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연꽃

-김영재

연꽃은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피지 않는다

초록 잎에
흙탕물 뿌려도
은구슬 굴리는 걸
보면 안다

진흙 속
두 발 담그고
즐거워하는
아,
즐거워하는

 

-영영하다, 꼿꼿하다

무슨 즐거움이 이리도 격 있고 고요할까요? 연꽃은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피지 않”고, 이슬도 머금지 않은 채 굴려 은구슬로 만듭니다.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바보같이 용서만 하다가 벌집이 되어버린 자궁으로 고요히 “즐거워하는/ 아,/ 즐거워하는” 삶을 등불처럼 밝힙니다.

연꽃은 창창한 칭찬에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비비 꼬인 비난에도 불행한 마음은 더더욱 갖지 않습니다. 다만 생각지 못한 순간에 무수한 고요를 만들고 간절함과 진정성을 품은 향을 내보냅니다. 사람의 일도 그렇습니다. 연꽃처럼, 칭찬 한마디에 휘둘리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칭찬에 휘둘리면 비난에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칭찬과 비난은 뿌리가 같습니다. 연꽃이 다 말해줍니다.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동시에 장마도 찾아들겠지요. 연꽃이 피는 시기는 대개 장마 기간과 겹칩니다. 그러나 연꽃은 무더움과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개운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연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어제의 흉터에, 오늘의 평범함에 갇히지 않게 됩니다. 장마철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를 연꽃이 보여줍니다.

시인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말했습니다. “진흙 속/ 두 발”을 은밀히 달래면서 즐거움으로 승화합니다. 연꽃도 시조도 반짝이는 혜안 하나 슬쩍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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