(牛首州)요, 일명 우두주(牛頭州)이다. 소양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에 큰 마을이 있으니 우두(牛頭)요, 그 가운데에 이른바 맥국(貊國)의 옛터가 있다’고 썼다. 지금도 맥국터 표지석이 남아 있으며 맥둑, 발산(밝산)이 있다.

여기서 101기의 고인돌이 발굴되었는데 이는 요하문명의 하가점상충문화의 석곽묘 양식과 유사성이 높다. 요하문명과 고조선의 연관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훼손되는 것이 통탄스럽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중도가 정약용이 말한 바로 그 맥국의 옛터라는 것이다. 세계 고고학계는 레고랜드 개발계획을 멈출 것을 촉구했었다. 특히 독일의 고고학자 루트 피들러는 “춘천의 중도 유적은 영국의 스톤헨지나 페루의 마추픽추 유적에 버금가는 세계사적인 유적이다. ‘한번 상상해보라, 저 마추픽추 절벽에 관광호텔을 짓는다고’”라며 유적을 파괴하는 것에 분개했었다.

문헌과 설화의 내용 그대로, 101기의 고인돌과 그 안의 유골과 집터를 포함해 3천 기가 넘는 유구와 유물이 원형을 유지한 채 발굴되었음에도 문화재청은 레고랜드 사업을 막지 않았다. 발굴계획에 ‘기록을 세밀히 할 것’이라는 지침을 제시해 개발을 전제로 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레고랜드를 추진한 최문순 전 지사나 추진을 공약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던 김진태나 당시의 문화재청 관리들은 나라보다 더 소중한 것을 훼손한 것이다. 누군가가 스톤헨지를 밀어내고 레고랜드를 짓는다고 했다면 영국인들은 어떻게 했을까? 얼이 빠지고 관절이 헝클어진 백골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리할 수 있었단 말인가?

삼천육백 년 전의 역사를 전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유적을 훼손하고, 전임자를 흠집 내겠다고 경제를 나락으로 쳐 밀고, 대책도 없이 선제타격을 외쳐대 평화를 위협하고, 급기야, 죽을 지경이라며 살려달라는 그 절박한 호소마저... 아, 우리는 그 많은 젊은 목숨을 참혹하게 잃었다.

그러고도 사특한 변명과 농담을 지껄이지 않는가?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이냐. 틀림없다. 얼이 빠지고 관절이 헝클어진 것이다. 도대체, 제자리에 붙어있는 온전한 뼈는 몇 개나 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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