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둥근 소리
-박희정
생각의 실마리를 나푼나푼 풀고 있는
센티한 감정들이 안단테로 다가올 때
가을은 가장자리부터 멈칫멈칫 설렜다
때로는 먹먹해서 넋 놓거나 말 잊거나
홀에 울려 퍼지는 클라리넷 둥근 소리
촘촘히 내게로 와서 고요를 그려준다
-‘멍’ 중이거나 ‘축제’ 중이거나
“생각의 실마리를 나푼나푼 풀고” 싶은 가을엔 불멍이 좋을까요? 물멍이 좋을까요? 혹은 산멍이나 바람멍이 좋을까요? 여기 음악멍에 빠지게 하는 시가 있네요.
클라리넷으로 연주되는 소리에 취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있어요. 클라리넷은 장조로 된 곡도 단조로 들리게 하는 묘한 구석이 있어서 “촘촘”한 “고요”를 줍니다. 그래서 휴식과 위안엔 안성맞춤인 악기 같아요. 잔잔하고 깨끗한 소리가 둥근 소리가 되어 나만을 위한 정적인 울림을 줍니다.
둥근 게 어디 클라리넷 소리뿐일까요? 우리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장 위에 떠 있는 애드벌룬도, 그 하늘 아래서 어우러지는 웃음도 둥글겠구요. 좀 더 확대하자면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도 둥글긴 마찬가지입니다.
대단할 것 같은 인생도 고작 한 바퀴니까요. 그 한 바퀴가 돌아가는 동안은 조바심을 놓지는 못할 것 같아요. 사는 게 동글동글해질 때까지 부단히 노력하고 씨름하면서 말이에요. 그 사이사이, 절제와 무거움을 벗어나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축제를 즐기기도 하면서요.
“센티한 감정들이 안단테로 다가”와 멍을 때릴 때는 치유를 얻고, 축제를 즐길 때는 신명을 얻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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