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걸 시간 날 때마다 익히는 게 즐거움이더라’

(사)한국화재소방학회 국제학술세미나(학회장 김엽래)
(사)한국화재소방학회 국제학술세미나(학회장 김엽래)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화재소방 분야, 새 패러다임 제시...재난 예방과 극복 기여
고교때 접한 기계는 ‘평생의 업’.. 기계공학 박사학위 취득

국내 최초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 물 분무 소화설비설계
수많은 화재 사고사례 분석...화재소방정책 수립에도 도움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안전사고 관련 서비스가 매우 신속하고 개인의 부담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유튜버는 이같은 안전 관련 모습을 많이 이야기한다.

소방안전 분야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분야이다. 소방안전 분야 한 길을 파고든 애향인이 있다.

바로 경민대 김엽래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이다.

우리나라 화재소방분야 최고의 학술단체인 (사)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을 지낸 김 교수에겐 소방방재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오래된 시설에 대한 걱정도 크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새로운 종류의 재난, 규모가 커지는 재난을 미리 대비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해 시민들을 보호하는 분야인 화재소방분야, 그 화재소방 분야에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온 김 교수는 화재소방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재난 발생을 예방하고 빨리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소방산업 산학연 인재양성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
소방산업 산학연 인재양성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

김 교수는 강릉김씨로 명주군왕 김주원의 후손이다. 3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영주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학교동창 중 고향을 지키는 이들도 많다. 공직에 근무했던 동창들은 정년퇴직을 하고 고향에서 새로운 기여를 하고 있다.

부친이 건축업을 하였는지라 영주에서만이 아니라 제천, 예천 등 인근 지역에서 건축 관련 일을 하였다.

다들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 불평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릴 적부터 일을 빨리 하고 싶었고 집안 분위기도 그랬다. 고등학교는 실업계로 기계과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기계로 움직이면 힘을 더 크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기계는 평생의 업이 됐다. 대학도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도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계공학 중에서도 소방설비 기계 분야 전문으로 연구를 하고 제자들을 양성했다. 그 제자들이 이제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안전한 삶을 누리도록 보이지 않게 뒷받침을 하고 있다.

정년 퇴직을 2년 앞둔 김 교수에게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이 참여해서 만든 소방관련 제도, 설비, 제자들의 활동 등 소방기계분야 발전에 있다. 고향 영주에 조성된 K-한국문화 테마파크인 ‘선비세상’ 개장식에 참석한 김 교수를 만났다. 처음엔 내세울 만한 게 없다고 인터뷰를 사양했다. 훌륭한 애향인이 많은데 자신이 인터뷰를 하는 게 송구하다는 이야기였다.

2013년7월5일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세미나(회장 김엽래)
2013년7월5일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세미나(회장 김엽래)

영주에서 초중고를 나오셨지요?

태어나기는 문경에서 태어났습니다. 건설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영주로 이주하셨다 합니다. 제가 워낙 어렸을 때라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영주중앙초등학교에 입학해 졸업 후 영주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실업계 고등학교였던 영주종고에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출향인이 됐는데 고향에서 산 기간 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타향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이 큰 비중으로 다가옵니다.

제23회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학술세미나 및 정기총회
제23회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학술세미나 및 정기총회

소방설비기계분야가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나요?

어렸을 적엔 참 살기 어려웠습니다. 빨리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주변의 분위기도 빨리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있었구요. 고등학교를 실업계로 기계과를 택하였습니다.

당시 공업 한국을 지향하는 정부 시책도 있었고 우리나라 공업화가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딱히 소방설비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 기계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당시 제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영주종고였습니다. 영주제일고의 전신입니다.

소방설비기계분야 교수로 봉직하신지 오래되었지요?

네. 벌써 27년입니다. 2년 뒤에는 정년이 됩니다.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웃음). 1995년에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로 부임하였습니다.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로 학생들을 대할 때 전공뿐만 아니라 참다운 인성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고자 하였습니다.

저희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전국에서 소방안전의 격을 높이는 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뿌듯합니다. 전문성과 인성이 뛰어난 소방인재로 커가는 청출어람의 제자들을 늘 꿈꾸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경민대 외에도 한국교통대를 비롯 여러 대학에 출강하였습니다.

소방설비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쌓으셨다는 것을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겠습니다. 전문 분야 저서만도 40여 종이고... 화재소방분야 전문가로서 학문적 업적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계시더군요.

학자로서 책을 저술하고 논문을 쓰는 건 당연합니다. 저서는 『소방기계설비론』,『소방공사감리학』,『소방기계설계 및 시공 실무』 등 약 40여 종입니다. 관련 분야 학술 논문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노출 배관 사용에 관한 연구」를 비롯 110여 편을 발표하였습니다.

