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제망매가 祭亡妹歌
-김은호
개를 쓰다듬는 할머니의 손이
갈퀴 같다
갈퀴에 엉킨 슬픔 한 움큼
핥으며 꼬리 흔드는 개
백구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개장수 손에 잡힌 끈이 팽팽해진다
울음의 눈금이 올라간다
복날 부근
허공에 앞발 내민 능소화가
뺨이 붉어지도록 짖고 있다
-유서처럼 울다
말복이 며칠 남지 않은 오늘도 들었습니다. “개~ 사요, 염소~ 사요.”를 외치는 느릿느릿한 확성기 소리를. 매년 여름의 정점이 되면 많은 개가 목숨을 내놓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목숨은 매한가지로 귀한 것인데, 그 귀한 목숨 때문에 또 다른 귀한 목숨이 가차 없이 희생을 당합니다. 때론 쉽게 매매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심심찮게 개와 개장수의 투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개 주인이나 구경꾼들의 아뜩한 심정도 서성거리고요.
원래 ‘제망매가’는 신라시대 때 월명 스님이 지은 향가(죽고 사는 길 예 있으매 저히고/ 나는 간다 말도 못다 하고 가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다이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누나/ 아으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내 도 닦아 기다리리다-양주동 풀이)가 워낙 유명하지요. 월명이 골육인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비는 노래입니다. 누이를 잃은 슬픔이 절제된 마음으로 잘 드러나지요. 월명이 스님인 까닭에 극락왕생을 바라는 소원도 들어있습니다.
‘신(新) 제망매가’라 할 수 있는 이 시는 먼 신라시대의 감성이 오늘날 새롭게 되살아난 것 같습니다. 제목도 감성도 월명의 그것처럼 닮았습니다. 할머니가 자매처럼, 오랜 친구처럼 정들었던 백구를 떠나보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할머니에겐 감히 짐작조차 못 할 어떤 사정이 있겠지요. 할머니 마른 손도, 능소화도 붉은 눈물로 떨어집니다. 무심한 여름 볕이 탑니다. 저도 애가 탑니다.
여담이지만, 향가는 늘 신라인의 곁에 있었는데 요즘의 시는 과연 사람들 곁에 있을까요? 핸드폰만 잡고 앉아 실수에 실수를 낳을 채팅만 하기보다는, 마음을 담은 시 한 편 더 읽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