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기둥되고 민족의 소금되라’... 초등 교가 가슴에 새기다

대구노동청장 재직 중 영주 건설현장을 찾아(2012.5)
대구노동청장 재직 중 영주 건설현장을 찾아(2012.5)

여느 지방 중소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 장려와 귀농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가난한 어린시절 딛고 한양대 재학 중 행정고시 합격
노동청 재직시절, 비정규직 3법 등 각종 법안 마련 주역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출향인 네트워크 구축 필요
2014년 영주시장 출마 경험...영주발전 방안 쏟아내기도

영주댐이 건설되면서 실향민이 된 영주인들이 많다.

장화익 전 대구지방고용 노동청장도 실향민 중 하나이다. 장 전 청장은 ‘금가이(평은면 금강마을)’ 출신 이다.

내성천은 전국에서 외나무다리가 가장 많던 곳이다. 장 전 청장도 학교 등 하교를 비롯 여러 이유로 외나무다리를 매일 같이 오갔다.

장 전 청장은 노동행정 전문가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을 노동부에서 시작해 노동청장까지 지냈다.

1984년 사무관으로 부임 후 인적자원개발과장, 비정규직대책팀장, 대구고용센터소장, 감사관, 부산고용노동청장, 대구고용노동청장 등 고용과 노사관계 분야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는 학구열이 높아 바쁜 공직 생활 중에도 연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논문도 노동 관련으로 ‘근로관계에 있어서의 정보보호에 관한 연구’이다. 장 전 청장은 현재 ‘노무법인 중앙’의 대표노무사이며 대학 출강도 하며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웃음을 늘 머금고 사람을 맞이하는 장 전 청장을 만나봤다.

폴리텍대학 영주캠퍼스 특강(2012.5)
폴리텍대학 영주캠퍼스 특강(2012.5)

어릴 때의 고향 추억도 많지요?

지금 영주댐으로 수몰된 평은면 금강마을이 고향입니다. 1940년대 개통 된 중앙선 철도가 지나는 마을 중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외나무다리 건너 학교에 다녔습니다. 홍수가 나면 외나무다리가 잠겨 학교를 못 가거나 십리 길을 돌아갔습니다. 여름에는 금모래에서 멱감고, 은어를 잡고, 겨울에는 썰매를 지쳤습니다.

학창시절의 추억도 소개하시면?

베이비붐 세대로 올해 100주년인 평은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무료급식 옥수수빵을 먹고 구마이 고개에서 도시락으로 고수레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지은 목재 교실 검은 담벼락에서 햇볕도 쬐고 양초로 교실 바닥도 닦았습니다. 대청소 때는 교실 지하 바닥에서 연필을 줍는 횡재도 했습니다.

난로에 넣을 솔방울이나 굴피를 구하러 뒷산을 누비기도 했습니다. 고학년 때엔 학교 화장실을 퍼서 뽕나무밭에 뿌리는 작업도 했습니다. 위생검사 날에는 내성천 고운 모래로 양치도 했지요. 내성천에서 연습을 하곤 했던 덤부링 대회에선 몸무게가 가벼워 늘 4층 탑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린 추억이 어제 일 같습니다.

중학교는 추첨으로 영광중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가난했지만 건학 이념인 사랑과 은총이 제게 큰 의미를 주었습니다. 평은역에서 기차로 통학했는데 신영주역이 들어서면서 영광중고, 영광여중고 학생들로 콩나물시루가 된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평은역이 있어서 안동으로 가는 교통편이 좋아 지역명문이던 안동고로 진학 했습니다. 72개 중학교 출신이 모였는데 특히 영주 출신들이 재학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중에 영주의 고등학교들이 명문이 되었지요.

대학 1학년 때 고시반 동기들과 퇴계원에서(1980년)
대학 1학년 때 고시반 동기들과 퇴계원에서(1980년)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소개해 주시지요.

고등학교 3년간 영세민 자녀로 인정되어 수업료를 전액 면제받았습니다. 부모님이 모두 계신데도 영세민 서류를 발급해주신 건 아마도 평은면장님의 배려도 작용했을 겁니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하면서 4년 간 장학금을 받고 고시반에 들어갔으며 재학 중에 행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올해 100주년인 평은초등학교 교가에는 ‘국가의 기둥이 되고 민족의 소금이 되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아버지도 같은 바램을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늘 손주의 합격을 기원하셨습니다. 행정고시 합격을 조상의 음덕이라고 생각하고 늘 공직에서 청렴하도록 신중했습니다.

1999년 노무관리지원단을 구성해 중 남미지역의 봉제공장 등 한인기업을 지원했으며 2002년부터 2년간 비정규직 업무를 담당해 비정규직 3법을 만들었으며 여성정책과장 재직 시절에는 모성 보호 3법을 통과시켜 저출산시대를 대비했습니다.

부산노동청장 시절에는 한진중공업 노사분규로 김진숙씨가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는 시기였습니다. 당시 사표를 써서 서랍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다행히 인사사고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대구노동청장 재직 시에는 안전사고 예방에 힘을 썼습니다.

영광중학교 재학중 수학여행(설악산, 1974년)
영광중학교 재학중 수학여행(설악산, 1974년)

장교로 병역을 필하셨지요?