국내 논문도 있고 국제 학술 논문도 있습니다. 소방방재 연구보고서도 여러 번 썼습니다. ‘스프링클러 헤드 Emergency 장비개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비롯 37편으로 국책과제 및 소방산업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소방방재설비 분야에서 쌓은 업적이 대단하신데요. 특허도 갖고 계시다면서요?

연구를 하다 보면 연구 결과로 특허나 실용신안을 출원하게 됩니다. ‘터널 소화용 스프레이 노즐 시스템’을 비롯해 7건의 특허 및 실용신안을 갖고 있습니다. 소방설비, 안전관리, 건축기계설비 등 분야에서 특급 및 고급기술자 자격도 갖고 있구요.

학자로서 업적을 쌓고 제자를 양성한 게 큰 보람이었다 하셨는데 학교 밖에서도 전문 지식을 적용한 활동도 하셨습니다. 기억나는 활동을 소개 부탁합니다.

먼저 영주와도 관련 있는 프로젝트가 생각납니다. 바로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 관련 프로젝트입니다. 2000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의 물 분무 소화설비설계를 하였습니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2006년 대구서문시장 및 서해대교 화재, 2008년 이천 냉동창고 및 숭례문 화재 등 수많은 화재 사고사례를 분석하고 정책제안을 하였습니다.

화재소방 분야에서 제가 전문성으로 기여할 수 있으면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소방분야 대표 집필, 국회소방정책연구회 자문위원,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회장, 국민안전처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 및 정부민간자문단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방재위원,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자문위원, (사)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부총재, (사)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 등을 지내며 화재소방 분야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제가 미리 조사한 것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요(웃음). 김 교수님의 그런 활동이 높게 평가되어 많은 상도 받으신 걸로 압니다.

많은 상은 아니구요(웃음). 2016년 제54회 소방의 날에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영광을 입었습니다. 화재 소방분야 학문연구와 소방기술 및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상입니다. 그 외 교육부총리 표창, 소방방재청장 표창, 각 학술단체에서의 학술상, 표창장 등이 많습니다만 자랑하기가... 여러 직책을 맡아 일을 하다 보니 공로상도 여러 개가 있습니다(웃음).

제자들에겐 이미 당부를 평소에 하시겠지만, 고향에서 공부하는 또는 출향인 자제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부탁합니다.

논어의 첫 구절인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는 배운 걸 시간 날 때마다 익히는 게 즐거움이란 뜻입니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의 뜻을 ‘배우고 때에 따라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해석이 많은데 저는 배운 걸 시간 날 때마다 익히는 게 바로 즐거움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은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필수라는 겁니다. 사실 쉬운 건 아닙니다. 쉽지 않은 일이니 도전할 만합니다.

고향 사랑이 대단하다 들었습니다. 재경영주중학교 동문회 차기 회장이시기도 하구요.

고향을 사랑합니다만 그 정도가 부끄럽습니다. 고향에 자주 들립니다. 제 어릴 때의 추억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제 초중고 모교 친구들이 고향에 많이 있습니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친구들은 이제 전부 정년퇴직을 하였습니다. 정년퇴직을 했지만 그들의 고향 사랑은 여전합니다. 고맙기도 합니다.

재경영주시향우회, 영주중앙초등학교동창회, 영주중학교동창회, 영주제일고동창회 등 고향 관련 모임에 가능하면 참석합니다. 재경영주중학교총동문회 다음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회장 임기는 내년부터이나 금년 중 이취임식을 합니다.

영주시청 또는 영주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특별히 제안을 드릴 입장은 아닙니다. 영주에서 성장을 한 덕분에 지금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영주시가 쇠락이 아닌 발전을 하고 영주시민이 점점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김엽래 교수 프로필

- 영주중앙초등학교, 영주중학교, 영주제일고등학교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공학과
- 국민대학교 대학원 기계공학(박사)
- (현)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방재 자문위원(소방방재), 서울시. 인천광역시,경기도 소방성능위즈설계/ 사전재난영향성 검토위원, SO/TC21/SC5 위원(소방), 전국 광역시.도 소방공무원 시험위원, 소방간부후보생 선발위원
- (역임) 국회 소방정책연구회 자문위원, (사)한국화재소방학회 회장, (사)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부총재.감사, 교육부 NCS 대표집필자(소방분야),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회장
- 수상 :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2016.11.9. 소방의 날), 부총리겸교육부장관 표창(2019.5.15. 스승의 날), 소방방재청장 표창장 외 다수
- 저서 : 『소방기계설비론』『소방공사감리학』, 『소방기계설계 및 시공 실무』등 약 40여종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