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신록의 계절이다. 자연의 순환은 대지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날마다 싱그러운 초록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 매일매일 일상이 반복되듯, 평범한 자연의 순환은 우리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세월의 흐름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어느덧 ‘가정의 달’ 5월을 보내고 ‘호국보훈의 달’ 6월을 지나고 있다.

국가유공자를 예우하기 위해 1961년 설립된 ‘군사원호청’이 ‘국가보훈처’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제정했다. ‘보훈의 달’ 의미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정신을 되새기기 위함일 것이다.

6월은 유난히 국가적으로 아픔이 많은 달이다. 그만큼 잊어선 안 될 중요한 날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6월 달력을 살펴보면 국가 안위와 연관되는 큰 사건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1일은 의병의 날, 6일은 현충일, 10일은 민주항쟁일, 15일은 제1연평해전일, 25일은 한국전쟁일, 29일은 제2연평해전일이다. 비록 달력에 표기가 안 된 날들도 있지만, 이 또한 우리의 역사이기에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다.

6월 1일 ‘의병의 날’은 2010년에 법정 기념일로 명명되어 의병의 역사적 의의와 애국정신을 기리는 날로 자리를 잡았다. 6일 ‘현충일’은 국가 존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1956년에 제정되었다. 6월 10일은 민주화 항쟁의 분화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25전쟁일’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북위 38도선 남북군사분계선을 기습 남침하여 벌어진 잊을 수 없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제1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 한계선(NLL) 근처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 포격으로 서해를 수호하기 위해 벌어진 해전이다.

이처럼 가슴 아픈 날이 많은 이유로, 6월이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되었을 것이다. ‘호국’은 ‘나라를 보호하고 지킴’, ‘보훈’은 ‘나라를 지키다가 희생된 분들의 마음에 보답함’이라는 뜻으로, 6월은 별도의 호국보훈의 기간이 구분되어있다. ‘추모의 기간’은 6월 1일부터 10일까지, ‘감사의 기간’은 6월 11일부터 6월 20일까지, ‘화합과 단결의 기간’은 6월 21일부터 6월 30일까지다. 이렇게 나눠진 추모의 기간에는 기간별 특성에 맞는 보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가족의 기일이 되면 온 가족이 몸가짐을 바로 하듯이, 6월은 개개인이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국적으로 서울과 대전에는 현충원이 있고, 경기도-이천, 경북-영천, 전북-임실, 경남-산청, 충북-괴산, 제주 등에는 호국원이 있다. 이 외에도 전국적으로 몇 군데 지정된 묘지에는 선열들이 잠들어 있다. 영주에는 이와 같은 장소를 대신하는 곳이 있는데, 영주시 휴천동 소재지에 있는 ‘충혼탑’이 그곳이다. 충혼탑에는 많은 분들의 위폐가 모셔져 있는 곳으로, 일 년 중 6월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영주시의 충혼탑과 관련 있는 단체로는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무공수훈자회, 고엽제전우회, 6·25참전유공자회, 광복회, 월남참전자회, 특수임무유공자회, 재향군인회, 철도참전유공자회 등 11개 단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6월, 해마다 맞이하는 이 땅의 봄이 뜻 깊은 이유는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가오는 6월 25일과 6월 29일은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이들의 충정을 기억하고,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기리며 추모하는 마음을 갖도록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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