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대청소

-임정현

냄새나는 시간들을 모두 꺼내
50리터 큰 봉투에 담았습니다
새지 않게
한 방울도 새지 않게
꼭꼭 묶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서성입니다
분 · 리 · 수 · 거
그 어느 칸에 버려야 되는 줄을
알 수 없어
누구에게 물어야 되는 줄을
알 수 없어

 

-마음도 반짝반짝

복잡해진 세상 때문일까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는 요즘입니다. 버리고, 청소하기. 언뜻 쉬운 것 같지만 막상 해보려면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버리기가 잘 안 되니까요. 그래도 “서성입니다” 설령 버릴 것들이 정해졌다고 해도 “어느 칸에 버려야 되는 줄을/ 알 수 없어/ 누구에게 물어야 되는 줄을/ 알 수 없어”서요. 철학만큼이나 중의적인 표현이네요.

비단 생활 속 쓰레기만의 문제일까요? 더 중요한 건 마음에 쌓인 불순물이겠지요.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처럼 사는 것 같지만 잡동사니 같은 더러운 혈전을 쌓다 보면 내가 나를 놓치게 됩니다. 지나칠 만큼 팽팽하고 무거운 삶이 됩니다. 심지어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 버려지거나 갇히고 마는 신세가 되어 내가 나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도 청소가 필요합니다. 냉장고 문을 열듯 마음의 문을 열고 무심한 감정들, 눈치 빠른 감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감정을 버리고 내친김에 방향제까지 뿌려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해묵은 감정과 핏발 섰던 마음이 먼지처럼 사라지고 위로 같은 깨끗함에 들게 되겠지요.

청소는, 나 또한 집안의 먼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입니다. 깨끗해진 공간으로 안겨드는 햇살이 앉을 틈을 만드는 일입니다. 묶였던 시간을 풀고 치켜들었던 마음을 고요히 내리는 일입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