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최근 주말마다 한 주도 빠짐없이 서천을 거닐었다. 서천은 고현동 노들강변을 시작으로 한절마, 사일, 적서, 월호, 승문, 무섬까지 이어진 물길이다. 서천을 거닐며 간혹 강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천변을 따라 걷기도 하며 승용차로 강변을 달려보기도 했다. 한때 서천은 금모래 은모래로 유명한 곳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단골 소풍지였다. 최고의 모래사장을 자랑하던 서천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반기지 않은 수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환경파괴의 경고장이 날아든 셈이다.
강물과 모래의 흐름은 자연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 따라 생태계의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서천 풍경은 어떠한가. 중심부는 강물도 아니고 모래톱도 아닌 번식력 좋은 잡풀과 버드나무가 터를 잡아 황폐화를 이루고 있다. 10만 시민의 젖줄인 서천을 우리 손으로 지켜내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시민의 관심과 애정만으로도 다시 건강한 서천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기에 우리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생태 보전이 잘 되던 서천이었기에 강의 원형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하천 정비가 이루어진 곳 외는 하류로 향할수록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잡목과 수풀 우거진 곳이 많았다. 특히 탄산리와 조제리를 흐르는 강은 그 상황이 더 심각했다. 강 가장자리도 모자라 중심부까지 풀숲이 점령한 걸 보니 더 방치하다간 우리의 소중한 강을 잃게 될 거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 많던 모래톱과 함께 강물이 흐르던 곳이었는데 무성한 잡풀이 흐름을 방해하면서 서천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강의 훼손을 눈앞에서 마주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 불안하기만 하다. 환경파괴가 진행 중이란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대책 없는 탄식만 나올 뿐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큰비가 와서 한 번 훑고 지나가면 좋으련만 저수지마다 강수량을 조절해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제어하니 정상적인 물길이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최근에 내린 집중호우로 일부 수풀이 정리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듯 정상적인 물의 흐름이 결국 서천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진화와 퇴화를 거듭해왔다. 인류 역시 자연과 공생하며 그 속에서 발전과 변화를 이어왔다. 우리가 생태 보전에 전력해야 하는 이유는 자연과 호흡하며 공생하기도 하지만, 자연을 떠나서는 한순간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보편적인 말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망각한 채 인간 편리를 위한 일이라면 서슴없이 자연 훼손을 일삼았다. 생태계를 지키고 보호한 만큼 다시 되돌려받을 수 있는 자연, 생명 근원의 모태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심각한 서천의 훼손 현장을 영주시를 사랑하는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실태 파악과 함께 앞으로의 대책 강구에 주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계자들이 직접 강에 들어가 눈으로 보면서 두 발로 걷게 된다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서천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건 소중한 강에 대한 위협으로, 파괴되는 만큼 우리가 누릴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과의 공생에서 얻는 혜택은 인간 삶의 최고 가치인데 이기적인 불공정 거래로 인해 시민이 누릴 자유를 잃게 된다면 우리 스스로가 지켜내지 못해 돌아오는 부메랑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파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 생태계 보전에 적극성을 띠어야 할 때다. 우리 지역은 천혜의 자연 자원을 자랑하는 곳이기에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하천을 살리는 데 주력하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 강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 지켜줄 수는 없다. 서천을 살리는데, 시민이 온 힘을 모아야 한다.
고현동 강변부터 무섬까지 이어진 서천에 잡목과 수풀을 제거하고, 행정구역 단위마다 관리와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도 찾아야 할 것이다. 관할구역으로 흐르는 서천은 그 구역 주민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책임 부여 범위도 지정했으면 한다.
그 후 잘 지켜진 행정구역은 그에 상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책임이 보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다시 만나게 될 서천,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