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면의 천지인전통사상체험관(이하 천지인)은 전국 최초로 천(天)·지(地)·인(人)이란 자연 지리를 콘텐츠로 활용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文圖)와 앙부일구(해시계) 같은 별자리 관측과 절기 알아보기 등의 관련 유물을 갖추고, 증강현실을 이용한 한반도 풍수지리의 열람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울러 사주(四柱)와 주역 점, 방위를 재는 기구인 윤도(輪圖), 사상체질 등 인문 분야의 체험도 가능하다. 정리하면 천문과 풍수지리, 인문학 전반을 아우른다.

천지인 설립 시 인근의 무섬마을과 연계해 관광 시너지를 내겠다는 시의 발상은 일리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지난해 천지인의 방문객은 1일 평균 20명 내외였고, 관람료 수입도 입에 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국비 포함 200여 억원을 들인 사업치고는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시는 보완책으로, 청소년층을 겨냥한 아웃도어 미션게임 ‘여우구슬’과 친환경 전기카트 체험 시설과 아울러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방탈출 게임까지 추가로 세팅했다. 김담 선생의 뜻을 기리고, 한편으로는 전통사상 체험이라는 사업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면서 추가 처방까지 했음에도 여전히 성과는 미흡하다. 대략 난감하다.

혹자는 코로나의 여파라 하기도 한다. 당연히 코로나는 무시하지 못할 악재이다. 그렇다고 코로나가 종식되면 달라질까.... 어느 누구도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익성에 함몰되어 경제 원리가 고려되지 않은 천지인과 유사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특히 체험 시설이나 박물관 성격의 사업에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걸까.

생각해보면 대개가 구매력이 부족한 콘텐츠에 기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실용이나 가성비는 흔히 공공사업이 외면하기 쉬운 약한 고리이다. 다시 말해 지자체에서는 국비 확보나 시설 조성까지만 신경을 쓰지, 그 이후 관리비나 운영 부문에 대한 계산은 뒷전이다. 지역정치인들의 입장도 비슷할 것이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다 보면 당장의 성과물이 중요할 뿐 거시적 안목이 자리할 여지가 없다. 딱한 노릇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모든 사업이 소정의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무엇보다 일반 기업도 아닌 지자체의 사업은 그 특성상 수익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방재정의 열악함을 생각하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여 천지인의 경우는 영주시가 향후 이를 여타 국비 사업의 반면교사를 삼는다 해도 너무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는 오명을 벗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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