저희 집은 3대가 현역으로 근무했습니다. 선친은 6.25 한국전쟁 시기에 자원입대하신 상이유공자이시고 형님은 육군 하사, 저는 육군 중위, 동생은 병장 출신입니다. 장조카와 아들은 육군 병장 출신입니다. 저는 한국병역명문가회 고문이라는 영광된 직함도 갖고 있습니다. 대구노동청장 시절 소대장을 지냈던 울진 부대 위문도 가고 장교연합회 활동으로 종북 세력에 맞서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고향의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지요.

사람의 역량은 실로 무한하고 천차만별입니다. 저마다 자시의 역량을 펼쳐 세상에 기여를 하는 호연지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고향의 여러 학교에서 특강을 했는데 한 사람이라도 큰 꿈을 가지고 세계를 선도하는 인재가 됐으면 합니다.

고향 영주의 발전과 관련해 제언을 부탁합니다.

영주는 소수서원 등의 전통으로 인재 배출의 요람입니다. 지금도 행정부, 사법부, 군 등에 많은 인재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크게 일군 분들도 많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그런 분들의 네트워크 구축이 미흡합니다. 재경 대구경북향우회에서 안동 봉화 등의 향우회가 영주보다 상대적으로 열기가 높습니다. 영주가 자랑하는 노벨리스나 KT&G 등 대기업 유치도 다 성공한 향우들과 영주의 지도자들이 합심한 결과입니다.

영주시 당국자 또는 영주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제안이 있다면?

2014년 제가 영주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 한 어르신이 전화로 청정 영주에 불소가 웬 말이냐고 역정을 내셨습니다. 억대 연봉자가 많은 울산에는 높은 굴뚝에서 연기가 나나 청년들의 일자리가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자 영주의 딜레마입니다. 청정 영주를 유지하면서 농업 등 6차 산업으로 가야 하는지 공해 등의 우려에도 청년을 위해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지 선택의 딜레마입니다.

크고 강한 영주를 만든다는 공약은 쉽지 않은 게 현 실입니다. 오히려 고령화의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의 과제이자 고향 영주의 큰 숙제입니다. 특히 영주는 철도청과 전매청(제조창) 등이 있어서 공무원 연금 수급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지역 경제에 타격이 더욱 큽니다.

일본 등에서도 지자체의 파산은 물론 소멸 자체가 현실화되었습니다. 따라서 독가촌 등 고령가구는 과감하게 면 소재지나 영주 시내 등으로 이주하여 도심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복지 서비스도 충실히 하면서 사회복지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농지 정리 등을 통해 대형 기업영농을 해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영주는 도심을 흐르는 서천 등 주거 환경이 매우 좋습니다. 대도시의 중산층 은퇴자 연금생활자를 우선 영주시내로 유치하고 주말농장 등 전원생활에 적응토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내 자영업자도 살고 귀촌의 성공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수익성이 적은 공공 시설물들을 마구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인삼 박물관과 콩박물관 등 적자가 나는 공공시설이 인건비와 운영비 등 재정 부담이 큽니다. 국비 운영 시설이 아니라면 설립 시 수익성을 적극 고려하고 기존 시설들도 과감히 민간 위탁 등을 통해 운영비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경로당은 어르신들에 대한 컨텐츠가 부족합니다. 개점휴업 상태인 곳도 있고 그저 방문하는 선출직들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통로입니다. 일본처럼 도심 곳곳에 살롱을 만들면 시니어들이 건전한 담론을 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곳이 될 수 있습니다.

깊은 애향심을 갖고 계시다고 압니다.

현재 공직에서 물러나 노무법인의 대표로 있습니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제 사무실은 향우들이 부담없이 들리는 곳입니다. 차도 드시면서 안부도 전하면서 노무 등의 어려운 점도 상담 합니다. 2014년 영주시장 선거 운동 시 만났던 많은 분들이 찾습니다. 향우분들이 억울하거나 부당한 점을 시정하고 정당한 권리 등을 찾은 점도 제겐 보람입니다. 경부고속터미널에서 가까우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주시지요.

고향 영주는 새로 민선 시장이 취임 했습니다. 지역에서 뿌리가 깊은 분입니다. 시장, 부시장, 국장 등 간부들이 출향 인사들을 분담해 연락도 하고 시청도 개방하여 영주로 재원이 흘러들어오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고향에 기부하는 제도까지 도입되니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영주 출신들은 선비의 고장 영주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이 남달리 높습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오공환 기자

프로필

- 평은초등학교, 영광중학교, 안동고등학교
-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및 대학원
-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국제경제법대학원
- 연세대학교 법학박사
- 행정고시 27회, 육군 중위, 노동부 30년 재직(감사관, 대구경북/부산경남노동청장)
- 대구대/대구한의대/특임교수
- 경상매일신문 논설위원
- 한양대 대구동문회장
- 병역명문가회 고문
- 노무법인 중앙 대표노무사(현)

- 저서 : Mr. 스마일의 영원한 고향(자서전, 2014), 미국노동법의 이해(2004), 근로관계에 있어서의 정보보호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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