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지난 9월 15일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도 가입했다고 밝혔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민간 주도의 세계적 운동이다.
RE100은 영국에서 설립된 두 민간기구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에서 주관한다. 2050년까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평가를 거쳐 가입되는 일종의 자율적 멤버쉽이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RE100을 아느냐 모르느냐”를 두고 설전이 오간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의제라는 뜻이다. 한낱 민간단체가 만든 기준에 부합하느냐 마느냐가 무슨 대수냐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RE100이 민간기구에 의해 제안되고 관리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클 수도 있다. 국가 간의 탄소중립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다르고 나라마다 산업구조가 달라 제출된 계획들이 실효적으로 달성될지 의문이 크다.
그러나 RE100이 호소하는 대상은 소비자와 투자자다.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지구 소비자에게 기업 또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기후 위기 대응에 합당한 것인지를 표시해 주겠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소비자에 의해 평가받고 이것이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투자를 판단할 때 핵심 지표로 작용할 것이다. 국가 간의 다자간 협약이나 조약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비자, 마스터카드, 시티은행, ING생명, 스위스콤, 스타벅스, 애플, AirBnB, 칼스버그, 버버리 등 92개 개업이 이미 RE100을 달성했고 384개 기업이 가입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그 384번째 가입기업이다. (www.there100.org 참조)
RE100은 해당 기업의 에너지 사용만을 평가한다. 예를 들면,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사무실이나 공장만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납품받는 부품은 평가하지 않는다. 부정론자들은 이점을 들어 실효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나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노출된 기업들은 납품하는 기업에 RE100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사의 제품이 RE100이라고 어필하려는데 부품이나 조립과정이 RE100이 아니라면 면을 세울 수 있겠는가?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조달하거나 REC를 구입해 충당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구성비율은 현재 7% 수준으로 OECD 평균 30%에 크게 못 미친다. 기업이 RE100을 실천하고자 해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REC를 구입해 충당할 수 없다. 나라가 추진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RE100 달성의 관건은 재생에너지의 생산을 여하히 확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기업들이 REC를 구입하는 데 비용을 지불 할 의지가 있어도 충당할 전원이 없으면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결국, 조달이 가능한 다른 곳이나 외국으로 사업장을 옮기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역 간에도 재생에너지 경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업이 투자할 지역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REC 취득 가능 여부는 핵심 고려사항이 될 수 밖에 없다.
차제에 「영주시 RE100재단」의 설립을 제안한다. RE100재단이 지역 전체의 재생에너지 투자와 운영에 관한 기획과 연구를 담당하고 재생에너지 조합을 결성해 대규모의 REC를 확보하여 기업을 유치하고 그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준다면 어떨까? RE100 재단이 설립된다면 기업이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조직화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영주시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허가 용량이 300Mw에 달한다. 만일 현재 허가된 사업이 모두 가동된다면 일 평균 3.5시간 발전으로 연간 380Gwh의 전력이 생산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2%에 달하는 전력이다. 체계적으로 규합하여 모을 수만 있다면 결코 작은 양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와 석유의 공급망이 크게 교란되었다. 그 여파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망이 교란되었다. 짧지 않은 힘든 기간이 올 것이라고 한다. 어두운 전망이 우세하다. 확실한 것은 작금의 사태로 외국에서 수입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를 실감했다는 것이다. 지역에도 기업에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위기 속에 숨어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