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아이고 데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너도나도 꿈속이요 이것저것이 꿈이로다/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부질없다 깨려는 꿈꾸어서 무엇할까.”

칠현금 늘어진 곡조에 실려 오는 소리가 처량하다. 듣고 있으면 북 장단 사이사이 꺾어 넘기는 서러운 굴곡에 침을 삼키게 된다. 영화 취화선(2002년, 임권택)에 삽입되었던 남도소리 흥타령이다. 24절, 가슴 아린 타령을 듣고 있으면 님을 잃은 설움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한참을 슬픈 곡조에 떠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돌아올 수 없는 님인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부터 꺾는소리 굴곡마다 남모르게 어깨를 움직이게 된다. 한(恨)이 서린 이 소리가 왜 흥타령인지는 들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흥(興)은 내적 울림이 자라 몸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깊고 어두운 물속 같은 절망에 가라앉았다가 바닥을 차고 솟아오르는 것이 흥이다. 그래서 한이 많은 사람일수록 꺾임이 굵고 감흥이 깊다. 흥이 내적 울림이라면 신명(神命)은 세계와 소통을 해야 울리는 공명이다. 고대 선조들은 우주를 천계와 지계와 인간세계의 삼계로 나누어 사유했다.

이를 원방각(圓方角:○□△)으로 형상했는데,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은 둥글고 온전한 신들의 세계(圓:○)이고, 땅은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곳이니 마땅히 방정(方:□)한 것으로 여겼다. 그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세계다. 움집의 지붕 모양 각(角:△)으로 형상했다. 이런 우주관으로 인간은 마땅히 천리(天理)를 따르고 자연을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신명이 나려면 하늘과 땅이 내가 품은 욕망에 공감해야 한다. 내가 하려는 일이 하늘과 땅이 인정하며 가호한다고 믿어질 때 신명이 나는 것이다.

선한 사람은 신명이 나는 일이면 얻는 것이 적어도 불평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자신이 하려는 일이 자신만을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하는 것일 때, 누구도 감히 신명을 내세울 수 없다. 그런 일에 신이 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다. 누가 감히 하늘을 속일 수 있단 말인가? 신명은 고난을 이긴다. 도탄에 빠진 동포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삭풍의 벌판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싸웠던 선각들, 전답을 팔아 만주로 보낸 내 친구 조부님도 신명이 아니고는 감당치 못했을 것이다.

중과부적의 탱크를 행해 화염병을 들고 달려든 선열들, 포탄이 빗발치는 전선을 달리다 쓰러진 젊은 병사들, 모두가 지켜내야 할 아픈 것들을 가슴에 품고 신명에 따랐던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맑은 피를 뿌려 독재자를 몰아낸 4.19의 어린 학생들, 엄혹한 독재의 총부리 앞에서 무서워 오그라진 심장이 터질듯한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자유를 외쳤던 광주에서 오늘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뿌려진 그 많은 피를, 신명에 따르며 의롭게 죽어간 이들을 기억한다면 이 땅에 피는 모든 꽃은 검붉은 핏빛이어야 마땅하다.

세상이 어수선하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힘든 3년을 보냈다. 미국과 중국 양강의 패권경쟁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로 인해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확장재정으로 방출한 막대한 자금은 인플레이션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자산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이들이 휩쓸려 고통을 당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모두가 제 몫의 흥(興)으로 열심히 했고 그 몫을 받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둘로 쪼개져 있다. 값이 올라야 좋은 집과 땅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중장년과 앞이 안 보이는 청년세대로, 남자로 여자로, 대기업과 하청기업으로 나뉘어 서로를 차별하고 있다.

당선된 이나 낙선한 이나 투표한 모든 이가 신명에 따라 신나게 치러낸 선거였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홍익인간 제세이화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뜻을 세우되 세상을 신명 나게 하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 뜻이 없는 자라면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돌보며 살면 보기에 흥겨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신 분들에게 “신명이 나는 흥겨운 선거로 참된 머슴들을 뽑아 세웠노라”고 자랑할 수 있는 시정 집행을, 소속 정당이나 친소를 떠나 아름다운 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를 당부드린다. 잊지 마시라. 영주는 그대들의 욕망을 펼치라고 뽑아 세운 것이 아니다. 주인이신 시민을 꿈꾸게 하고 그 꿈을 펼쳐 복된 미래를 열어가라는 신명이 있었던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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